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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미행, 프락치... 명진 스님 "난 이렇게 당했다"

[이 사람, 10만인] 오마이TV 격정 토로 ② MB국정원 불법사찰 문건 전격 공개

등록 2021.03.05 07:17수정 2021.03.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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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0만인’은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 원 이상씩 정기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마이TV는 지난 3일 10만인클럽 회원인 명진 스님을 생중계 인터뷰했습니다.[편집자말]
(* 이 기사는 명진 스님 격정토로 ① "모른다고? 박형준은 허수아비였나"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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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이 4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문건을 제시하면서 불법 사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TV

 
위의 문건 한 장. 봉은사 전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 <오마이뉴스>에 공개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불법 사찰 내용의 한 페이지다. 2010년 4월 15일에 작성된 국정원의 불법 사찰 문건 제목은 '명진의 종북 발언 및 형태 종합'이다. 당시 국정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진 스님이 한 이명박 정권 비판 발언을 '종북'으로 규정했다.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 당시 광우병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4대강사업 반대하는 환경단체에도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공안몰이식으로 마녀사냥을 했던 엄혹한 시절이었다는 것을 이 문건 한 장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기록만 한 것은 아니었다. 명진 스님은 지난 3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조계종단과 보수 언론을 동원해 명진 스님의 불교계 퇴출 공작을 벌였고, 이를 실행에 옮긴 충격적인 불법사찰의 민낯을 공개했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 2월, '명진 스님 X파일'을 통해 불법 사찰을 조명한 바 있지만, 문건의 구체적 내용이 문서 형태로 전격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기사 : 명진 스님 X파일]
① "명진 스님 집중 미행... 협조자 포섭해 불교계 퇴출" http://omn.kr/1mitx
② '명진 뉴스 다루지마'... 국정원과 언론의 공모 http://omn.kr/1mjfp
③ 한 시민을 매장하려 한 문건, 작성자는 공무원 http://omn.kr/1mk3z
④ 국정원 개혁위의 비개혁적 결론, 대통령은 알까 http://omn.kr/1ml6u
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문재인 대통령도 사찰했을까 http://omn.kr/1nz4q

이날 명진 스님이 오마이TV에 전격 공개한 불법 사찰 문건과 사전 인터뷰 내용 등을 종합해서 재정리했다.

[2010년 7월 13일 문건] 일명 포청천팀에서 '미행 감시' '프락치 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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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3일에 작성된 '종북좌파세력 연계 불법 활동 명진승 내사계획' 문건 ⓒ 오마이뉴스

 
집중 미감 실시

2010년 7월 13일에 작성된 '종북좌파세력 연계 불법 활동 명진승 내사계획' 문건에 표현된 용어이다. 여기서 '미감'은 '미행 감시'의 줄인 말이다. 국정원은 주간보고 형식으로 작성된 이 문건에서 단계별 추진계획을 이렇게 작성했다.
 
[1단계] 상세 신원 확인 및 기초자료 입수 분석 ○ 속가 가족 및 친인척 신원사항 확인, 월북자 등 신원 특이자 적출 ○ 출가 전후 행적과 종단과의 관계 및 봉은사 주지 임명 내막 확인

[2단계] 대상자 주변인물 협조자 포섭 및 집중 미감('미행감시'의 약어 - 기자 주) 실시 ○ 봉은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신도(OOO, OO세)를 협조자로 포섭, 해외 연계 종북좌파세력에 자금 제공 여부 파악 주력 ○ 대상자 집중 미감을 실시, 종북좌파세력 등 접촉인물 확인

이 계획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일까? 우선 명진 스님에게 '당시 국정원이 미행감시하고 있다는 정황을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저는 봉은사에서 천일기도를 하면서 산문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하-하. 미행감시를 할 수도 없었겠죠. 만약 부자 절의 주지였던 제가 슬쩍 저녁에 나가서 곡차라도 마셨다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봉은사에서 꼼짝하지 않고 들어 앉아 있었기에 미행 감시를 할 수도 없는 구조였죠."

하지만 명진 스님은 "봉은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신도를 협조자로 포섭하려 했던 공작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중에 저를 배신하는 사람인데 원세훈이 찾아와서 명진을 봉은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좋지 않은 소문도 떠돌았다고 했다.

"봉은사의 제 옆 방에서 손님맞이 등의 역할을 하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신도분이 와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저에게 '애도 둘이나 있고, 식당하는 여자도 있다는 데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냐'면서 따지듯 물었습니다. 누가 그랬냐고 확인하니 옆방에서 보좌하는 스님이 그랬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대질시켰습니다. 그렇게 말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스님을 봉은사에서 내보냈죠.

이런 일들이 다반사였습니다. 또 한번은 대학교에 입학하려고 미국으로 건너간 학생이 제게 문자를 보내왔더라고요. '그동안 스님 좋아하고 존경하고 의지가 됐는데 스님이 이런 분인줄 몰랐다'면서 '연락을 끊겠다'고 말입니다. 아마도 국정원에서 유포시킨 여자 문제나 '벤틀리를 타고 다닌다'는 등의 헛소문을 들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명진 스님은 "국정원에서 나를 사찰한 곳은 종북좌파 척결을 위한 특명팀, 일명 '포청천팀'이었다"면서 "그 정도로 내가 거물급이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2010년 1월 7일 문건] 명진 스님 퇴출에 언론-보수단체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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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2010년 1월 7일 작성한 '명진 봉은사 주지 최근 특이 동향 및 평가' 보고서 ⓒ 오마이뉴스

 
위의 문건은 2010년 1월 7일 작성된 '명진 봉은사 주지 최근 특이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 있는 내용이다.
 
언론매체·보수단체를 통한 반 명진 분위기 조성 병행
- ○○○ 보수언론 대상 명진 및 봉은사 관련 홍보성 보도가 명진을 미화하는 효과를 주고 있음을 지적하고 기사화 자제 촉구
- ○○○ 보수 인터넷 매체 대상 명진의 좌파활동 실체를 조명하는 기획보도 독려
- 3대 국민운동단체 등 보수권 대상 명진의 비이성적 반정부 행태 실상을 전달, 소속 회원들로 하여금 종교인 본분 일탈에 대한 비난 댓글달기를 전개하여 입지 위축

국정원이 명진 스님의 불교계 퇴출에 언론과 보수단체를 활용하는 내용은 위의 2010년 3월 31일 작성된 '명진 봉은사 주지 관련 각종 추문 확인 결과 및 평가' 문건에도 적시돼 있다. 조계종단에는 '징계'와 '퇴출' 등을 직접 주문했고, 언론과 보수단체에는 '추문'을 들춰내거나 확인되지 않는 각종 '설'을 퍼트려 명진 스님의 사회적 입지를 축소시키려 한 것이다.

국정원과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명진 스님은 사실 종북주의자에 가깝다> <"주지 더할 욕심" 발언에 '속물 명진' 비판> <명진 스님은 종법 파괴자... 조계종에서 퇴출하라> 등의 기사를 실었다.

명진 스님은 "특히 불교계 언론들이 나에 대해 음해모략을 펼쳤는데 그 중 하나가 불교신문의 봉은사 땅을 팔아먹으려고 했다고 한 보도였고, 이 허위보도에 대한 재판결과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이 제 승적을 박탈할 때도 한전부지 3만평을 이용해서 제가 500억원을 어느 사업자에 주려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내용은 1960년대에 강남 개발 당시 정부에 수용당한 땅 3만평에 속하는 한전부지를 개발해서 개발이익금 500억원을 봉은사에 시주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단이 얼마나 급했으면 그쪽에서 받기로 한 돈인데, 내가 누구에게 주려고 한 것으로 둔갑을 시켜서 저를 파렴치한으로 몰아 징계했다"면서 "법적으로도 명백하게 허위사실로 밝혀진 것이기에 조계종단은 저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제 승적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찰 13건? 빙산의 일각]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서 전부 공개하고 폐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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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작성한 명진 스님의 불법 사찰 파일 ⓒ 오마이뉴스

 
명진 스님은 "국정원이 국가안보에 관한 것이라면서 17건의 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산중에 사는 중을 뒷조사한 것이 무슨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냐"면서 "17건을 포함한 총 30건의 사찰 문건도 사실상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포빌딩에서 나온 사찰 문건들, 2008년 정무수석실에 보고된 것들도 다 빠져 있습나다. 사찰은 늦어도 2008년부터 해왔는데 내가 받은 가장 빠른 문건은 2009년 11월 13일 문건입니다. 이전의 사찰 자료를 다 내놓아야 한다. 특히 '명진의 막가파식 행태에 대한 전략적 대응 강구'라는 문건이 영포빌딩에서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되었는데 그것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또 원세훈이 간부회의에서 나에 대해 몇 차례 발언한 문건도 없고, 그 발언 후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문건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종합문건인데 이 문건이 만들어지기까지 국정원 IO들이 만든 첩보문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조계종의 누구와 만나 이야기한 것들이 보다 세밀하게 날짜까지 적시된 첩보문건들도 모두 공개한 뒤 폐기해야 합니다."


명진 스님은 "최근 사찰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 이전에 불법으로 만든 사찰 자료는 장물이고, 국가기관이 장물을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냐"면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지시를 해서 전면공개하고 폐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단은 지금?] "나의 퇴출 앞장선 자승은 '서초동 어르신' 추앙"

명진 스님은 2017년 8월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면서 조계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는 "조계종단은 국정원과 손잡고 나를 퇴출시키는데 앞장선 MB 하수인 자승에 대한 징계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합당한 도리이지만, 종회를 장악한 자승이 퇴임 이후 조계종의 상왕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지금 자승은 형식적으로는 봉은사 회주를 맡고 있는데 불교계에선 '서초동 어르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온갖 정치인들이 자승이 조계종의 실세라며 만나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합니다. 이번에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도 자승을 찾아갔는데 자승이 자기랑 찍은 사진을 선거에 써도 좋다고 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렇게 자승에게 힘을 실어주니 불교가 더 엉망진창이 되는 것입니다."

명진 스님은 지난 2021년 11월 조계종교육원장이었던 현응 스님(현 해인사 주지)이 <PD수첩> PD와 작가를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조계종단의 문제를 거듭 비판했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현응 스님이 술집에 가서 법인카드를 긁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죄를 묻지는 않았다.

명진 스님은 "박근혜 때 조계사 앞마당에서 경찰이 보는 앞에서 적광 스님이 폭행을 당할 때도 조계종 중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고, 몇 년 사이 자승의 횡령 의혹이나 프로포폴과 관련된 의혹도 제대로 조사 안했다"면서 "종교는 부담스러우니까 선택적 정의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7년 11월 6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6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명진 스님에 대한 불법사찰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명진 스님은 "그동안 내가 여러 경로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진행이 안 되고 있어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행된 <월간조선>(2021년 2월) 기사를 보면서 좀 이해가 됐다"면서 "MB정부 청와대에서 사찰과 나에 대한 퇴출 건을 주도한 것이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었는데, 당시 민정수석이 권재진이었고 실무담당이었던 선임행정관이 지금 법무연수원 연수위원으로 있는 한동훈 검사"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불법사찰의 당사자가 2017년-2019년 어간에 대검의 핵심인사인 셈"이라면서 "이것도 공수처에서 조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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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이 4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문건을 제시하면서 불법 사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TV

 
마지막으로 명진 스님에게 매월 1만 원 이상씩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 된 이유를 물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살아있는 소리, 거슬리는 소리도 많이 들어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이지요. 입에 단 음식은 몸에 해롭고 귀에 듣기 좋은 말은 인생을 망친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끝없이 우리 사회 현실과 문제에 대해 쓴 소리하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향해서 애쓰는 매체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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