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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업앤댄스', 춤은 잘 추지 않아도 즐겁다

힘겨운 고민에 지쳤을 때 필요한 웹툰

등록 2021.03.06 15:26수정 2021.03.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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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인생의 종착점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구도 그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예정된 결말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으며, 각자 주어진 만큼의 삶을 만끽한다. 인생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까닭이다. 모든 사람이 꿈을 이루고 죽지는 않지만, 완수하지 못한 인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것을 합리적이지 못하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합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든든한 순댓국보다 한 접시의 스테이크가, 그리고 집보다 5성급 호텔에서의 휴가가 달콤할 때가 있다. 나아가 학생에게 대입과 무관한 동아리가 특별한 이유는 합리만큼 낭만도 우리의 인생을 기름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청춘의 흔한 고민을 담은 웹툰

대개 청춘의 성장을 그리는 장르는 등장인물의 고민, 그리고 고민을 대하는 자세와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지난 3일 완결한 네이버 웹툰 <셧업앤댄스>는 아무도 하기 싫고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에어로빅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은재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학교폭력, 부모의 과보호, 인종 차별, 진로 탐색, 꿈의 좌절 등 방황과 고민에 짓눌린 학생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담백하게 그려낸다.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고 또 고민이 있다는 사실이 나쁜 것도 아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문제는 의지할 사람이나 고민을 해소할 방법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현실이 벅찬 이들에게 에어로빅 동아리는 사실 고민 해결에 유의미한 존재는 아니었다. 고민과 에어로빅은 별개의 요소였고, 대회의 참가조건으로 제시한 소원 역시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각자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자신들이 처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나 동료가 함께하고 등을 밀어주는 것만으로, 그들은 내면의 불안을 떨치고 문제를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해결된 것은 현실이 아닌 그들의 마음인 셈이다.

인생의 행복은 과정에 있다

이처럼 삶의 행복이란, 비록 무언가를 달성하고 성공하지 않더라도 삶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노력하는 과정만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귀중하면서도 사소한 것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원하는 해답을 찾은 것도 꿈을 이룬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하기 싫은 에어로빅으로 입상이라는 결실을 거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보는 필자의 눈에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필자는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었다.

딱히 좋아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에어로빅이었지만, "하기로 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주인공 서원준의 대사는 우리가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대다수의 평균적인 인간이 살면서 마주하는 고민을 전부 해결하고 성공할 수 없다면,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 쪽이 미완의 죽음이 필연적인 우리에게 이로운 길이다. '계속 살기로 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사는 것'으로 족하다.

작가가 이야기의 끝에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라는 소설 <이교도들의 춤>의 대목을 인용한 까닭은, 액자보다 그림이 소중하듯, 어떤 삶이든 인생은 그 자체만으로 축복이라는 본질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이리라. 춤은 닥치고 추는 것만으로 즐겁듯, 인생도 닥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진심이 담긴 온기의 힘

현실도피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끝없는 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 성패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매몰돼봤자 언젠가 지치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또한, 99번의 성공 끝에 다다른 곳이 1번의 좌절일 때, 우리는 끝없는 절망에 빠지고 말 것이다. 결국, 인생에서 성공이 중요한 이유가 행복 때문이라면, 행복이 성공에만 있지는 않음을, 또 행복보다 성공을 우선하는 것은 주객전도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필자는 자기계발서처럼 힐링, 청춘이니 하는 노골적인 자극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성공한 이들의 예외적 사례가 정규분포상의 일반 독자에게 해당하는 경우도 드물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현실도피에 치우쳐 그대로 곪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직면한 문제에 눈 돌리지 않게 해줄 용기이고, 결국 헤쳐나가야 할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타인이 해주는 것은 딱 격려까지이다.

그리고 이은재 작가의 웹툰 <셧업앤댄스>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웹툰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것만으로 한 사람이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아무런 해답이 되지 않는 위로가 든든할 때가 있으며,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것을 찾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작가의 진심이 따뜻한 손길로 다가왔다. 나도 이 넘치는 온기를 베풀고 싶어졌다.
 
"삶은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고 자신에게 가는 길의 시도이다. … 새는 알을 깨기 위해 투쟁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중복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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