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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싱싱한 구원투수가 올라와야 되는 상황"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후보

등록 2021.01.26 09:53수정 2021.01.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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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후보 ⓒ 윤창현 제공

 
11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임원 선거가 14년 만에 경선으로 이뤄진다. 이번 임원선거에는 일찌감치 연임 도전을 선언한 오정훈 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8일 출마를 선언한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윤창현 후보는 SBS 본부장을 하며 사장 임명동의제 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5년간 SBS 본부장을 했는데 왜 언론노조 위원장에 출마했는지 궁금해 지난 20일 윤창현 후보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윤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차기 언론노조 임원 선거 출마하셨어요. 선거운동 3일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언론노조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고 약한 고리인 지역 언론인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을 만나야죠. 일단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현재 어떤 상태에서 일하고 있고 어떤 고통을 겪고 있고 언론노조가 어떤 부분을 치유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제 선거운동의 시작입니다."

- SBS본부 선거해 보셨지만 본부 선거와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는 다를 거 같은데.
"완전히 다르고요. SBS는 제가 몸담은 조직의 노조 대표를 뽑는 선거 과정이기 때문에 제가 비교적 현안도 잘 파악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도 대부분 다 아는 분들이 있고 하니까 좀 어려움은 덜한 단면에 언론노조는 각자 이해가 다른 사업장이 모여 있잖아요.

그래서 소속된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서 마주한 어려움이 다 다르죠. 언론노조가 그동안 우리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왔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지고 또 여전히 또 많은 분께서 언론노조에 기대를 가지고 계시다는 부분도 확인하면서 이렇게 많이 듣고 있습니다."

- 조합원들은 뭐라고 하나요?
"지금까지 주로 큰 조직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지역에 있어서 그동안 언론노조 정책의 중심에서 소외돼 온 분들을 먼저 만나고 있거든요. 언론 노조가 소수 조직 내지는 지역 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충분히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많이 들었고 특히 촛불혁명 이후에 기대했던 언론 개혁 문제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언론노조가 오랜 기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인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에 새로운 언론 지형 펼쳐져"


-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언론노조의 기자회견을 보며 출마를 결심했다고 하셨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셨을까요?
"사실 언론 개혁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온 지가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촛불혁명 이후 지난해 총선 과정 전후로 언론개혁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 청와대에서는 컨트롤타워가 없고 우리는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습니다.

촛불혁명 광장에서 나왔던 언론의 독립성 문제, 자본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성을 지킬 것인지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시킬 것인지 또 미디어 미래 생태환경을 어떻게 더 강한 공공성 아래 묶어두고 또 시장 논리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고 건강하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같은 숙제가 있었잖아요.

거의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진전된 게 없는데 이게 지금 문재인 정부 말기가 가까워지고 있잖아요. 4월이면 재보궐선거고, 그다음에 대선 국면인데 '지금 미디어 개혁위원회를 왜 안 만드냐,', 내지는 '언론 개혁 다 어디로 갔느냐'라고 이제 와서 언론노조가 입장을 내는 것이 너무 소극적이고 실기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동안 여러 사람이 문제제기 했는데 왜 이렇게 소극적인가란 의문을 지울 수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최근 들어서 언론노조가 여러 가지 굉장히 중요한 사안들에 있어서 입장을 내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시민들의 비판이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인지 잘 모르겠는데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문제 같은 사안은 다른 직능 단체들이 입장을 낼 때도 언론노조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런 모습 보면서 말과 글로 먹고사는 언론인들의 노동조합에서 이런 입장 표명을 두려워하는 상태로 스스로의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을 감퇴시키는 방향으로 활동 이루어지고 있다고 봤고요. 이건 지식인의 직무유기라고도 보입니다.

이래선 언론인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고, 또 같은 우려를 해 오시던 여러 조직의 동료, 제 언론노조 활동 경험에 대한 신뢰를 갖고 계신 분들이 비슷한 시기에 '좀 출마해서 상황을 바로 잡아 달라. 언론노조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달라'는 요구를 해 오셨어요. 그런 요구들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과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출마 결심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 언론노조에서 중요한 사안에 입장을 못 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는데 왜 언론노조가 입장을 못 내고 있을까요?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에 새로운 언론 지형이 펼쳐졌잖아요. 그리고 진영 논리에 입각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러기라고 비판하고, 비난하고, 집단적으로 혐오를 가하는 것들이 제가 보기에 무슨 일종의 놀이처럼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렇게 해서는 언론개혁이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 언론노조 내부에서 제 기억으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진 적이 언젠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미디어 개혁위원회라는 걸 이야기하지만 언론노조는 스스로 과연 미디어 개혁위원회에 어떤 내용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되고 있나라고 질문해 보면 내부에 진지한 논의과정, 논쟁의 과정, 정책토론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거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리된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 선명해야 합니다. 저희가 비판받고 고칠 점은 고쳐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근본적인 우리 가치, 저널리즘의 이슈들을 포기하는 듯한 쪽으로 논의가 흘러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그럼 그게 언제부터라고 보세요?
"민주당이 소위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 거대 집권 세력으로 성장을 했잖아요. 그 와중에서 상당히 많은 강성 지지자그룹이 형성되어 있고, 그분들이 민주당을 비판하거나 민주당 인사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물론 언론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많습니다만 그것을 넘어서서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그런 방식으로 거꾸로 언론의 근본적인 자유, 굉장히 중요한 헌법 가치에 대해서까지 과도하게 문제 제기를 하거나 하는 과정에서 촛불 혁명의 같은 지지기반이었던 시민들이 언론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내면서 언론노조가 불신의 근원이 어디인가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하나씩 못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런 시민들의 비판과 혐오를 저는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쏟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7회 말 선발 투수가 공을 120개 정도 던진 상황"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후보 선거 포스터 ⓒ 윤창현 제공

 
-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체제 2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단히 어려운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원래 시민 혁명 과정에서 싸울 때는 승리의 전망이 있으면 돌파가 되는데 그 이후에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서 새로운 전망을 세울 것인가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거든요. 그 속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오신 점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야구로 비유해서 말씀드리면 지금 7회 말 정도 됐는데 선발 투수가 공을 한 120개 정도 던진 상황이에요. 어깨 힘은 소모가 됐고요. 그런데 우리 지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투수교체 해야 되는 거예요. 어깨 싱싱한 구원투수가 올라와야 되는 거예요. 딱 그런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 상황에서 선발 투수가 계속 공을 던지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새로운 피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좀 판단해 봐야겠죠. 그렇게 봅니다."

- 출마선언문에서 "언론개혁의 중심과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닥치고 언론개혁'으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럼 언론 개혁의 중심과 본질은 어떻게 보십니까?
"언론이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뉴스를 포함한 모든 영역이 상품화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것들이 보다 인간적인 세상, 보다 평등한 세상, 보다 안전한 사회, 이런 것들을 요구했던 시민들의 요구로부터 언론이 점점 멀어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언론 개혁은 본질적으로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공적 영역으로서 공공성과 독립성이 더 강하게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생존권 문제가 튼튼하게 지켜져야 가능하거든요. 언론노조는 바로 그런 두 가지의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분투했던 지금까지의 경험과 전대식 후보(수석부위원장 후보)의 경험이 합쳐지면 굉장히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언론개혁의 핵심 이슈와 본질로 되돌아가야 돼요. 정치 권력이 손을 떼는 과정, 그리고 사주 권력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지켜낼 수 있는 과정, 그와 동시에 이런 공공성과 독립성이 윤활유처럼 사회에서 잘 돌아갈 수 있게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는 과정 이런 것들이 결합돼야 돼요. 그러려면 지금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내려놔야 합니다. 민주당도 기득권에 저는 포함된다고 봅니다."

-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그게 완벽한 법안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지만, 이용마 동지가 강조했던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을 직접 뽑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개선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하면 테이블에 올려서 시급히 논의해야 하고 저는 이 법안 처리를 서둘러서 올해 줄줄이 공적소유 구조 언론사 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들이 남아있거든요. 새로운 법체계 아래에서 그 과정들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언론 개혁의 첫발이 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에 의지가 있다고 보세요?
"지금까지 하는 걸로 봐서는 별로 잘할 거 같지 않아 보여요. 뭐냐하면 중대 재해 법 처리 과정 등 여러 가지 관련 법안들이 사실은 처리 과정에서 심각하게 변질되어 버렸잖아요. 그래서 우리 언론노조 그리고 시민사회가 강력히 견지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아마 이 법을 제대로 처리하려고 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여요. 처리하더라도 상당히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래서 언론노조가 중심을 잡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대단히 중요하고 언론노조가 강력한 투쟁력을 회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징벌적 손해배상제, 거칠게 논의되면 전체주의적 질서로 흐를 수 있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시민사회나 다수 시민이 가진 언론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도가 필요하다고 때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논의가 지금처럼 거칠게 진행되는 건 대단히 곤란합니다. 지금 민주당 정권에서는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선의로 그것을 추진한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 천년만년 가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악질적인 권력이 들어설 수 있잖아요.

지금은 요리사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는 칼을 다룰 수도 있겠지만, 악질적이고 수구적인 정권이 들어서서 요리사가 들고 있던 칼을 강도의 손에 쥐여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우려들을 잘 다듬고 제어해야 언론 개혁의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 개혁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거칠게 논의되면 언론자유만 후퇴시키는 전체주의적 질서로 흐를 수 있다고 봅니다."

-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언론 정책이 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문재인 정부는 언론정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말 이외에 언론개혁 과제들을 한 게 없잖아요. 잘 안 보여요."

- 무책임하다고 보시나요?
"그것이 '권력이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언론자유를 보장하겠다'라는 판단해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언론은 기본적으로 건드리는 순간 기득권을 가진 언론들과 그것을 해체하려는 세력들 또 해체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기득권을 형성하게 되는 세력 간의 큰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것들이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거 같아요."

- 야권 서울시장 후보 중심으로 tbs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언론장악 의도라고 비판하는 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방송 내용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고 시각이 다를 수 있지요. 근데 그것을 가지고 정치권에서 그것이 여든 야든 감 놔라 대추 놓으라고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요.

다만 현재 각급 언론사 내부에서 방송 공정성의 문제가 과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던 잣대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가 되고 있는가, 혹은 좀 더 언론개혁의 본질적 고민, 정치적 독립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잣대로 평가가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이 고민해 나가야 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왜 윤창현이 언론노조 위원장 되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그러니까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지금은 언론노조에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피가 필요해요. 모든 언론노조 이슈들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죠.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판을 흔들고 질서를 주도하고 해 본 경험이 있는 리더가 윤창현과 전대식입니다. 그런 언론노조의 주도권 발언권을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윤창현 #언론노조 #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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