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놀러가지만, '남이 장군'은 모른다면

[책이 나왔습니다] '인문학 365-내 마음의 하루 양식 : 제 2권'

등록 2021.02.01 13:27수정 2021.02.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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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인문학365 : 내 마음의 하루 양식 2> 표지 ⓒ 정만진

 
1908년 1월 11일 <동백꽃>의 소설가 김유정이 태어났다. 그런데 <동백꽃>의 동백꽃은 붉지 않고 노랗다. 무심히 읽은 독자는 '어? 동백꽃은 보통 붉잖아? 왜 이 소설에서는 노란색이지?' 하는 의문을 가지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정독을 하지 않으면 독서의 가치가 반감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소설 <동백꽃>의 노란 동백꽃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1월 11일 하루를 보낸다. 육군 병사로 복무를 했고, 젊은 시절에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던 울산의 동백섬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온산 공단이 들어서면서 처용이 출현했던 세죽리는 전면 철거되었고, 동백섬도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 되고 말았다.


처용이 출현했던 개운포, 지금은 공해 지역   

서울 밝은 달 아래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해건만
둘은 뉘것인고
본디 내해였지만
빼앗겼으니 어쩔 것인가


처용은 어떤 인물일까? 처용이 부른 향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처용의 얼굴을 그린 부적을 붙여두면 질병을 쫓아내는 데 효험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본다. 세죽리에서 동백섬까지 오가던 유람선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고기잡이 어부의 배를 얻어 타고 처용섬에 올라본 사진을 꺼내어 추억을 반추해본다.
 

처용이 나타난 울산 개운포 '처용암' ⓒ 정만진

 
1월 12일은 '빈민 교육에 헌신한 교육의 아버지' 페스탈로치가 1746년에 태어난 날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교육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1월 13일은 부정한 약물을 이용하여 세계 최고의 사이클 선수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의심받는 마르코 판타니가 1970년에 태어난 날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날이다.

2002년 1월 14일에는 연속극 <겨울 연가> 방영이 시작되었다. 드라마의 무대였던 남이섬은 그 이후 더욱 유명해졌고,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남천리 산145번지에 있는 남이 장군의 묘소는 방문하는 이가 거의 없고, 남이 장군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남이포에도 발길은 뜸하다. 

남이는 모르고, 남이섬에 놀러는 가고


1월 15일은 의병대장 허위 등 13도 연합 의병군이 1908년 동대문 앞까지 진격했던 날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고, 허위는 서대문 형무소 제1호 순국 지사가 되어 세상을 떠났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선봉장 고니시가 서울을 점령하기 위해 통과했던 동대문, 일본은 그것을 기념해 '보물 2호'로 삼았다. 대한민국은 일제 잔재를 그대로 수용해 '보물 1호'로 계승했다.

1944년 1월 16일 <광야>의 시인이자 의열단원으로서 17회나 투옥되었던 이육사가 끝내 북경 감옥에서 순국했다. 이육사는 17세에 안동에서 나와 대구에서 약 17년 동안 살았다. 하지만 2019년 10월 어느 날 이육사가 살았던 남산동 집은 아파트 재개발 바람 앞에서 무참하게 파괴되었다.

2021년 1월 어느 날에는 이종암 의열단 부단장이 만주로 망명할 때 군자금을 마련했던 옛 대구은행 건물도 건설업자에 의해 붕괴되었다. 우리는 과연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숭앙하고 있는 것일까?

무참히 파괴되어 사라진 이육사, 이종암 지사 유적

1월 17일은 세계적 권투선수 알리가 태어난 날이다(1942년). 월남전 파병과 인종차별에 항거했던 알리의 생애를 되새겨 본다. 1월 18일은 문익환 목사가 타계한 날이다(1994년).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 사계절 아동문고 28>을 읽어본다.

1월 19일은 〈나그네 설움〉의 가수 백년설이 출생한 날이다(1914년). 백년설은 많은 친일 가요를 불렀다. 그의 노래를 포함해 다른 친일 대중가요들의 면모를 살펴본다. "나라에 바친 목숨 환고향(고향으로 돌아옴) 하올 적엔 / 쏟아지는 적탄 아래 죽어서 가오리다" 등등, 읽기조차 민망한 노랫말들이 즐비하다.

클린턴, 박정희, 전두환 모두 40대에 최고 권력 획득

1월 20일은 빌 클린턴이 47세 나이로 미국 대통령이 된 날이다. 1993년 당시 우리나라 중년들 중에는 "클린턴은 마흔일곱에 '세계 대통령'이 되었는데 나는 뭔가?" 하고 탄식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박정희가 44세, 전두환이 49세에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에 각각 취임한 일을 두고는 그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날마다 그날 일어난 일, 태어난 사람 등을 놓고 많은 생각들을 해본다. 교훈을 얻기도 하고, 반면교사의 배움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글로 써서 책으로 만들어 본다. <인문학365 : 내 마음의 하루 양식 2>는 그렇게 하여 태어난 책이다.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한다.
덧붙이는 글 정만진, <인문학365- 내 마음의 하루 양식 2>(국토, 2021년 1월 11일 발행, 202쪽), 1만5천원

인문학 365 : 내 마음의 하루 양식 2 - 1월 11일-20일

정만진 (지은이),
국토, 2021


#처용 #이육사 #인문학 #클린턴 #마음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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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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