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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소장 곱게 안 보내는 조선일보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추모는 없고 문 대통령 분향소 발언만 공격

등록 2021.02.18 16:56수정 2021.02.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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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한 뒤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워낙에 김용균 열사의 죽음도 안타까워하셨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거 제대로 만들어져야 된다 이런 말씀하셨고 재벌 위주의 어떤 경제 구조 이런 것도 개편을 해야 되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또다시 사회적 타살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 항상 안타까워하는 것뿐만 아니라 분노하셨죠."
- 17일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한 고 백기완 소장 장녀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빈소를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백기완 선생님을 여러 차례 만나 뵙고 말씀을 많이 들었다"라며 위로와 애도를 전했고, 백원담 교수를 비롯한 유족들은 백 소장의 생전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유족 및 장례위원들은 이외에도 고인의 뜻으로 세월호 진상규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및 재벌 위주 경제 구조 개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생전 백 소장이 '촛불정신'을 강조하고 '촛불정부'를 응원한 만큼, 문 대통령으로선 뼈아프게 들릴 수 있었다. 청와대는 이런 대화나 조문 시 분위기를 풀영상으로 공개했다.

"세월호 분들 아버님이 가장 가슴 아파하셨는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고 많이 안타까워 하셨습니다."(백원담 교수)

"정부는 특별히 (사참위를) 더 연장하고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 대로 진상규명이 속 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부분의 언론 보도도 이런 반응을 전한 게 전부였다.

<조선일보>는 달랐다. 지난 16일 백 소장의 타계 소식을 전한 건조한 부고 이외에 별다른 추모 기사를 싣지 않던 <조선일보>의 관심은 온통 문 대통령의 조문에 집중돼 있었다. 심지어 18일 자엔 사설까지 썼다. 위와 같은 백 교수와 문 대통령의 대화를 직접 언급한 사설의 제목은 <유족 원하는 대로 나와야 '세월호 진상'이라면 수사 재판 왜 하나>였다.

사설까지 쓴 <조선일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이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 지휘부 10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유족들이 반발했다. 결국 대통령 말은 유족들이 바라는 대로 유죄 판결이 나왔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가 해당 사설에서 해석 혹은 곡해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다. 자고로 화맥(話脈), 즉 발언의 맥락은 발화하는 이의 상황과 장소, 대화 상대와의 관계 등 여러 의미망에 대한 고려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대화에 있어 '텍스트보다 콘텍스트(맥락)가 중요하다'라는 강조도 같은 맥락일 터다. 이날 문 대통령이 빈소에서 건넨 "안타깝다"라는 발언 역시 고인의 뜻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 그리고 이들에 대한 위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런 맥락을 따질 의도가 전혀 없었다. 도리어 검찰 세월호 특수단이 세월호 관련 17개 혐의 중 13개를 무혐의 처리한 것을 두고 "유족이 원한다고 해서 없는 죄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단정한 뒤 해당 사설을 이렇게 결론지었다. '한풀이'와 같은 표현은 마치 '세월호는 교통사고'라던 어느 보수야당 정치인의 발언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책임질 사람들은 감옥에 갔다. 그런데 이것을 넘어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만들라고 한다면 그것은 진상 규명이 아니라 한풀이다. 그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보다 유족의 요구와 희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분향소에서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썼던 일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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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8일 자 사설 <유족 원하는 대로 나와야 '세월호 진상'이라면 수사 재판 왜 하나>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17일과 18일 양일간 1꼭지씩 보도했고, 18일엔 지면에도 실었다. 사실 부고 외에 별다른 백 소장 타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던 <조선일보>가 주목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작년 7월 별세한 고 백선엽 장군과의 비교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빈소를 방문해 조문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게시판과 언론 보도 댓글 등에는 문 대통령이 작년 7월 고 백선엽 장군 별세 때는 조문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다시 나왔다. 문 대통령이 당시 백 장군 빈소를 찾지 않아 홀대 논란이 불거졌지만 청와대는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고 비서실장 등이 조문을 갔다. 그 안에 모든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었다.

17일 오전 <조선일보>의 <文대통령, 백기완 빈소 조문…"백선엽 별세와 너무 다르다" 목소리> 기사의 말미다. 해당 기사는 문 대통령의 빈소 방문을 건조하게 스케치한 후 난데없이 온라인 게시판 내용을 끌어들였고, 이를 제목으로 뽑기까지 했다. 이후 <조선비즈>를 비롯해 몇몇 보수매체도 줄줄이 '백선엽'을 제목으로 뽑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18일 오후까지 <조선일보>가 백 소장을 추모한 기사는 16일 오전 부고 기사가 유일했다.

여든 살 백기완 소장의 일침
 
"조선·중앙·동아가 왜 썩은 건지 알아? 사주만 썩은 것이 아니라 언론인이 언론인이길 포기해서 그런 거야." 
- 2012년 5월 <미디어오늘>, <'청년' 백기완이 위기의 진보에 던지는 '일갈'> 중

당시 여든이던 백 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사 노조의 파업에 대해 "자기 자신이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 언론인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다 방송노조 파업 싸움에 정말 힘을 보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라며 위와 같은 일침을 남긴 바 있다. 

89세로 타계한 '거리의 혁명가', '한국 진보운동의 큰 어른'이 평생 불화해온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족벌언론, 보수언론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백 소장이 백선엽 장군을 거론한 <조선일보> 기사를, '한풀이' 운운한 사설을 읽었다면 또 어떤 불같은 일침을 전했을까. <조선일보>가 19일 영결식을 앞둔 고인과 유족에게 최대한 예의를 다하는 방법은 건조한 부고 기사 하나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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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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