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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능 못하는 분양가상한제 차라리 폐지하자"

[인터뷰] 신영철 경실련 단장 "견고한 토건 카르텔... 후분양제가 대안"

등록 2021.02.02 13:26수정 2021.02.0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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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단장 ⓒ 이희훈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하는 게 맞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아파트 고분양가 책정이 지속되는 현상을 묻자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단장은 "폐지가 답"이라고 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합리적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이유는 건설공사비와 관련한 강고한 토건 카르텔 구조에 있다. 각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분양가심의위원회에는 아파트 사업을 하는 건설사 직원이나 건설관련 조직 임직원,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는 부동산학과 교수들이 분심위원에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토건 카르텔로 엮인 분양가심사위원회

실제 경기도 과천시에선 대우건설 직원이 분양가심의위원으로 참여해 물의를 빚었다.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청에서 삼성물산과 GS건설에 근무했던 전직 직원이 예비 심의위원으로 발탁됐다가 제외되기도 했다. 

신 단장은 "이들 심사위원들이 아파트 값 부풀리기를 사실상 용인해주고 있다"며 "정상적인 분양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토건 카르텔 구조를 해체하고 전면적인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분양가상한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는 없을까? 신 단장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입주 전후에 직접 아파트 분양가를 검증하도록 해, 검증한 결과가 선분양 분양원가와 현저한 차이가 발생할 경우 부실 심사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자들이 자신들의 아파트 가격을 검증하는 일이니만큼 결과도 투명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부실 심사에 따라 과다 책정된 분양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진행한 신 단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래미안원베일리 건축비, 납득할 만한 수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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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단장 ⓒ 이희훈

 
- 최근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5668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가심의를 거친 가격이 그렇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시행사인 조합 입장에서는 낮다고 생각할 것이고, 정부 입장에선 적절한 수준에 맞췄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평당 5000만원이면 웬만한 사람 연봉 수준이다. 일반 사람들 입장에선 자괴감이 들 것이다."

-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분양 건축비의 경우 평당 1000만원이 넘었다. 웬만한 강남 아파트들도 평당 1000만원이 넘는다. 이 가격이 과연 적정하고 합리적인 건축비인가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아파트 마감자재를 비싸게 책정하는 걸로 해서 평당 550만원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는데,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는 두 배 이상 들어가는 꼴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준을 넘어섰다. 땅값을 제외한다면, 아파트 분양사업에 참여한 건설사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데는 건축비 밖에 없다."

-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꾸려도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분양가심의위에는 건축 공사비 산정 업무를 해봤던 사람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당 분심위원들 중 상당수는 업계 출신이거나 업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으로 봐도 된다. 법률가들이나 회계사들은 건축공사비를 모른다. (공사)원가계산기관이라는 곳이 있다. 분양가산정 용역을 한다. 분양가심의위에 제출하는 자료를 만든다. 그 기관들은 건당 수천만원 이상 용역비를 받고 분양가상한제 심의자료를 작성하는 용역을 하는데 이 사람들이 원가산정 결과물, 설계가를 엄청 부풀려놓는다. 시행사로부터 돈 받고 용역하는데 당연하지 않나. 이러한 카르텔 구조에서 분심위는 구색만 맞추는 방식으로 제출된 원안보다 약간 낮추는 정도로 결정한다."

- 내부적인 견제 장치가 사실상 없는 거라고 볼 수 있나.

"심의위원회에는 부동산학과 교수들도 들어가지 않나. 이 사람들이 공사비를 어떻게 아나. 그리고 그 사람들도 부동산 가격 부풀리느라고 앞장 선 사람들이다. 수업 때 들어오는 수강생들이 사업시행자, 원가계산기관 사람이나 건설사 임직원들이다. 그 학생들 입맛 맞추려고 '분양가 너무 낮으면 안된다, 로또 분양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인데, 분양가를 제대로 산정하겠나."

- 결국 심사위 구성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인가?

"아파트 사업비를 부풀리기 쉬운 구조다. 정상적인 분양가를 산정하기 어럽게 하는 강고한 토건 카르텔 구조다. (부동산학과 교수들은) 이 네트워크에 속해 있어야 용역 받고, 전문가 행세하고, 박사 과정하는 학생들을 받는다. 특히 집값이 높아지면 수분양자나 건설사나 모두 이득이니까 (이 구조가) 지금까지 굴러 돌아갔다."

"선분양제에선 폭리 방지 불가능"

- 분양가상한제 운영 구조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청와대나 고위공직자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다 여러 채 집을 갖고 있다. 집값 떨어뜨릴 정책을 쓰겠나. 떨어뜨릴 생각 안한다. 여야 상관 없이 모두 그렇다. 다주택자이면서 집으로 돈 벌었던 사람이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겠나. 아마 김현미 전 장관은 이러한 카르텔 구조를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실·국장들은 다 알 거다. 모르면 바보다."

-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뭔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되, 민간 아파트는 전면 후분양제를 실시해야 한다. 후분양이므로 가격규제도 없애는 것이 맞다. 대신 조세제도를 정비해, 불로소득에 대한 전면 환수를 해야 한다. 세금으로 KTX와 GTX깔아주고 집값이 오르는데, 그러면 정부가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또 문제는 정부에게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수용한 땅을 민간업자에게 팔아먹는 게 말이 되나. 더군다나 공공이 지은 집까지도 불특정 다수에게 팔아먹으면 안된다. 공익목적에 맞게 정부가 보유하면서 공공주택으로 보유해야 한다. 그랬다면 이번과 같은 부동산 폭등 사단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 분양가상한제는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선분양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폭리를 방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다. 굳이 대책을 내놓는다면 아파트를 다 짓고 건설원가 정산을 하면 된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자기들 책임하에 공사비를 검증하여 정산 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들 사는 아파트니 기관 선정과 검증도 더 철저하게 할 수 있을 거다."

-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말하는 건가?

"선분양에서는 원가란 말 자체가 틀렸다. 분양을 하면서 공개하는 아파트 건축비는 원가가 아니라 사업자가 희망하는 가격일 뿐이다. 원가라는 개념은 이윤이 하나도 안붙은 것을 말한다. 원가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개념 때문에 폭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공사비 정산은 공사를 다 마치고 그 비용을 검수해보자는 것이다.

사실 공사비 정산은 원칙적으로 안하는 게 맞다. 건설사가 공사비를 아낀 부분도 있을 거고, 잘못해서 당초 공사비보다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 거다. 하지만 분양가심의가 편향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이거라도 해보자는 거다. 하청에 얼마 주고, 자재 얼마나 썼는지 엑셀로 정리만 하면 다 검증이 가능하다. 그래서 돈이 안 맞으면 관계자들 모두 책임을 묻고 심한 경우에는 수사해서, 함부로 집값 부풀리기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신영철 #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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