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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어떨까 궁금했다"... 21살 김향기가 사는 법

[인터뷰] 영화 <아이> 배우 김향기

21.02.15 14:06최종업데이트21.02.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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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구보다 강한 생활력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영화 <아이>는 아영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나 김향기가 표현한 아영이란 인물에겐 짧은 소개글에는 다 담기지 않는 깊이가 있었다. 영화에서 김향기는 환하게 웃지도, 많은 말을 하지도 않지만 친구에게 툭 건네는 한마디에서도 그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6살 때부터 카메라 앞에 섰던 16년차 배우 김향기가 가진 힘이었다. 지난 4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10일 개봉한 영화 <아이>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영(김향기 분)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 분)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서로 따뜻한 위로를 나누는 이야기다.

김향기는 극 중에서 혁을 돌보는 베이비시터 아영으로 분했다. 아영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는 인물이다. 김향기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아영과 자신이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처한 상황은 다를지 몰라도, 아영의 마음가짐이나 행동에 공감한 적이 많았다고.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쭉 잘 읽혔다. 특히 (극 중에서) 아영이 하는 선택에 전혀 의문이 들지 않았다. '왜 이런 선택을 하지?'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환경은 다를 수 있지만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같은 게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영화에는 아영이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이 거의 없다.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게 아니라, 아영의 특성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에도 서툴고 어색한 점을 표현하려고 했다."

닮은 점이 많은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김향기는 시사회에서 영화를 봤을 때도 눈물이 많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떤 장면이 슬퍼서 눈물이 났다기 보다는 영화를 쭉 보다가 (극 중에서 아영이 돌본) 아기 혁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났다. 또 영화를 계속 보다가 혁이가 나오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정이 크게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좀 더 따뜻한 이야기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감독님, 배우들과 이야기하면서 대본이 달라진 부분들도 있다. 인물들간 정서를 교류하는 부분에서 좀 더 많은 관객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했다. 혹은 '이런 감정은 과한 것 같다' 싶으면 삭제시키기도 하고. 아영의 감정에 충실할 것인가, 인물들간 소통 과정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가. 그 중간점을 찾는게 어려웠는데 결과적으로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보다는 좀 더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따뜻한 느낌 속에서도 이들의 행복과 사랑을 전달해드리고 싶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김향기는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영채와 아영의 감정 신을 꼽았다. "애가 나랑 크는 게 뭐가 좋냐", "술집에 다니는 엄마라고 친구들이 놀리면 어떻겠냐"고 자조하는 영채에게 아영은 "그렇게 크는게 뭐 어때서"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무너지는 영채에게 아이 키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위로한다. 이 장면에서도 대본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고.

"아영이 영채를 돕겠다고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은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신이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아영이 영채를 뒤에서 안아주는 신이었다. 그런데 (류)현경 언니와 대사를 맞춰보고 언니를 바라보는데 안을 수가 없을 것 같더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차마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런 걸 감독님께 말씀 드렸더니 원하는 대로 해보자고 했다. 아영이 결심하고 위로를 건네는 장면인데, 저한텐 (아영이) 크게 변화하는 게 느껴진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배우들과 연출진의 섬세한 고민과 노력 덕분인지, 영화는 보호종료아동과 싱글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만 이들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보지는 않는다. 대신 탄탄한 문제의식과 현실감 느껴지는 감정선으로 관객을 설득해낸다. 김향기는 현장에서도 김현탁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배우들의 의견을 제일 먼저 존중해주셨다. 무엇보다 감독님과 (류)현경 언니, 제 의견이 거의 같았다. 그래서 더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제가 그 인물로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진짜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편 <아이>의 아영 캐릭터는 김향기가 맡은 첫 번째 성인 역할이기도 하다. 영화 <영주> <증인>부터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최근 김향기가 연기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고등학생이었다. 올해 만 21세가 된 김향기는 "내가 연기하는 인물로서 감정을 느끼는 것이지 나이에 따라 어떤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학생 역할을 많이 맡다보니,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 가장 컸다. 이 영화는 성인으로서 좀 더 확장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현실적인 부분들이 더 와닿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향기는 이번 영화를 통해 "내 자신을 바라보는 법,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배웠다고도 했다. <아이>를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내 욕구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설명한 그는 앞으로도 솔직한 배우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제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않나. 현재의 나한테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저 스스로에게도 솔직하고 싶고, (대중에게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 배우라는 직업은 어찌됐든 많은 분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직업이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자리다.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솔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걸 좀 더 보여드리고 싶고. 순간순간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겠다는 다짐은 SNS 계정 탈퇴 선택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월 김향기는 수년간 운영하던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없앴다. "심경의 변화나 어떤 이유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SNS가 없으면 어떨까 궁금했다"는 재밌는 답변을 내놓았다. 

"큰 의미는 아니었다. 1월 1일에 촬영현장에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의미 없이 제가 휴대폰을 만지는 순간이 많더라. 그 중에 SNS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냥 의미 없이 SNS를 켜고 보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 행동이 물론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게(SNS가) 없으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냥 없애봤다. (웃음) 하고 싶으면 언제든 다시 할 것 같다."
아이 김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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