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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4대강 반대 민간인 사찰...보고 받은 박형준 17일 고발"

[현장] 15일 환경단체 기자회견, 문건 8건 공개... "박형준, 국정원에 요청·보고 명시"

등록 2021.03.15 13:53수정 2021.03.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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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 규탄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4대강 사업을 반대할 당시 국정원 직원이 여러번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도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더라.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환경관련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런 전화가 수도 없이 왔다. 종교인에게까지 압박을 가했던 부도덕한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고 탈바꿈하며 새로운 지도층으로 나서며, 여전히 힘을 행사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다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사찰을 당한 양기석 신부(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정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문건에 당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현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민간인 불법사찰을 요청하고 보고받았다고 나와 있다"면서 "그런데도 박형준은 뻔뻔하게 이를 부정하며 부산 시장 선거에 나왔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시민사회계·종교계·학계·언론계 등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 8건이 15일 공개됐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작성된 문건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주요 인물 20명을 특정해 회유·압박하는 전략이 담겼다. 이외에도 ▲주요 환경단체 관련 자료 ▲종교계의 '4대강 살리기' 반대 활동 실태와 순환 방안 ▲4대강 사업 반대 교수 견제 조치로 활동 위축 유도 ▲국가정체성 확립 관련 유관부서 회의자료 등이 포함됐다. 문건은 '청와대 요청'으로 작성이유를 명시하며, 배포처로 정무·민정·국정기획·경제·교육문화수석, 대통령실장·국무총리실장 등을 적시했다.

단체들은 "문건에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당치 않은 정부 차원의 불법적인 획책이 가득하다"라면서 "관련 당사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관련 문건을 본 적 없고,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하는 박형준 국민의 힘 부산시장 후보는 공직선거법 제250조를 위반했다"라며 "'허위사실공표죄'로 17일(수)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국민소송에 참여한 김영희 변호사는 "박 후보는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 재직 당시 3차례 국정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문건에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적혀있는데도 박 후보는 여러 방송에서 자신은 관여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방송·신문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고보조금 축소·중단하며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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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 규탄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앞서 지난 2월 녹색연합, 녹색교통운동, 생태지평연구소,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5개 단체는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과 연대해 국정원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문건은 국정원이 상당수 내용을 이미 삭제한 상태였다. 개인의 이름 등 일부 내용을 가린 경우도 있었지만 10쪽 분량의 '국가정체성 확립 관련 유관부서 회의 자료'(2010년 3월 4일) 문건은 아예 전체 내용이 백지로 공개됐다.

2008년 12월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은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장 요청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동향과 활동계획을 종합했다"고 명시했다. 문건은 "정부 고위인사가 각 시·도를 방문해 반대논리 약화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반대단체의 <오마이뉴스> 등 좌파언론을 통한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 유포에 반박자료 배포·언론중재위 제소 등 적극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4대강 살리기 반대세력 연대 움직임에 선제 대응'이란 제하로 청와대 정무·민정·국정기획수석, 기획관리비서관 등에 배포한 문건은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전국교수모임 등 반대 연대에 대해 사찰한 내용을 담았다. 이 문건은 반대단체의 연대가 커지면 광우병 촛불집회와 같은 상황이 오게 될 것을 우려해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9년 1월에 작성된 '주요 환경단체 관련자료'는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와 인사에 대한 신원자료와 비리의혹 등을 종합했다. 각 단체의 주요활동, 관심사, 특이내용 등을 구분하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개인의 인적사항, 주요 경력 등을 상세히 담았다. 증거와 정황을 적시하지 않은 채 개인의 공금유용· ·뇌물 수수·금품요구 등 비리 의혹을 언급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의 문건은 당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으로 2009년 7월 작성한 것으로 적시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반대 단체 현황을 정리하고, "반대단체를 제압하는 동시에 찬성단체들의 역량 강화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관리방안을 담은 문건도 있다. 이 역시 2009년 7월 당시 박형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으로 작성된 문건이다. 여기에는 사회단체 3명, 환경단체 4명, 종교단체 4명, 지역환경단체 6명, 기자·교수 3명을 비롯해 20명을 특정해 관리방안을 별도 자료로 붙였다.

'종교계의 '4대강 살리기' 반대활동 실태 및 순화 방안' 문건은 불교·개신교·천주교 3대 종단의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언급하며, 종교계 각 단체와 주요 인물을 사찰한 내용을 별도 자료로 첨부했다. 종교계가 4개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각 종단의 교리에서 찾고 각 종단의 고위층을 설득하고 순화대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대활동 주도 인물들을 견제하기 위해 종교계의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비리를 발굴해 비난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4대강 사업 반대 교수 견제조치로 활동 위축 유도' 문건은 학계를 특정해 견제조치를 제시했고, 국가정체성 확립 관련 유관부서 회의자료는 주요 추진 실적과 추진 방향을 명시했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몇몇 환경단체를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려는 문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면서 "활동가들의 사생활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지도 않은 비리를 만들어 몰아세운 기록이 남아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받은 문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더 많은 문건이 공개되면 이명박 정부의 치졸함이 더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단체와 인사들을 불법 사찰하고 억압한 주체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였으며 국정원을 포함해 모든 국가 권력이 손발 역할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의 자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사찰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이명박 #국정원 #민간인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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