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보며 5.18 떠올라... 손가락 세 개 올린 그들, 응원해야"

[인터뷰] 미얀마 쿠데타 후 첫 사진전, 김옥열 작가-황정아 대표

등록 21.02.23 07:27l수정 21.04.21 11:57l소중한(extremes88)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의 모습 ⓒ 이희훈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의 모습 ⓒ 이희훈

 
"대한민국 사람들은 민주화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화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의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얀마 사람들의 싸움을 지지해줬으면 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잖나. 작은 일이라도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모습을 전시하는 사진전이 한국에선 처음으로 광주에서 열렸다.
 
22일 광주 동구 메이홀에서 시작된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서 만난 김옥열 작가(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와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심"이라며 "그들에겐 '우리가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군부에겐 '우리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전에는 군부 쿠데타 이전 미얀마의 평화로웠던 일상과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위 현장의 사진이 함께 전시돼 있다. 평화로운 농촌의 지평선과 물대포차와 시위대를 가르는 차단선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똑같이 평화를 바라는 모습이지만 과거엔 향초 앞에서 행복을 빌었다면 이젠 거리에 나서 손가락 세 개(영화 <헝거게임>에서 나오는 저항의 상징)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전에 전시된 과거 사진은 광주의 사진작가와 연구자(김영혜·김옥열·남인정·박명식·양송희·이상덕·이승룡·천득염·황향운)들이 찍은 것이고, 현재 사진은 미얀마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사진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이 보내온 것이다.
 
사진전을 주관한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는 미얀마 여성인권과 보건·위생 환경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활동해 온 단체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김옥열 작가는 "미얀마의 상황이 1980년 우리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5.18 땐 정보통제가 심했고 정보통신도 발달하지 못해 참상이 알려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며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많은 이들이 미얀마 국민들에 공감을 표시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황정아 대표는 "저기 사진 속의 노란 탑이 보일 거다. '술레 파고다(Sule Pagoda)'라고 하는 곳이다"라며 "1988년 88항쟁과 2007년 샤프란 혁명 때도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모였던 곳이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과 같은 곳에 지금도 많은 미얀마 국민들이 모여 있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미얀마 모든 영역에서 들고 일어나"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왼쪽)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미얀마 군사쿠테타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세이브 미얀마'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 : 미얀마에 사진 촬영을 다니며 애정을 갖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1980년 광주의 상황과도 겹쳐 보였다. 광주도 5.18 때 똑같은 일을 겪었잖나. 당시엔 통신이 발달하지 못해 외국에 알리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 미얀마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황 : 미얀마의 여성인권과 보건·위생 환경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때문에 지금 군부 쿠데타에 의한 저항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사진전을 준비하게 됐다.
 
- 김 작가는 과거 미얀마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미얀마에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김 :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기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한 눈에 반하는 느낌 있잖나. 사진으로 찍어 봐도 미얀마 사람들의 표정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삶의 여유와 행복이 묻어났다.  
 
- 이번 군부 쿠데타 소식을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황 : 2016년 1년 동안 미얀마에서 살았다. 당시 민선정부가 막 집권을 시작했을 때인데 당시 분위기가 너무도 생생하다. 민주화에 대한 희망으로 공기가 달랐다. 정말 긴 기간 동안 군부독재를 겪었기 때문에 모두 민주주의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맘 놓고 기뻐할 수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정부의 힘이 너무도 약했기 때문이다. 행정부만 바뀌었지 사회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는 언제든 뒤엎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걱정했던 일이 5년 만에 벌어지고 말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김 : 미얀마를 여행하며 '이 사람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왜 이리 조용할까'란 생각을 했었다. 여행 당시만 해도 아웅산 수치가 집권하고 있을 때인데 말이다. 근데 (행정부만 바뀌었지) 실상 사회 곳곳은 군부가 장악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이번 군부 쿠데타 이후 거의 모든 영역의 미얀마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일사분란하면서도 질서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깜짝 놀랐다.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사진전은 미얀마의 평화로웠던 일상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사진전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김 : 폭력으로 얼룩진 미얀마가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의 평화와 민주화를 바란다.
 
- 현재 미얀마 현장의 사진은 어떻게 제공받았나.
 
김 : 미얀마 내 프리랜서 사진작가 그룹뿐만 아니라 사진을 생업으로 삼는 그룹에서도 보내왔다. 때문에 사진들이 굉장히 생생하다.
 
- 그들이 전하는 현지의 상황은 어떤가.
 
김 : 언론에 보도됐듯 군부의 발포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인터넷을 차단하는데 그때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을 체포해간다고 한다. 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황 :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개입을 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군부가 쿠데타를 철회하고 지난해 11월 선거 결과대로 정부가 들어서길 원한다.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 계속 보내야"
      
-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 중 이것만큼은 꼭 알리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김 : 물대포를 피하기 위해 비닐을 쓰고 있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담긴 과거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을 대비해 전시했는데 지금 미얀마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인 것 같다.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황 : 저기 사진 속의 노란 탑이 보일 거다. '술레 파고다(Sule Pagoda)'라고 하는 곳이다. 1988년 88항쟁과 2007년 샤프란 혁명 때도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모였던 곳이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과 같은 곳에 지금도 많은 미얀마 국민들이 모여 있다.
 
- 5.18의 도시인 광주에서 열리는 사진전이기에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 :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진다. 5.18을 겪은 우리에게 지금 미얀마에서 보내온 사진 속 장면은 너무도 익숙하다.
 
- 5.18의 참혹했던 모습도 사진·영상 등을 통해 해외와 전국 각지에서 보도·전시되며 결국 민주화의 초석이 됐다. 이번 사진전도 조금이나마 그러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김 : 그랬으면 좋겠다. 미얀마의 상황이 1980년 우리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5.18 땐 정보통제가 심했고 정보통신도 발달하지 못해 참상이 알려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많은 이들이 미얀마 국민들에 공감을 표시해줬으면 한다.
 
- 최근 유혈사태 소식 등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김 : 워낙 불투명한 상황이고 사망자도 나오는 상황이라 걱정이 가장 앞선다. 현재로선 안전하게 싸워 꼭 이기란 말을 미얀마 국민들에게 해주고 싶다.
 
황 : 미얀마 사람들이 갖고 있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스러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슬프다. 그리고 시위가 이어지다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시간은 군부의 편이다. 그 점이 가장 무섭다.
 
-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 : 미얀마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심이다. 그들에겐 '우리가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군부에겐 '우리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줘야 한다. 그 메시지가 지속된다면 군부는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고 시위하는 이들도 힘을 얻을 것이다. 얼마 전 광주시민단체협의회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는데 미얀마 국민들이 정말 고마워하며 SNS에 많이들 공유하더라.
 
김 : 대한민국 사람들은 민주화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화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의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얀마 사람들의 싸움을 지지해줬으면 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잖나. 작은 일이라도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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