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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묘한 행보... 북한 관심 떨어트릴 때인가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인도·태평양 전략과 러시아·이란 핵문제에 집중하는 미국

등록 2021.03.16 10:40수정 2021.03.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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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 연합뉴스=AP

 
출범 2개월이 가까워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세계 전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 전개된 상황을 보면, 바이든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지역은 당연히 인도·태평양이다. 종래 개념인 아시아·태평양(동아시아+태평양)보다 약간 서쪽인 동시에 중국의 동쪽 및 남쪽 바다를 끌어안는 형국인 인도·태평양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다르지 않다.

바이든은 인도·태평양전략을 위한 4개국 협력체인 쿼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시각 2월 8일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쿼드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도-호주-미국-일본을 잇는 마름모꼴 사각형의 서쪽 끝과 동쪽 끝이 상호 공감을 재확인한 것이다.

열흘 뒤에는 쿼드 외교장관 회담이 화상으로 열렸고, 이달 12일에는 쿼드 정상회담이 역시 화상으로 열렸다. 바이든은 '트럼트만 빼고 다(anything but Trump)'라며 트럼프의 정책을 뒤엎는 것 같으면서도 이처럼 인도·태평양전략에서만큼은 트럼프를 충실히 뒤밟고 있다. 

가장 중시하는 지역이 인도·태평양이다 보니, 바이든이 가장 주시하는 국가도 중국일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한 한,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미국, 핵문제에 대해선 러시아-이란을 중시하다

바이든도 트럼프처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 원칙을 존중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외면하고, 주미 타이완 대사나 다를 바 없는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 대표를 1월 20일(한국 시각 21일) 자기 취임식에 초대했다.

뒤이어 미국 군대가 중국을 지근거리에서 자극하고 귀환했다. 취임식 3일 뒤에는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이 난지나해(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했고, 2월 4일에는 미 해군 제7함대 존 매케인함이 타이완섬과 중국대륙 사이의 타이완해협(대만해협)을 유유히 지나갔다. 비슷한 일은 더 있었다.


이처럼 지역으로는 인도·태평양, 국가로는 중국을 우선순위에 두는 가운데, 바이든은 세계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이란을 보다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3월 5일 만료 예정이었던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제한협정(뉴스타트)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1월 26일 전화통화를 통해 5년 더 연장했다. 실전에 배치할 핵탄두를 1550개 이하로, 핵탄두 운반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를 각각 700기 이하로 감축하는 뉴스타트 연장에 대해 트럼프는 소극적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을 이 조약에 끼워 넣으려 했다. 하지만 중국의 참여 거부로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던 것을 바이든이 연장시킨 것이다.

바이든이 뉴스타트 연장을 합의한 그날, 한국 유조선 케미호를 나포해둔 이란 정부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이 미국의 제재 철회를 촉구했다. 10일 뒤인 2월 5일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장관과 이란 핵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로이터통신>에서 나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가 '미국의 선(先) 제재 철회'를 촉구한 날인 2월 7일에는 바이든이 직접 CBS 인터뷰를 통해 '이란의 선(先) 핵합의 복귀'를 촉구했다. '미국 먼저, 이란 먼저' 식 공방이 오가긴 했지만, 취임 직후부터 이런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란 핵문제에 대한 바이든의 관심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가벼워진 북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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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었을 당시 모습.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러시아 핵문제와 이란 핵문제 모두 미국의 국익과 관련된 사안이지만, 두 문제의 또 다른 공통점은 유럽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북핵도 당연히 유럽의 관심사이지만, 러시아·이란 핵문제는 유럽 안보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트럼프에 의해 깨진 2015년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의 당사국인 이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이상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 중에서 4개국이 유럽 국가인 데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란 핵문제는 유럽의 이해관계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다.

북핵 역시 미국 안보에 직결되는데도 바이든이 러시아·이란 핵문제에 우선 접근하는 동기 중 하나는 유럽과의 동맹관계 발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동맹관계 복원의 효과가 조금이라도 더 큰 쪽에 바이든이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을 반영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2월 중순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막후 접촉을 시도했다는 13일 치 <로이터통신> 보도가 있긴 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상황을 개관하면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북핵 문제를 덜 중시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 같은 상황 인식으로 과연 북미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간의 북미관계 흐름을 감안할 때 지금 시기 역시 북한이 '도전적 태도'를 취하기에 결코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3년 제1차 북·미 핵위기(북핵 위기)와 2002년 제2차 위기의 공통점 중 하나는 미국이 국제정치적으로 정신이 없을 때, 특히 중동 쪽에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이다. 탈냉전과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 지도부의 심리적 여유가 위축된 상태에서 북한이 공세 태도를 취했다.

두 차례 대결은 미국이 일으킨 측면도 있지만 북한이 유도한 측면도 있었다. 제2차 위기는 2002년 10월 5일 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특사가 '북한이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 존재를 시인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촉발됐다. 어느 정도는 북한의 언질도 위기 증폭에 기여했던 것이다.

제1차 위기 역시 비슷한 면이 있었다. 1989년 10월 6일자 <경향신문> 기사 '불(佛) 스포트위성 고도 840km 궤도서 촬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 핵시설이 외부세계에 손쉽게 포착되는 일들이 국제사회의 대북 경각심을 키우는 데 기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북·미 양국의 상호작용에 의해 핵위기가 발발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에 공격 태도를 취할 가능성?

핵문제를 놓고 벌어진 두 차례 대결만 놓고 보면, 국제질서가 어수선한 가운데 미국의 1차적 관심이 동아시아 이외 지역에 집중될 때 북한이 핵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점만을 놓고 보면,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적어 보일 수도 있다. 트럼프의 '돈 타령'으로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바이든 취임 이후로 미국의 위상이 개선되고 있고, 유럽 국가들과 쿼드가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정세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기 힘들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다소 안정돼 보이는 국제정세가 그런 판단을 유도할 수도 있다.

그에 더해,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당대회 이후로 북한 정권이 경제문제와 사회기풍 문제(자본주의 단속)를 부각시키며 내부 통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미관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또 북한이 자국의 핵 군사력을 이미 충분히 과시했으므로, 더 이상 놀라지도 않을 미국을 상대로 뭔가를 쏘아 올릴 필요성이 낮아졌으리라는 계산을 할 가능성도 있다.

두 차례의 핵위기만 놓고 보면, 미국의 지도력이 회복되는 지금 단계에서는 북한이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낮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미국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미관계가 무탈하리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1960년 후반 사례를 추가하게 되면 판단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

1960년대 후반에 북한은 상당히 공격적 태도를 취했다. 1968년 1.21 사태 및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등에서 나타나듯이, 또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및 1969년 EC-121기 격추 사건에서 나타나듯이, 이 시기 북한은 남한은 물론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공세적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당시의 미국 상황과 관련이 있다. 그 시기에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쟁에 발이 묶였을 뿐 아니라, 1965년 자국에서 시작된 반전운동과 1968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68혁명으로 인해 도덕적 권위를 잃어가고 있었다. 미국 민심과 세계 민심이 미국으로부터 이반되는 시점에 북한이 적극 공세를 가했던 것이다.

미국, 북한 비중을 낮추는 모양새... 안정 저해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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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 모습.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초부터 미국이 처한 위기는 탈냉전이 있었던 1990년대 초반의 위기나 9.11테러가 있었던 2000년대 초반의 위기에 비견되는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희생됐을 뿐 아니라 무난하게 굴러가던 경제도 갑자기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해 사회 전체가 분열과 반목에 휩싸여 있다. 1960년대 후반의 민심이반보다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북한과 미국의 일대일 직접 충돌이 있었던 196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상황을 종합하면, 국제정치적으로는 다소 안정돼 있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위험 요소가 미국 내부에 있는 지금 상황 역시 북미관계 악화 가능성을 우려할 만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미국이 힘든 상태라는 점을 무엇보다 감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북한의 비중을 떨어트릴 시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더욱 더 북미관계에 공을 들여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바이든은 인도·태평양 전략, 러시아 및 이란 핵문제에 우선적으로 착수했다. 북한을 후순위에 두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에서 북한의 비중을 낮추는 것은 북미관계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북핵 #북한 핵문제 #북미관계 #바이든 #대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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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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