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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빵집에서 '용기 내'봤습니다, 결과는요

나의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많이 낯설었지만, 꾸준히 실천하렵니다

등록 2021.02.21 16:38수정 2021.03.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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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손에 밀폐용기를 든 채 빵집에 들어갔다. 빵을 비닐이 아닌 통에 담아가기 위해서였다. 비닐이며 종이봉투며 빵을 다 포장해주는데 왜 굳이 통에 빵을 담아가야 했을까. 그것은 바로 얼마 전에 알게 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제로웨이스트(ZeroWaste)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원칙'이라고 한다. 이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한 신문기자가 쓴 기사에서였다.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몸소 실천한 기자의 경험담을 기사로 읽게 되었다. 여러 실천 내용 중 밀폐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것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밀폐용기에 음식 포장하기를 직접 실천해보기로 했다. 

30분처럼 느껴진 3분 
 

이곳은 줄서서 계산을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은 유명한 빵집이었다. 사람이 적은 빵집을 갔다면 덜 부끄러웠을 텐데. 실수였다. ⓒ 권태현

 
빵집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줄 서서 계산을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은 유명한 빵집이었다. 이날도 열댓 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다. 밀폐용기를 옆구리에 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샛노란 크루아상과 각종 견과류가 알알이 박힌 식빵을 하나씩 골랐다. 허리춤에 있던 밀폐용기의 뚜껑을 열었다. 빵을 담았다. 

밀폐용기를 가지고 빵집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막상 통에 빵을 담고 보니 그제서야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웬 통인가 했더니 빵 담으려고 저걸 들고 여기까지 온 거야?'라며 누군가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곁눈질로 연신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겨우 카운터 앞에 도착했다. 마음같아서는 얼른 계산하고 나가고 싶었지만 계산을 하기 위해 6~7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던 터라 나도 그 틈에 끼어 내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그날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졌다.


줄 서 기다렸던 3분의 시간이 30분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직원이 날 보더니 살짝 멈칫했다. 보통은 곧바로 빵을 비닐에 담아주는데 내가 빵을 담을 통을 들고 있으니 뭔가 이상했나 보다. 직원이 내게 물었다. 

"비닐은 필요 없으세요? 그 통에 담아가실 건가요?"

직원이 내가 들고 있던 밀폐용기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하던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유별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혹여나 뒷사람이 쳐다볼까 싶어 빵이 담긴 밀폐용기를 가슴 쪽으로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평소 남을 잘 의식하지 않는 편인데 이때만큼은 큰 잘못이라도 한 사람마냥 창피했다. 나는 계산해주던 직원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예에..."

결제를 한 후 도망치듯 빵집을 빠져나왔다.

제로웨이스트가 '일상'이 되는 날을 꿈꾸며
 

밀폐용기에 담아온 빵이다. 생각 이상으로 민망하고 창피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 권태현

 
견과류가 든 식빵은 원래부터 비닐로 포장되어 있어서 굳이 밀폐용기가 필요없었지만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크루아상은 밀폐용기 덕분에 비닐 하나를 아낀 셈이었다. 평소에 빵을 먹고 난 후에 버려지는 비닐을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비닐 배출 없이 빵만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밀폐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텀블러 사용하기, 빨대 사용 자제하기, 페이퍼타올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시장갈 때 비닐봉지와 장바구니 챙겨가기 등등 평소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다 보니 밀폐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취급을 받을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찰나에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쓴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길 바란다. 낭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고 공유하길 바란다. 내가 신문기자의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보고 용기를 내어 통에 빵을 담아왔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내가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챌린지에 영감을 받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해나간다면 좋겠다.

그럼으로써 제로웨이스트가 도전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일일 것이다. 현재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자연 훼손이 인간에게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경각심을 가진다면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지도 모른다. 
#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챌린지 #제로웨이스트캠페인 #쓰레기줄이기 #일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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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씁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생각과 시선을 글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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