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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도서관은 닫아도 책 세계는 열려있습니다

지역 문화생활의 빛 꺼지지 않도록... 코로나 시대를 넘겨온 옥천 도서관의 대안

등록 2021.02.27 11:54수정 2021.02.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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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의 대다수 도서관이 휴‧개관을 반복해야만 했다. 해가 바뀐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책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 문화 활동의 보고로, 주민의 일상에 색을 입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온 도서관. 그 빈자리가 주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문화 기반 시설이 부족한 농촌에서 도서관의 기약 없는 휴관은, 지역 문화 생활을 텅 빈 회색빛 거리처럼 만들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도 정신의 밭을 가꾸려는 기본적 욕구까지 얼어붙게 할 순 없는 법. 지난해 각 지역 도서관이 비대면 대출‧반납 서비스와 각종 온라인 행사 등 코로나 상황에 대안이 될 도서문화 활동의 장을 부지런히 마련해온 이유다.

충북 옥천의 도서관 역시 처음 겪는 혼란을 딛고 여러 비대면 활동을 꾸려왔다. 지난해,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지역 문화의 맥을 뛰게 한 옥천 도서관의 활동을 소개한다.

불편함을 넘어 새로운 문화로
      

옥천교육도서관의 '응원 뿜뿜! 건강 뿜뿜!' 선물 준비 모습 ⓒ 옥천교육도서관


"책 찾으러 오셨어요? 여기서 가져가시면 돼요!"

지난 1월 21일 비 내리던 오후. 책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자동차로 도보로, 옥천군민도서관에 하나둘 들어선다. 도서관 입구에서 기다리던 '북 드라이브 스루' 도우미는 서둘러 이용자를 맞이한다.

홈페이지로 먼저 신청받은 도서는 소독을 마친 채 놓여있다. 이용자는 대출 내용을 확인받은 후, 가방에 책을 담아 도서관을 나선다. 앞으로 펼쳐볼 책 세계에 대한 설렘은 흐린 거리의 채도를 조금은 높여준다. 코로나 상황이 바꾼 도서관의 새 풍경이다.

옥천읍에는 옥천군 평생학습원이 운영하는 옥천군민도서관과 옥천교육지원청의 옥천교육도서관, 총 두 곳의 큰 도서관이 있다. 두 도서관 역시 지난해 휴관과 부분개관을 거듭했지만, 다양한 비대면 활동을 기획해 불편함을 새로운 문화로 대체해갔다.


옥천군민도서관은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비대면 대출‧반납 체계 '북 드라이브 스루'를 이어오고 있다. 옥천교육도서관 또한 지난해 3월, '비대면 안심 대출‧반납 서비스'를 시작하며 잠자는 책을 깨웠다.

두 도서관 모두 과정은 비슷했다. 이용자는 홈페이지로 원하는 날짜‧시간에 맞춰 대출을 신청한 후, 담당자가 수집해 소독까지 완료한 책을 도서관 입구에서 찾아갔다. 다 읽은 책은 무인 반납함에 쏙 넣기만 하면 됐다.

군민도서관 어린이자료실 김혜진 사서 도우미는 "아시는 분들은 북 드라이브 스루를 꾸준히 이용하신다. 아동도서 같은 경우 만화책‧그림책, 학년별 필독도서가 많이 대출된다"고 전하면서도 "휴관이 길어지다 보니 언제 문을 여는지 문의도 많이 받는다. 얼른 상황이 나아져서 개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심 대출로 교육도서관을 찾은 신수연(옥천읍 문정리)씨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시기라 일주일에 한 번 대출하려 한다"며 "아무래도 직접 책을 보며 고르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빌릴 수 있어 좋다. 한 권씩 다 찾아야 하니 사서분께서 일이 더 많아지셨을 것 같은데 감사하다. 찾아가라는 문자도 주셔서 편하다"고 말했다.

그림책 놀이부터 문학 창작까지... 온라인 강의 '풍성'

여러 온라인 행사와 비대면 강연도 병행됐다. 교육도서관은 지난해 봄 '응원 뿜뿜! 건강 뿜뿜!' 책 선물 행사를 진행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바이러스나 면역력 관련 도서를 응원 문구와 함께 온라인으로 신청받고 신청인이 지정한 옥천 주민에게 선물하는 형식이었다. 방역 물품까지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받은 주민들은 '옥천 맘카페'에 "감동"이라며 소감을 게시하기도 했다.

비대면 강연도 온라인 화상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여러 차례 열었다. 동화책을 읽고 장난감도 만드는 강좌 '동화 장난감 뚝딱뚝딱'이 6·7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성인을 위한 그림책 강좌도 두 차례 열렸다.  
 

북 드라이스 스루를 운영 중인 옥천군민도서관 ⓒ 월간 옥이네

 

옥천군민도서관을 이용 중인 시민 ⓒ 월간 옥이네

 
군민도서관은 지난 1월 초등학생 대상 겨울방학 온라인 특강을 진행했다. 총 2개의 강좌로, 영어책 읽기에 놀이 활동을 더한 '놀이와 함께 영어 GO GO!'와 책과 취미 활동을 연계한 '슬기로운 집북(BOOK)생활'이 그것. 그중 슬기로운 집북 생활은 환경 관련 책과 영상을 보고 천연가습기를 만드는 등 교육적 요소와 재미를 함께 담아낸 내용으로 4차례 진행됐다. 강좌에 참여한 설소연 학생은 "책 읽고 생각을 나누고, 여러 가지 만들기 활동도 해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군민도서관 정주혁 담당자는 "코로나 상황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비대면 서비스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면 대출‧반납이나 도서문화 프로그램이 자유롭게 이뤄지기 어려운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는 비대면 시스템을 병행해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올해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 놀이 활동이나 성인을 위한 독서토론회, 문학 창작 활동을 계획 중에 있다. 상황을 지켜보고 대면‧비대면 여부를 판단할 것"고 덧붙였다.

교육도서관 유아름 담당자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온라인 행사의 경우 다른 지역 교육도서관들과 함께 상의하거나 참고해 운영하려 했다"며 "무엇보다 주민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힘을 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전화나 이메일로 감사 인사를 주신 분들도 있었고, 새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전화번호를 남기신 분도 계셨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올해도 비대면 교육, 온라인 행사 등을 다채로이 계획해 집에서도 풍성한 문화 행사를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최근 교육도서관은 교육문화복합공간 조성 공사로 휴관에 들어갔다. 김형섭 담당자는 "도서문화 활동은 비대면으로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며 "대출은 어려운 상황이고, 미반납 도서는 도서관 앞 '카페 2월'에 반납함을 마련했다. 재개관일은 아직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11월쯤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북 드라이브 스루 인터뷰] 가방 속 책이 궁금해요
 

옥천시민들이 도서관 북 드라이브 스루로 빌린 책들 ⓒ 월간 옥이네


김제제(옥천읍 문정리) : "도서관 홈페이지 보고 알게 돼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대출하고 있어요. 제가 빌리는 책을 누가 빌렸을지도 모르니까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대출할 수 있어서 좋아요!"

라틴어 수업│ 한동일 │흐름출판
"저는 해리포터를 좋아하는데, 주문이 대부분 라틴어더라고요. 라틴어는 한 번도 안 배워봐서 이 책 읽고 괜찮으면 앞으로 더 공부해볼 생각이에요."

데미안│ 헤르만 헤세 │더스토리
"항상 이 책이 대학생 필독서로 뽑히는데 되게 어렵더라고요. 매번 읽으려고 해도 한 30페이지 정도만 읽고 포기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바뀐 표지가 예쁘기도 하고, 한 번 완독해보자는 마음으로 빌렸어요."

이화영(옥천읍 장야리) : "도서관이 언제 여는지 계속 확인하다가 이런 걸 한다고 알게 됐고, 궁금했던 책들을 검색해서 빌렸어요. 대출 시간도 설정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직접 책을 살펴보고 빌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해요. 그래도 휴관이 길어지는데 도서관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줘서 고맙고 좋죠. 안 그러면 책을 계속 구입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조금 부담스러우니까요. 요즘 같은 상황에 위안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매트 졸러 세이츠 글, 막스 달튼 그림, 조동섭 역│윌북
"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사용된 소품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서울에서 전시회 갔다가 미술관 서점 같은 곳에서 발견했는데, 엄청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혹시나 군민도서관에 있나 검색해봤더니 마침 딱 있길래 빌렸어요."

시크 : 하다│ 조승연 │와이즈베리
"요즘 집에서 주로 있으니까 유튜브를 많이 보게 됐어요. 그러다 조승연 작가를 알게 됐는데, 이 사람이 되게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어떤 내용의 책을 썼을까 궁금해져서 한 번 빌려봤어요."

[관련기사] 
"올해도 참자? 안 돼" '코로나 멈춤'의 대안을 찾아라 http://omn.kr/1s6ud
자동차극장, 랜선 방학특강... 도서관에서 신청하세요 http://omn.kr/1s6ue

월간 옥이네 2021년 2월호(통권 44호)
글·사진 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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