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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시키는 건 해악, 의사와 판검사 사람 만드는 게 교육"

[혁신교육감들 ②] '아이들에게 놀이 밥상' 차려온 민병희 강원교육감의 일갈

등록 2021.02.26 19:00수정 2021.02.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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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 10년 무엇을 남겼나?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혁신교육감 인터뷰를 이어갑니다.[편집자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권우성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코로나19 백신까지 볼모로 삼으려는 일부 의사들. 이들에 대해 50여 년 가까이 교육자 길을 걸어온 민병희(67) 강원도교육감은 어떻게 생각할까? 교사와 해직교사, 전교조 강원지부장, 강원도교육위원을 거쳐 교육감 3선까지 된 범상치 않은 경력 소유자이기에 답변이 궁금했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최고로 우대해서 키우는 교육은 오히려 사회에 해악이 된다는 것을 지금 일부 의사들이 보여주고 있어요. 저는 사회에 해악을 주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엘리트들이 바로 능력 만능주의가 키워낸 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 교육감의 진단은 '교육자답지 않게' 사나웠다. 민 교육감의 말이 이어졌다.

"교육은 '사람을 의사나 판검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판검사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혼자만 잘난 사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한국 교육계가 머리를 싸매야 할 때입니다."

2007년 미국 하버드대학 최초로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는 취임식에서 이렇게 연설한 바 있다. "교육과 학교는 목수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이 말과 맥이 닿아있다.

"1명의 인재가 10만 명 먹여살린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2년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이때를 앞뒤로 한국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 등이 줄줄이 생겼다. 명분은 '교육 다양화'였지만, 실제는 '부자들을 위한 엘리트교육'이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소수 엘리트 인재 양성론이 우리나라 교육계를 휘감은 것이다.

이런 교육론에 대해 민 교육감은 교육감에 처음 당선된 2010년쯤 기자를 만나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지 않겠다고 하면 10만 명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1명의 인재가 10만 명에게 사기를 칠 수도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권우성

 
이로부터 10년쯤이 흐른 지난해와 올해 소수의 엘리트 의사들에 의해 전체 국민과 정부가 휘둘렸다. 이에 대해 다시 10년 전과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답은 이랬다.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을 자기 삶의 주체가 되도록 교육해야지요. 우선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권학교를 2025년 일괄 폐지하는 데 한 치의 흔들림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 사는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 주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자기 자신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민 교육감이 2010년 취임 뒤 지금까지 11년 동안 강조해온 '행복 교육론'이 나온다. 그는 교육계에서 아이들에게 '놀이밥상을 차려주는 교육감'으로 유명하다. '초등학교에 놀이밥 공감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왜 놀게 했느냐'는 물음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윤 기자님은 밥을 왜 먹어요? 아이들의 밥은 놀이예요. 놀이가 밥도 되고 교육도 됩니다. 아이들이 놀지 못하면 몸과 마음에 병이 듭니다. 나는 놀지 못한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놀이밥 공감학교 사업은 초등학교가 학생들에게 놀이터와 놀이시간을 주어 하루에 100분 정도 뛰어놀게 하는 것이다. 2018년 40개교로 시작했는데 2020년엔 74개교로 늘어났다.

이쯤 되면 민 교육감이 생각하는 '놀이밥'은 학생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평생 책임지는 보약이란 생각이 들었다. 민 교육감은 2018년 강원교육청을 강원행복청으로 선포한 바 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강원도교육청 제공

 
민 교육감은 1974년부터 2002년까지 28년간 강원지역 중고교 수학교사로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3차례에 걸쳐 전교조 강원지부장을 맡아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 운동을 펼쳤다. 그 뒤에는 두 차례에 걸쳐 강원도교육위원을 지낸 뒤, 2010년부터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민선 교육감을 맡고 있다. 교육감 경력만 11년째다.

민 교육감은 47년 교육자 생활 동안 왜 아이들 행복과 돈 안 드는 교육을 강조하고, 특권 엘리트주의 교육을 반대해온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한 인터뷰는 2020년 12월 15일과 2021년 2월 24일, 대면과 서면 등의 방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직원 인물 사진 직접 찍어주는 교육감

- 교육청 벽에 직원들 웃는 사진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 건물 같기도 합니다. 
"우리 교육청 직원이 360명인데요. 건물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제가 다 찍은 겁니다. 직원이 전입 오면 서로 인사하고 그 다음에 밖에 나가서 인물 사진을 찍습니다. 직원 인물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기 렌즈 속에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 찍히더라고요. 밝게 웃게 하려고 제가 별의별 행동을 다 합니다. 그렇게 해서 서로 마음을 나눕니다."

이 말을 하면서 민 교육감은 일어나서 몸을 바삐 움직였다. 어느 새 물을 끓이더니, 기자 앞에 컵을 내밀었다.

- 여기는 교육감이 차를 직접 타시는군요. 
"10년 넘었어요. 내부 직원이든 외부 손님이든 제가 직접 차를 탑니다."

- 특이하네요. 
"10년 전쯤 3.8 세계 여성의 날에 여러 부서의 여직원들을 교육감실에 모셔놓고 얘기를 나눴어요. 제안문을 받아온 걸 보니 '차 대접' 문제가 여기저기 새카맣게 적혀 있더라고요. 여직원들이 차를 타야 해서 다른 일을 못한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 날부터 저는 제가 차를 직접 타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교육청 부서장들도 차를 직접 타 먹고, 나아가 학교에 교장 선생님들도 직접 차를 타고 있습니다. 여직원들이 차를 타는 문화가 사라지고 기관장이나 부서장이 직접 차를 타 먹는 문화가 생기니까, 권위주의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차의 미학'이더라고요. 허허."

- 요즘 의사협회가 '코로나19 백신 거부' 파업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학생 때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대우받던 분들입니다. 
"지금 고통을 받는 국민들이 백신을 얼마나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런 행동까지 하나요?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최고로 우대해서 키우는 교육은 오히려 사회에 해악이 된다는 것을 지금 일부 의사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에 해악을 주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엘리트들이 바로 능력 만능주의가 키워낸 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수많은 시험과 선발을 거치면서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았을 겁니다. 공평하지 못한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의 혜택을 받은 것이지요. 고루 돌아가야 할 혜택을 더 받았으면 공동체 안에서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자신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 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렇죠. 그들이 가진 능력이 온전히 자신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졌을까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세상 누구도 혼자 잘 살 수는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교육에서도 공동체, 협력, 공존 같은 것이 더욱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제도적으로는 특권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복원 불가능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자사고, 특목고 같은 특권교육이 지속되면 결국 교육에 따른 계급화가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들 특권학교에 대한 2025년 일괄폐지 정책에 한 치의 흔들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학교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하버드대학 최초로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드루 길핀 파우스트는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나라 형편에 맞게 말하면 '교육은 사람을 의사나 판검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판검사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이야말로 혼자만 잘난 사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한국 교육계가 머리를 싸매야 할 때입니다."

- '한 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모든 사람을 자기 삶의 주체가 아니라 강자에게 예속되게 하는 상황을 당연시하는 주장입니다. 한 사람에 의해 사회가 굴러갈 수는 없습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는 각기 가치와 역할이 있습니다. 그 가치와 역할을 살려주는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오늘 놀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권우성

 
- 놀이밥 공감학교가 2018년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놀 장소도 없고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놀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는 못 놀아요. 다 아는 말이지만 프뢰벨은 '놀이란 아이들이 자라나는 그 자체'라고 했습니다. 잘 노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8년에 놀이밥 공감학교를 시작했습니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놀기도 하는 곳이다. 놀이가 곧 교육이다.' 이런 믿음을 갖고 출발한 것이지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놀이를 할 수 없는 고립된 아이들이 있어요. 신체와 정신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는지 몰라요."

- 왜 놀이를 교육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윤 기자님은 밥을 왜 먹어요? 아이들의 밥은 놀이예요. 놀이가 밥도 되고 교육도 됩니다. 놀이는 교감능력과 협력, 창의력은 키우고 스트레스는 줄입니다. 아이들이 놀지 못하면 몸과 마음에 병이 듭니다. 나는 놀지 못한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흉악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니 놀이는 정말 중요한 교육이죠."

- 학부모들은 아이들 많이 놀면 걱정을 합니다. 
"우리 사회는 노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놀고 있네', '잘들 논다', '노느니 염불한다', 이런 말만 봐도 그렇습니다. 노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지요. 경쟁과 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게 학교에서는 성적과 맞물려 제대로 놀지 못하는 모습이 굳어져 버렸습니다.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아이들 성취도는 늘 최상위인데 학업 흥미도는 꼴찌입니다. 공부는 잘 하지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성적이 무슨 가치가 있습니까? 잘 노는 아이가 잘 자랍니다. "

- 한국 청소년 자살률이 심각합니다. 묘안이 없을까요?
"정책으로 청소년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육에서 무한 경쟁 체제를 없애는 것입니다. 현재의 입시 경쟁 체제는 국가 발전에도, 아이들의 안정된 삶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최후의 한 사람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열패자로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경쟁은 당연한 것으로 알아왔잖아요. 하지만 많은 행동경제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인간은 경쟁보다 협력에서 더 큰 만족과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입시가 없는 다른 나라 사례를 이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 경쟁 없애는 것과 함께 학교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이들이 혼자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안전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살하는 아이들은 시도 전에 흔적을 남깁니다. 나를 봐달라는 것이지요. 이 외침을 놓치지 않고 다가가 손 잡아주는 시스템을 확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놀이밥 사업의 취지가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몇 년 전엔 강원행복청을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은 커서도 행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가고,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내일의 주인공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시민들입니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고, 그것이 모여 나날이 행복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오늘 놀 것이 있으면 내일로 미루지 말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우리나라 중고교생들의 행복도가 최근 6년 사이에 22.6% 뛰어 올랐습니다.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도 순위는 여전히 하위권이고, 향상도는 최상위권입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행복도가 여전히 하위권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우리 현실입니다. 향상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희망의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진보 교육감이 대거 출현하면서 전국적으로 학교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과거의 권위주의, 살인적 성적 경쟁 같은 것이 많이 사라졌는데 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대통령의 정시 강화 발언 듣고 아찔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권우성

 
- 학생들 행복을 가로막는 교육제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입시가 핵심이죠. 아무리 좋은 교육적 시도도 입시 앞에서는 무력해집니다. 시험에 의한 선발이 정말 평등한 것인지, 개인의 능력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에서만 나오는지 성찰이 필요합니다. 시험성적이나 능력이 축적되는 사회적 배경을 무시한 채 모든 것을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돌리면 1%의 승자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고교 과정을 마친 학생이면 어느 대학이든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대신 고교 과정 이수 자격은 엄정하게 판단해야지요. 이렇게 되면 고교에서는 정말 필요한 것을 제대로 배우게 될 것이고 동료들과 점수 1점으로 경쟁하는 일도 사라질 것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기본 원리를 익히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진짜 경쟁은 생각하는 힘을 바탕으로 대학, 대학원에서 이루어져야죠. 그게 교육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 그런데 교육부는 정시 강화방안, 다시 말해 수능 확대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2019년에 국회에서 '정시 강화'를 얘기하시는 걸 보고 아찔했어요. 대통령이 그 발언을 한 순간 되돌릴 수가 없잖아요. 고교 공교육을 강화하고 교육혁신을 이루겠다는 기존 대통령 공약과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수능 확대 방안은 고교 현장을 속된 말로 '멘붕'에 빠지게 했습니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혁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되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게 많지만, 교육문제에서만큼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주변 참모들이 방향을 잘못 보고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수능 위주 선발이라든지 대학 서열화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단순 점수 위주의 신규사원 선발방식을 바꾼 지 오래입니다."

- 평소 '미래를 이끄는 혁신교육'이란 말씀을 해왔습니다. 혁신교육이 미래지향적 교육이라고 보십니까? 
"당연히 그렇습니다. 전통사회에서는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이 변화를 주도하고 사회를 이끌어 갔습니다. 미래사회는 AI(인공지능)를 비롯한 과학기술 발전이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이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한 것이죠. OECD에서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으로 제시한 것이 창의성, 문제해결력, 협동과 공감, 갈등관리, 책임감과 도덕적 인성 등입니다. 이런 역량들을 키우는 것이 기존의 점수 위주, 수능 대비 교육으로는 가능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아이들을 주체로 놓고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혁신교육이기 때문에 미래를 이끌 수 있다는 얘깁니다."

코로나19로 2020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올해도 난관이 예상됩니다.
"강원도에서는 2020년 학내 전파가 딱 한 건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만큼 학교 구성원들이 방역을 철저히 했다는 얘긴데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런데도 급식도 시차를 두고 거리두기를 잘 하는 등 선생님들 지도를 잘 따랐습니다. 오히려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지침을 잘 지켜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딸이 있는데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나에게 '떨어져 앉아야 한다'고 해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라고 하고요. 어린이집에서 배운 바대로 하는 것이죠."

- 교육부의 등교수업 확대 지침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2020년 초기엔 무조건 등교를 못하게 했잖아요. 강원도는 학생 수보다 교직원이 더 많은 학교도 많은데, 이런 학교들까지 학생들은 학교 못 오고 교직원만 나오는 이상한 상황이 됐죠. 획일적인 전국 통일지침에서 한발 물러나 400명 이하 작은 학교는 등교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줘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강원도는 학교 규모도 작고, 학급당 학생 수도 적어서 대면수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마스크 지침,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더 잘 지켜... 아이들은 배운대로 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권우성

 
- 3선 교육감으로 10년간 활동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민선 1기 교육감에 출마했을 때 선거 사무실 벽에 큰 현수막 두 개를 걸었습니다. 내용은 '고교평준화', '돈 안 드는 교육'. 지금 강원도는 이 두 과제를 거의 해결했습니다. 이 두 약속을 지킨 것이 제일 뿌듯합니다. 고교 평준화 전까지만 해도 고교생들이 교복 색깔로 차별받았습니다. 이른바 명문고라는 곳에 가려고 초등학교부터 고입 사교육에 시달렸어요. 평준화 반대 세력은 '학력 저하'를 얘기했지만, 지금 강원도 고교가 평준화가 된 뒤 서울에 있는 주요대학에 간 숫자가 확 늘어났습니다. 무상급식도 취임하면서 바로 추진했는데, 결국 전국 최초로 유초중고 무상급식을 시작해서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 학생인권조례는 아직 제정하지 못했습니다만. 
"이것이 제일 마음이 아파요. 사실 이 학생인권조례는 특정교단에서 반대하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중심이 되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조례가 통과되면 '성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트집을 잡았습니다. 조례 제정을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의회와 반대세력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21년에 또 시도할 겁니다."

- 남북 교육교류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아시다시피 강원도는 유일한 분단도입니다. 강원도에서 평화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금은 교육교류가 막혀 있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리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동해선 최북단 제진역에 전국 학생들이 북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현재 기관차 하나와 객차 다섯 량을 설치하고 2021년 3월에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내부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교류 관련 연구, 연수, 교류사업 준비하려고 폐교된 거진초 송정분교 자리에 남북교육교류협력 사무소를 설치합니다. 저는 북의 원산과 남의 강릉이 수학여행단을 교환하고, 남과 북의 아이들이 고성에서 만나 토론하고 야영을 같이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상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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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감들 ①] '일제잔재 청산교육' 나선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http://omn.kr/1rz3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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