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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복 입으니 민망했지만..." '나빌레라' 박인환의 용기

[현장] tvN 새 월화 드라마 <나빌레라> 온라인 제작발표회

21.03.16 16:43최종업데이트21.03.1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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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화 감독(가운데)과 홍승희, 송강, 박인환, 나문희 배우가 16일 오후 비대면으로 열린 tvN 새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vN

 
"우리 노년(층)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얼마나 외로우시냐. 지금부터라도 또다른 시작을 해야할 것 같다. '나빌레라'처럼 많이 날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자식도 중요하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생각하면서 드라마를 봐달라."

16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tvN 새 월화 드라마 <나빌레라>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나문희는 이같이 말했다.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박인환 분)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송강 분)의 성장 드라마를 그린 작품. 

연출을 맡은 한동화 감독은 "빠르고 자극적인 작품에 쾌감이 있지만 서서히 정서를 쌓아가서 후반에 감독과 여운을 주는 작품도 있지 않나. 저희 작품은 후자다. 성적도 중요하고 경쟁도 중요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나빌레라>는 이 시기에 꼭 하나쯤 필요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좋은 메시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한국 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심덕출은 살뜰한 해남(나문희 분)과 결혼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 게 전부인 줄 알면서 살았던 인물이다. 칠순을 앞두고, 우연히 발레리노 이채록을 본 덕출은 거세게 뛰는 가슴을 외면하지 못하고 발레에 도전한다. 

덕출을 통해 30년 만에 미니시리즈 주연에 도전한 박인환은 "저는 이 작품을 웹툰으로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더라. 그래서 무조건 하고 싶다, 도전하겠다고 했다. 발레를 해야 하고 비중도 큰 역할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견 배우로서 극을 끌고가는 주인공을 맡은 것에 대한 남다른 감회도 고백했다.

"우리 또래는 보통 누구 아버지, 누구 할아버지 역할이다. 극의 중심에서 빠져서 (주인공을) 쫓아가는 역할을 주로 연기했는데 이번엔 앞에서 끌고 헤쳐나가는 인물이다.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영광이고 기쁨이지. 우리 연배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너도 할 수 있다'는 그런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나이에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돼서 행운이다."
 

송강과 박인환 배우가 16일 오후 비대면으로 열린 tvN 새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vN

 
배우 송강이 맡은 이채록은 6살 때부터 축구 감독인 아버지 무영(조성하 분)의 뜻대로만 살다가, 입시를 앞둔 19살이 되어서야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다신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는 우연히 돈키호테를 추던 승주(김태훈 분)를 보고 첫눈에 홀려 발레를 시작한다.

발레리노 역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6개월여 전부터 연습에 매진했다는 송강은 "발레리노로서 어떤 걸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몸)선이 중요하더라.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발레에 고난이도 동작들이 많더라. 그래도 전문적인 스킬보다는 선과 시선 처리와 같은 디테일에 더 신경쓰려고 했다"고 밝혔다.

박인환 역시 일흔의 나이로 발레 연기를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유연성도 떨어지더라. 아름다운 선을 표현해야 하는데 이 나이에는 거의 불가능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발레를 잘해서 프로 (발레리노)가 되기 보다는 도전에 의미를 뒀다. 발레복을 입으면 민망하기도 하다. 몸을 조여서 불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경험하다 보니까 점점 익숙해졌다."

자식 인생이 곧 내 인생이라고 여기며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헌신해 온 주부 최해남 역은 배우 나문희가 맡았다. 자식들 걱정 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해남은 다 늙은 남편 덕출이 발레에 도전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나문희는 "오랜 만에 드라마 제의를 받아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며 "심덕출이 날개를 달고 발레를 할 수 있었던 데는 해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나이에는 이제 자식보단 부부 위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드라마에는 채록, 덕출 이 외에도 저마다의 이유로 방황하는 인물들이 여러 명 등장할 예정이라고. 배우 홍승희가 맡은 20대 심은호 역시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일명 '대치동 키즈'로 어릴 적부터 아빠 성산(정해균 분)의 계획대로 살아온 은호는 하고 싶은 것도, 관심 있는 것도, 꿈도 없는 요즘의 2030세대들이 공감할만한 캐릭터다. 

홍승희는 "내가 뭘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는 시기가 제게도 있었다. 은호를 보면서 과거의 제가 생각났고 많이 공감했다"며 "웹툰 원작보다 드라마에서, 은호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더 자세히 그려진다. 20대 초반다운 느낌이 느껴질 테니 기대해달라"고 귀띔했다.
 

한동화 감독이 16일 오후 비대면으로 열린 tvN 새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vN

 
마지막으로 한동화 감독은 <나빌레라>에 대해 부모님을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따뜻한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웹툰을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그분들도 누군가의 딸과 아들이었겠지, 그 분들께도 꿈이 있으셨겠지' 그런 반성을 하게 되더라. 저희 제작진들과 배우들 모두 이 드라마가 끝났을 때 (시청자분들이)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할 수 있으면 우린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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