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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동거동락' 부활... 유재석의 전환점이었다

[TV리뷰] <놀면 뭐하니?>의 꾸준한 발굴 반가워

21.02.14 13:07최종업데이트21.02.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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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유니버스'라는 신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MBC <놀면 뭐하니>가 이번에는 추억의 예능 '동거동락'을 살려냈다. 13일 오후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는 '2021 동거동락'이라는 포맷으로 MC 유재석을 비롯하여 김종민- 데프콘-조병규-제시-홍현희-조세호-탁재훈-이영지-츄(이달의소녀)-주연(더보이즈) 등이 출연했다.

'동거동락(정식 명칭 스타서바이벌-동거동락)'은 2000년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한 코너로 출발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설의 예능이다. 가수, 배우, 개그맨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이 함께 모여서 '잘생긴 팀'과 '못생긴 팀'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게임과 장기자랑을 즐기는 '21세기형 명랑운동회' 스타일의 버라이어티 예능이었다.

매주 투표로 한 명씩 탈락자가 발생하여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형식, 출연자 전원이 하룻밤을 합숙하고 다음날 새벽에 잠이 덜깬 상태에서 노래 완곡 게임을 펼치게 하는 등, 무려 1박2일간에 걸쳐 진행되는 장대한 스케일과 이색적인 구성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제목의 유래가 된 사자성어인 '동고동락(同苦同樂)'을 진짜 '동거(居)동락'인줄 잘못 알게된 사람들이 속출했다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나왔다. 당시 주요 출연자들의 프로그램내 활약상이 큰이슈가 됐고, 인기멤버나 의외의 탈락자가 발생했을때는 논란까지 불러일으켰을만큼 프로그램에 쏟아진 관심이 뜨거웠다.

'동거동락'은 당시 국내 예능의 트렌드를 짜여진 대본과 콩트 중심에서 리얼리티 및 집단 군상극을 바탕으로하는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이 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기존의 예능이 희극인들 위주였다면 가수 컨츄리꼬꼬(탁재훈, 신정환), 배우 이범수, 방송인 박경림 등 희극인 못지 않은 입담과 센스를 자랑하는 출연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두각을 나타내면서 '예능인'이라는 분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동거동락'의 필수 코스이기도 한 댄스 배틀이나 장기자랑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위한 분량 쟁탈전도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기(춤, 노래, 성대모사)'가 예능 출연자의 필수 덕목을 의미하는 유행하는 표현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거동락'은 시즌2를 끝으로 종영된 이후에는 2000년대 중반 SBS에서 'X맨을 찾아라'라는 제목으로 리부트되기도 했다. 당시 MC도 유재석이었고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포맷은 세부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큰 틀은 사실상 동거동락과 판박이였다. 또한 동거동락을 시작으로 <천생연분>, <연애편지>, <공포의 쿵쿵따>, <무한도전>,<남자의 자격> 등 여러분야의 연예인-셀럽들이 팀을 이뤄서 여러 가지 미션이나 특정한 주제(게임, 짝짓기, 직업체험 등)에 도전하는 팀 버라이어티 예능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오늘날도 수많은 예능에서 '동거동락'의 구성을 따라하거나 패러디를 할 정도로 일종의 역사적 교본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또한 '동거동락'이 국내 예능사에 남긴 또다른 업적은 바로 2000년대를 이끌어가게될 수많은 '스타들의 필수 등용문'이 되었다는 점이다. 동거동락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가 바로 국민MC 유재석이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재석은 여러 방송에서 패널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기는 했지만 지금같은 메인 MC급은 아니었고 무명 시절도 길었던 편이었다.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 본인도 밝혔듯이, 당시만 해도 단독 MC로 검증되지 않았던 유재석을 PD들에 추천한 것이 고 최진실이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유재석은 '동거동락'에서 MC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 시작은 패널을 겸한 상태였고, 이 프로그램 최초의 탈락자이기도 했다. 프로그램 초창기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깐족거리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항의까지 받았을만큼 유재석의 얄미운 캐릭터를 확인할수 있다.  당시 서바이벌에서 탈락하고 난후 민망한 표정으로 남은 멤버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차했던 유재석이, 바로 다음 회 오프닝에서 완전한 MC 역할로 돌아왔다며 능청을 떨던 장면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본업인 개그나 방송 리포터 활동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유재석이지만, 특유의 맛깔스러운 입담과 진행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동거동락'을 만난 것은 예능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유재석의 유연한 진행능력과 탁월한 캐릭터 연출 능력 덕분에, 예능에 서툰 가수나 배우들, 혹은 신인급 연예인들도 '동거동락'를 통하여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가능했다.

2010년대 이후 국내 예능가의 트렌드가 다시 '관찰예능'. '생활 예능' 위주로 집중되면서, 기존의 정통 개그 프로그램이나, 실내 스튜디오 위주의 버라이어티 예능은 하나둘씩 쇠락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하여 생긴 또다른 부작용은 새로운 예능 스타를 자연스럽게 발굴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동거동락처럼 1020 신세대에서부터 4050 세대 이상의 중장년층 출연자들이 다양한 세대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예능도 더 이상 보기힘들어졌다.

2021 동거동락의 귀환은 첫회만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임 버라이어티 예능의 오프닝 공식이나 다름없는 댄스 신고식에서부터 홍현희-김혜윤-탁재훈-츄-이영지 등은 각자의 끼와 매력이 넘쳐나는 무대를 연출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1교시인 '꼬리잡기' 게임에서는 진심으로 승부에 몰입한 양팀 멤버들이 옷이 찢기고 신발까지 벗겨지는 것도 감수하면서 오랜만에 광란의 몸개그로 웃음을 안기는 장면들이 나왔다.

'동거동락' 초기 멤버이기도 한 맏형 탁재훈에서부터 조병규-츄같은 예능 신생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구성, 20년이 지나도 변치않은 유재석의 짓궂으면서도 재치있는 진행능력은 오직 이 프로그램에서만 볼수 있는 매력포인트라고 할수 있다. 높은 화제성을 반영하듯 13일 방영된 <놀면뭐하니> 동거동락 편은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1부 9.7%, 2부 10%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예능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놀면 뭐하니?>는 고정 출연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부캐 열풍을 통하여 '예능적 세계관의 구축'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환불원정대'. '싹쓰리' 등 음악예능으로 큰 성공을 거둔 <놀면 뭐하니?>의 2021년의 주요 프로젝트는 자체적인 신예 예능스타 발굴 에 도전 중이다. 복고예능인 '동거동락'의 부활도 단순한 일회성 아이템을 넘어 앞으로의 연속성과 자체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차원에 있어서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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