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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으라는 건 '영혼 없는 잔소리'가 아닙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내가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을 쓴 이유

등록 2021.02.10 16:50수정 2021.02.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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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이 고전을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전은 '오래된 미래'이며 출간 당시에는 베스트셀러이며 통속문학인 경우도 많다.

<오만과 편견>만 해도 오늘날 막장 드라마 시조새가 아니던가.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은 또 어떻가. 고전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고 학생들에게 말하면 학생들은 교사가 흔히 하는 '영혼이 없는 잔소리'라고 생각한다.

고전은 21세기 청소년들이 학교나 가정 그리고 교우관계에서 흔히 만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건강까지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내가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을 쓴 이유다. 
 

표지 표지 ⓒ 다른

 
<모비 딕>의 주인공 이슈메일은 한 번 바다로 나가면 최소 3년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는 포경선 피퀴드호의 선원으로 취직한다. 군대 보다 더 위계 질서가 뚜렷한 포경선에서 가장 신분이 낮은 노꾼으로 일한다. 선장이 지시를 하면 마치 메뚜기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노꾼이라는 신분을 이슈메일은 비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들 중에 노예가 아닌 사람 누구 입니까?"

따지고 보면 보통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고위공직자, 경영자 또한 그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하고 납작 엎드려야 한다. 포경선에서의 생활을 읽으면 하급 선원을 동정하게 되기도 하지만 하는 일만 다를 뿐 현대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은 포경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일과 자기 생활의 밸런스 즉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포경선의 노꾼 이슈메일의 직업관은 어땠을까? 이슈메일은 노꾼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보수나 사회적인 명성을 노리지 않았다. 그저 바다가 좋고 신선한 바람을 맘껏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다.

심지어는 향유고래의 기름을 짜는 것을 '소확행'으로 좋아했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이던 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삶을 대변한다. 반면 포경선의 선장은 오래전 자신의 다리를 빼앗아간 고래에 대한 복수심에만 사로잡혀 있다.

말을 못하는 짐승에게 무슨 복수인가라는 건의도 무시하고 배와 선원들의 운명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 선장의 모습은 오로지 돈과 출세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으며 그러한 삶의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모비 딕>은 알려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의 아버지는 '여자에게 사랑은 결혼을 하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여자는 그저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고 결혼 상대자도 골라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여성스러운' 것이라고 가르친다.

오늘날 여성에 대한 차별은 상당 부분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미국 남부 시골 사람들의 고지식한 편견을 여학생에게 강요하는 학교와 교훈이 있다.

남학교 교훈에는 용기, 명예, 단결 등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인 개념이 많은 반면 여학교 교훈에는 순결, 정숙, 예의와 같은 전근대적이고 수동적인 가치가 많다. 교과서의 삽화도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서 청소년들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도 학교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개선책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내기>에서 부유한 은행가와 젊은 변호사는 종신형과 사형을 두고 어느 것이 더 관대한 처분인지를 두고 내기를 한다. 목숨을 앗아가는 사형보다는 종신형이 낫다고 주장한 변호사는 스스로 15년간 감금되어 있기로 하고 부유한 은행가는 그 대가로 거금을 약속한다.

그들의 무지막지한 내기와 결말을 지켜보고 있으면 오늘날 논술시험의 단골 주제인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라든가 국가가 과연 개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구축할 수도 있다. 

그밖에도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에서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서 정보의 홍수에 대한 문제를,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인성과 능력의 우선순위 문제를, 셰익스피어 비극을 통해서 학교에서의 휴대폰 사용 문제를, 장 그르니에의 수필을 통해서 동물의 안락사 문제를 히포크라테스를 통해서 다이어트 문제를 논의한다. 

이 책의 양념이기도 하고 청소년들에게 고민해결이 아닌 책 읽는 즐거움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또 다른 이야기> 코너는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샀지만 부모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책이다.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읽기 수업

박균호 (지은이),
다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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