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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드' 전주원, 여자농구 대표팀 이끈다

[여자농구] 27일 도쿄 올림픽 이끌 대표팀 사령탑 선발, 코치 이미선

21.01.28 08:37최종업데이트21.01.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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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던 전주원이 올림픽에서 여자농구 대표팀을 이끈다.

대한농구협회는 27일 2020 결산이사회를 통해 도쿄올림픽 본선에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전주원 감독을 선임해 발표했다.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 2005년과 2006년 각각 박찬숙 감독과 정미라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여성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것은 전주원 감독이 농구는 물론 구기종목 역사상 처음이다(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1990년부터 20211년까지 현대산업개발과 신한은행 에스버드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전주원 감독은 현역 시절 '천재 가드'로 이름을 날리며 소속팀과 대표팀을 이끌었다. 2011년 현역 은퇴 후 신한은행에서 한 시즌 동안 코치 생활을 했던 전주원 감독은 2012-2013 시즌부터 현재까지 우리은행 위비 코치를 역임하고 있다. 전주원 감독을 보좌할 대표팀 코치는 삼성생명 블루윙스의 이미선 코치가 맡을 예정이다.
 

우리은행 퓨처스 팀을 이끌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대표팀을 이끌기 전 좋은 예행연습이 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올림픽 본선 '트리플 더블'에 빛나는 천재가드

지난 1990년 여자농구의 명문 인성여고에서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역대급 유망주 듀오 정은순과 유영주(BNK 썸 감독)가 졸업반이 됐다. 각 실업팀과 금융팀들은 단숨에 팀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두 대형 유망주를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고 치열한 영입전 끝에 정은순은 삼성생명, 유영주는 SKC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모기업의 규모로는 양 구단에 결코 뒤지지 않았던 현대산업개발은 호시탐탐 다음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듬 해에는 '가드 명가' 선일여고에서 김화순 이후 최고의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 받은 전주원이 실업팀 입단을 앞두고 있었다. 전주원은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무조건 영입'을 지시했고 현대산업개발은 당시로선 대단히 파격적인 2억 원의 계약금을 제시해 전주원 스카우트에 성공했다.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 센터 정은순과 포워드 유영주, 가드 전주원이 각각 다른 팀으로 가면서 여자농구의 '삼국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실업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신인왕에 선정되며 화려하게 데뷔한 전주원 감독은 여자농구가 프로화되기 전까지 8번의 농구대잔치에서 무려 7번이나 베스트5에 선정되며 여자농구 최고의 가드로 군림했다. 전주원 감독은 실업농구 1년 차 시절부터 대표팀에 선정될 정도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 받았고 40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며 한 살 위의 두 선배들보다 8~10년이나 오래 선수 생활을 했다.

전주원 김독이 한국 여자농구에서 이룬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은 바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이다. 물론 한국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적도 있지만 당시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심해 올림픽이 반쪽으로 열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농구는 199개국이 출전했던 시드니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고 전주원 감독은 쿠바와의 조별예선 트리플더블을 비롯해 한국 대표팀의 주전가드로 맹활약했다.

전주원 감독은 투혼의 상징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 여름리그에서는 임신 초기에 경기를 소화했고 아이를 낳은 후 1년 만에 복귀해 다시 2005년 여름리그에서 팀을 우승시켰다. 전주원 감독은 화려한 선수생활에 비해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것은 2007년 겨울리그가 유일하다. 하지만 전주원 감독은 프로 출범 후에만 무려 10번의 어시스트왕에 올랐을 정도로 경기운영과 패싱센스에서는 독보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구기종목서 올림픽 대표팀 이끄는 최초의 한국 여성감독

2005년 여름리그와 2009-2010 시즌 챔핑피언 결정전 MVP를 차지한 전주원 감독은 2010-2011 시즌을 끝으로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전주원 감독을 상징하는 등번호 0번은 당연히 신한은행의 영구결번이 됐고 전주원 감독은 신한은행에서 한 시즌 동안 코치로 활동하다가 2012년 우리은행 감독에 부임한 위성우 감독과 함께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현대산업개발 시절부터 신한은행으로 팀 이름이 바뀔 때까지 20년 넘게 한 팀에서만 활약했던 전주원 감독이 팀을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전주원 감독이 코치를 맡은 후 통합 6연패를 달성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특히 2012-2013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는 모친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검은 정장에 검은 리본을 달고 끝까지 코트를 지키다가 우승이 확정된 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전주원 감독은 지도자로서의 조명이 위성우 감독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묵하게 선수들을 지도하며 우리은행을 지켰다. 그러던 작년 3월 대한농구협회에서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공개적으로 공모했고 전주원 감독은 김태일, 정선민, 하숙례와 함께 대표팀 감독에 지원했다. 그리고 전주원 감독은 감독 경력이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올림픽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대표팀을 이끄는 한국인 여성 감독이 됐다.

사실 전주원 감독은 코치 생활은 오래 했지만 감독 경력이 없기 때문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대회마다 매번 감독이 바뀌면서 선수들이 혼란에 빠지는 여자농구 대표팀에 안정적인 전임감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전주원 감독이 올림픽을 계기로 대표팀의 전임감독이 된다면 장기적으로도 여자농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주원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하고 딸을 출산한 이후에는 워킹맘을 대변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처럼 여성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주원 감독이 다가오는 여름 국내 최고의 여성 선수들을 이끌고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다. 시드니 올림픽 4강의 주역 전주원 감독이 지도자로서도 올림픽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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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도쿄올림픽 전주원 감독 우리은행 위비 이미선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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