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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서울의 다른 모습... 이들이 살고 있다

[미리보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

21.03.19 12:49최종업데이트21.03.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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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도 없는 곳> 공식 포스터. ⓒ 볼미디어


일정한 직업이 있다거나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도시는 바쁘다. 출근길 붐비는 지하철을 혹여나 놓칠까 종종걸음을 하기도 하고, 만나야 할 사람들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이런 일상에서 한 발 떨어진 사람들의 도시는 낯설다. 아마 자신의 주변에서 무표정의 얼굴을 하고 스쳐 지나가는 타인들, 풍경은 묘한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불러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창석에게도 그렇다. 소설가로 작품을 내고, 결혼 후 아내와 영국에 보금자리를 만들었지만 무슨 사연에서인지 혼자만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혹은 얼마 되지 않은 약속으로 만나야 할 사람들을 하나둘 만나기 시작한다.

김종관 감독의 신작 <아무도 없는 곳>은 창석의 시점으로 일정한 기간에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집중 조명한 영화다. 지하철 역사 내 카페, 경희궁 성벽이 있는 뒷동산, 종로 골목 내에 어떤 위스키 바 등 장소를 달리하며 창석은 누군가와 마주 앉는다. 

영화는 창석과 상대의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주고받는 말 사이에 존재하는 정적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마저 보인다. 얼핏 우리에게 익숙한 기승전결의 구성, 사건과 사건의 해결이 있는 극적 요소는 없다시피 하다. 주인공은 그저 서로 다른 공간으로 옮겨 대화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종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주인공과 상대 캐릭터,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섬세한 관객이라면 대화와 대화 사이에 담긴 어떤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별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타국에 아내와 아이를 두고 대도시로 스며든 한 남자는 이내 무너질 것만 같다. 자의와 타의가 뒤섞인 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창석에게 흥미를 보이거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렇게 4명의 사람을 만난 뒤 창석의 표정은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의 한 장면. ⓒ 볼미디어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의 한 장면. ⓒ 볼미디어

 
<아무도 없는 곳>은 김종관 감독이 전작에서 보였던 감독만의 주특기가 십분 활용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인 <페르소나> 속 '밤을 걷다'를 비롯해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등에서 속속 선보인 2인 대화와 주변 배경과 공기를 담아내는 시도들이 이 영화에 집약돼 있다.

특히 노을이 질 무렵, 혹은 이른 새벽 서울 어떤 공간을 가로지르거나 서 있는 등장인물은 빛의 차고 기움에 따라 표정과 눈빛도 함께 드러나거나 사라지는데 이를 두고 감독은 "경계를 통해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둠과 빛의 경계, 아니 어쩌면 어둠에 더 포섭된 캐릭터에게서 절망이나 좌절보단 꿈틀거리는 어떤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미 좌절했더라도 조금씩 빛의 영역으로 향하는 방향성이 있다랄까.

사건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는 점이 <아무도 없는 곳>의 약점이자 특징이 되는 만큼 관객의 호불호도 이 지점에서 많이 갈릴 것이다. 감독 또한 그 지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종관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시도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한줄평: 어둠의 이면을 영화적으로 포착하다
평점: ★★★☆(3.5/5)

 
영화 <아무도 없는 곳> 관련 정보

연출 및 각본: 김종관
영어제목: Shades of the heart
출연: 연우진, 김상호, 이지은, 이주영, 윤혜리 등
제작: 볼미디어
배급: 엣나인필름
러닝타임: 82분
개봉: 2021년 3월 31일 
 






 
아무도 없는 곳 아이유 연우진 김상호 윤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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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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