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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여성들이 사랑하는 90년대생들의 공통점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펴낸 유선애 에디터

등록 2021.01.25 11:15수정 2021.01.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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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들이 '아낌없이 사랑하고 지지하는' 90년대생 10인과의 대화를 엮은 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이 지난 18일 출간되었다. 유선애 <마리끌레르 코리아> 피처 에디터가 예지, 김초엽, 황소윤, 재재, 정다운, 이주영, 김원경, 박서희, 이길보라, 이슬아 등 90년대 여성 10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간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유선애 에디터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간 소회와 인터뷰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유 에디터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의 책 표지 ⓒ 한겨레출판사

 
-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이라는 인터뷰집을 출간하셨잖아요. 소회가 어때요?
"저는 매체에서 일하면서 인터뷰를 계속해 왔잖아요. 근데 매체 인터뷰는 지면 분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때때로 나눌 수 있는 대화가 길거나 깊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때 바람들이 이 책에 담기지 않았나 해요. 단행본이라는 것은 지면의 한계가 아주 한정적이지는 않잖아요. 긴 대화를 좀 나눌 수 있어서 저는 좋았어요."


- 앞서 이번에 긴 대화를 좀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는데 이번 책 인터뷰할 때 뭐가 달랐나요?
"보통 매체 인터뷰들은 목적성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배우라고 하면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서 하는 인터뷰다 보니 그 경우 작품이나 책 이야기에 중심을 둘 수밖에 없는데 이 단행본은 특수한 목적성을 가진 인터뷰는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나눌 수 있는 대화가 훨씬 더 폭이 좀 넓었어요."

- 책을 받아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책이 너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디자인이 너무 훌륭해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리고 단행본을 위해서 사진 촬영을 공들여서 했거든요. 아주 재능 있는 고원태 사진가라는 분과 작업해서 사진들도 너무 마음에 들고 좋았어요."

-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은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인터뷰이는 총 10명, 90년대 태어난 여자 창작자들의 인터뷰집입니다. 동시대 20~ 30대 여성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 인터뷰집으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일단 제가 지금 매체에서 일하는 중에 기획 기사를 하나 쓴 게 있어요. 그 기사가 동년배 여성들에게 반응이 조금 좋았어요. 지금 함께 책을 낸 한겨레출판사에서 '90년대생 여자 사람'이란 제 기획 기사를 보시고 단행본으로 더 이야기하고 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저는 인터뷰를 계속했던 사람이니까,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인터뷰집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그럼 인터뷰집 출간에 대한 생각이 원래 있으셨어요?
"사실 제가 인터뷰집을 만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근데 저는 인터뷰집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인터뷰 (기사)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


- 뮤지션, PD, 소설가, 배우, 감독, 패션모델, 사이클 선수 등 각기 다른 커리어를 가진 90년생 여성 10명을 인터뷰한 거잖아요. 인터뷰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인터뷰 선정 기준이 있었고, 엄청나게 공들여서 세운 인터뷰 리스트예요.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20~3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사람들로 꾸려지기를 원했어요. 왜 동시대의 여성들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 좋아하고 지지하나, 그 이유를 책에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왜 싫어하는지 말하는 것보다 무엇 무엇이 좋은지를 이야기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이 새로운 세대가 어떤 세상을 희망하고 기대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 섭외 과정에서 인터뷰에 대한 주제를 말했을 때 인터뷰이의 반응은 어땠어요?
"다들 흔쾌히 좋아해 주셨어요. 인터뷰 제안에 대한 거절을 받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인 거 같아요. 그리고 또 제가 인터뷰 제안을 할 때 또 이런 분들이 참여한다고 미리 리스트를 다 공유했거든요. 본인 외에 또 어떤 분들이 인터뷰집에 참여한다고 말씀드리니, 모두 한목소리로 기뻐하셨어요. 서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 않더라도, 직업군이 확연히 다르더라도 '저분 너무 좋아해요', '저 그분 팬이에요'라는 식으로 반응하신 거죠. '그분과 같이 책에 실린다니 기분이 좋네요'라고 서로를 응원하는 분들이었던 거죠. 그래서 섭외가 조금 더 수월했던 점도 있던 거 같아요."

- 이 주제로 또 인터뷰하고 싶었던 분은 없었나요?
"이 인터뷰집에서 누가 더 들어와야 되겠다나 누구를 더 보완하고 싶겠다는 생각은 사실 없어요. 정말 너무 충분하고 과분한 리스트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들지 않죠."

완벽하지 않지만, '옳음'을 실현해나간 여성들 
 

유선애 <마리끌레르 코리아> 피처 에디터 ⓒ 유선애 제공

 
-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열심히 한다고 했어요. 어느 정도냐면 인터뷰이가 나왔던 모든 인터뷰, 방송이든 신문이든 잡지든... 모두 인터뷰는 다 봤고요. 뮤지션 같은 경우에는 그분이 했던 공연 음악 등에 대해서 숙지했죠. 배우의 경우에는 영화를 다 찾아봤고요. 저희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커리어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그분이 쓴 책, 그분이 타 매체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다 수집했죠."

- 어려운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어렵다기보다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건 예지씨 인터뷰였어요. 예지씨 같은 경우에는 한국 매체와 짧은 인터뷰들을 한두 차례 하셨던 거 같긴 한데 긴 인터뷰나 뮤지션이 아닌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매체에서는 한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미국에서 했던 그 인터뷰들도 많이 찾아봤어요. 그리고 또 예지씨가 한국에서 활동할 때 홍보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여쭤봤죠. 예지씨가 언제 미국에 갔는지, 예지씨가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공부를 했는지."

- 인터뷰 준비할 때 질문을 어느 정도 뽑나요?
"핵심 질문 같은 경우, 반드시 물어봐야 할 것들은 20개예요.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들으면서 보강해 나갔습니다."

- 처음엔 대면 인터뷰를 하고, 다음엔 서면이나 전화 인터뷰도 진행하신 듯한데요. 전화 인터뷰와 대면 인터뷰의 차이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대화라는 건 단순히 음성의 전달로만 이뤄지지 않죠. 때로는 표정이나 손짓 눈빛, 이런 것들로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더 강조하고 싶은지 어떤 말을 더 잘 전하고 싶은지 알 수 있잖아요. 한편으론 이메일 인터뷰의 경우,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고 정리해서 대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 같기도 하고요. 다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 인터뷰는 끝나고 정리하는 게 중요한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맞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잖아요. 사실 매체 인터뷰는 마감 기간이 정해져 있고, 이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사고인 거잖아요. 근데 단행본은 사고는 아니더라고요(웃음). 계속 제가 '됐다'고 생각할 때까지 인터뷰를 다듬었고, 글을 만질 수 있었어요.

또 인터뷰이 열 분이 저를 믿어 주신 거잖아요. 그걸 알기 때문에 함부로 대화를 편집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처음에 좀 겁도 나고요. 그래서 계속 신중하고 섬세하게 대화를 옮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조금 두렵기도 했고, 그래서 작업 기간이 생각보다 조금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 책을 읽다 보니 밑줄 친 데가 있던데 왜 그렇게 한 건가요?
"사실 밑줄은 그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저는 대화를 글로 옮기는 사람이잖아요. 옮기는 과정에서 말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이 인터뷰를 통해 그분의 말을 먼저 들었잖아요. 가장 먼저들은 사람으로서 와닿았던 말들이 있었어요.

아마 독자분들도 저마다 이 책을 읽으시면서 와 닿는 부분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분의 말을 가장 처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저에게 마음에 와닿았던 말들을 밑줄 쳤던 것이죠. 그러니 반드시 저의 밑줄대로 읽으실 필요는 없어요.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문장들에 줄을 긋는 것처럼, 독자들이 각자의 밑줄을 만들어가면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 인터뷰하며 느끼는 게 있었을 것 같아요.
"느낀 점은 너무 많죠. 아무래도 책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조금 길었는데도 불구하고 열 분의 인터뷰이분들이 굉장히 너그럽게 기다려주시고 고생했다고 해주셨어요. 사실 제가 그분들에게 오히려 엄청난 위로와 힘을 받았어요. 매체에서 일하면서요 모든 인터뷰마다 열과 성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부끄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는 최선의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열 분의 인터뷰를 정말 잘 담기 위해서요.

저는 누군가의 말을 옮기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말을 옮기는 일이라는 것에 대한 막중함을 느꼈고, 조심하게 일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새삼 다시 깨달았어요. 인터뷰는 하면 할수록 점점 어렵지만, 내가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인터뷰에서 어려운 건 뭘까요?
"인터뷰의 어려운 점은 너무나 많지요. 때로는 인터뷰이의 말을 본의 아니게 잘 못 전할 때도 있고요. 제가 오해해서 들을 때도 있고 하다못해 단어를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잖아요. 저의 사소한 실수가 말의 뉘앙스를 굉장히 크게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은 주의해야 하는 일인 거죠. 그리고 질문을 할 때도 내가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서 사람을 몰아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 인터뷰집 중에서 인상 깊었던 얘기는 뭘까요?
"너무 많은데요(웃음). 꼭 한 부분 꼽자면, 패션모델 박서희씨의 인터뷰 내용인데요. 저의 처지와 조금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인터뷰하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어떻게 보면 패션지가 여성의 아름다움의 전형 같은 것을 보여 주기도 하잖아요. 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서희씨를 만났어요.

서희씨가 했던 말 중에 이 말이 있어요. '내가 100% 옳지 않아도, 신념을 완벽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더라도 가까이 가보려는 노력은 할 거예요'. 책에도 발문으로 나와 있는 문장인데요. 그게 마치 서희씨가 저에게 해주는 말인 거 같더라고요. 완벽한 사람이 아니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 산업 안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힘을 받았어요. "

- 이 책으로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를 비관하거나 미워하고 혐오하는 일을 너무 간편하고 쉬운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한 열 분은 어렵지만 낙관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도 좀 더 서로를 사랑하고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해 주세요.
"이 대화들이 많은 분께 가 닿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게 10명이 특별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이분들은 좀 특수한 사람이긴 하지만 이 사람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게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사람들이고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그 과정 중에서 각자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일들을 매일의 삶에서 용기를 가지고 해나가는 사람들이고요.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이 사회 안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거예요.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그런 용기나 희망 같은 것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저는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 자기 삶의 단독자로 선 90년대생 10명과의 대화

유선애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1


#유선애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황소윤 #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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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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