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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이천수도 극찬... '골때녀'로 확인된 여자축구 매력

[TV 리뷰]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21.02.13 11:14최종업데이트21.02.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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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방송된 SBS 설특집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SBS 설특집 파일럿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 여자축구의 화끈한 매력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11~12일 2부작으로 꾸며진 <골때녀>는 각종 스트레스에 지친 여성들이 모여 국내 예능 최초 '여자축구 미니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배우 박선영-한채아-진아름, 전 테니스 선수 전미라, 모델 한혜진-송경아, 개그우먼 안영미-신봉선 등이 선수로서 출연했고 황선홍, 김병지, 최진철, 이천수 등 2002년 한일월드컵 출신의 축구 스타들이 감독으로 나서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들은 축구선수 가족들로 구성된 'FC 국대패밀리', 모델들로 구성된 '구척장신', 개그우먼들로 이루어진 'FC 개벤져스', <불타는 청춘> 여성 멤버들이 포진한 '불나방' 등 총 4개팀이 단판승부로 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 대회에 출전했다.

방송은 '여자들의 축구, 그것도 연예인들이 얼마나 몸 안 사리고 적극적으로 할까'라는 의구심이 기우였음을 시작부터 알려줬다. 선수들은 남다른 운동신경과 의외의 축구 지식, 승부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며 남자 선수들을 능가하는 명경기를 통하여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방송된 SBS 설특집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사전 인터뷰에서 드러난 출연자들의 면면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배우 한채아는 널리 알려진 대로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의 며느리이자 전 국가대표 차두리가 시숙인 '축구명가 패밀리'의 일원이다. 한채아는 "축구는 가족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분야이고, 집에 가르쳐 줄 사람이 많다. 밥 먹으면서 스킬을 알려주신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여자 조기 축구를 알아보기도 했다. 여자도 저런 걸 하면 참 좋을 텐데"라며 예전부터 축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인 윤종신의 아내이자 테니스 전 국가대표 출신 전미라는 현재 세 아이의 엄마로,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축구를 통하여 일상탈출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모델 한혜진은 "남자들이 축구나 야구같은 운동모임으로 친목을 다지는 게 늘 부러웠다"며 오래전 동료들에게 함께 모델 축구팀을 만들자고 제안했었다는 일화를 고백했다. 

비슷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멤버들간의 대화도 많은 공감대를 자아냈다. 축구선수 정대세의 아내 명서현, 김병지의 아내 김수연, 이천수의 아내 심하은 등 축구선수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겪었던 고충과 애환을 솔직히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유부녀 출연자들은 "아기를 낳기 전과 이후의 몸상태가 달라졌다"라며 미혼 출연자들이 많은 상대팀의 체력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남편 정대세가 아직 현역인 명서현은 "남편이 경기에 지고 오면 힘들어한다. 위로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나까지 '져서 어떡하냐'고 말할 수 없으니 힘들다"라고 털어놓았다. 심하은은 "축구선수들이 보기보다 섬세하다. 그래서 해줄 수 있는 게 밥밖에 없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남편만이 아니라 아이들까지 축구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김수연은 "몸이 서너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방송된 SBS 설특집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본 경기도 상당히 치열했다. 이천수 감독이 이끄는 '불나방'과 황선홍 감독이 지도한 '개벤져스'는, 각각 김병지 감독의 '국대패밀리'와 최진철 감독의 '구척장신'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3-4위전에서는 국대패밀리가 전미라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대망의 결승전에서는 불나방이 에이스 박선영의 맹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하고 첫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특히 <불타는 청춘>에서 이미 '여자 호나우지뉴'라는 별명을 얻었던 박선영의 기량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박선영은 체육학 전공 출신으로 대학교 시절 운동 선수로 활약한 이력이 있으며 과거 <불청>에서도 여자 축구 국가대표 선수 모집에 응모할뻔 했던 과거를 고백할만큼 축구에 대한 열정을 밝힌 바 있다.

이천수-김병지 등 전문가들도 사전 모니터 때부터 박선영의 독보적인 드리블 돌파와 몸싸움, 트래핑 실력 등을 보고 "나보다 잘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박선영은 예상대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로 선정됐다.

또한 승부를 떠나 몸을 사리지 않는 여성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승부욕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개벤져스'의 오나미는 허벅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기 어렵게 되자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까지 흘렸다. 참가자 중 최고령인 이성미는 60대란 나이에도 경기에 나서서 노익장을 불태우기도 했다.

'구척장신'의 한혜진은 발톱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도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전미라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해트트릭을 기록한 사실을 자랑하며 "원을 풀었다. 이제 집에 가도 된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방송된 SBS 설특집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아쉽게 우승에 실패한 출연자들은 "축구가 남자들의 스포츠라고 생각했는데 여자들에게도 강추해야할 것 같다", "빨리 다음 대회가 기다려진다"며 식지 않은 의욕을 드러냈다. 대회 직후 출연자들의 개인 SNS 등에는 발에 멍이 들거나 온몸이 땀에 흠쩍 젖은 모습의 사진이 올라와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축구에 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여자축구의 뜨거운 열정에 시청률도 화답했다. 시청률 조사기관에 따르면 <골때녀>은 1회가 수도권 가구 기준 시청률 9.4%, 2회가 11.8%(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모두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여러 모로 명절특집이라는 일회성 프로젝트로만 끝나기에는 아쉬운 성적표다. 감독과 출연자들도 자발적으로 '훈련을 더해서 리벤지 매치를 치러보자'고 제안하며 향후 정규편성으로의 복귀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스포츠 예능은 그동안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뭉쳐야찬다>, <우리동네 예체능>, <뭉쳐야쏜다>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여성 멤버들을 주축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골때녀>는 남자와는 또 다른 여자축구만의 매력과 함께 여성 스포츠 예능의 잠재력과 확장성을 증명했다. 전반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이번 설특집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기억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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