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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 허가한 법원이 내세운 근거 4가지

"문란하지만 인간 존엄성 해칠 정도는 아니야"... 논란 부른 2019년 대법원 판결과 유사

등록 2021.01.25 07:19수정 2021.01.2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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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리얼돌 판매 사이트 캡처 ⓒ 리얼돌 구매 사이트

 
"리얼돌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중략)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법원이 이번에도 '리얼돌' 업주의 손을 들었다. 리얼돌 업자 A씨가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내렸던 김포공항 세관장을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12일 서울행정법원은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입 허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6월 대법원은 리얼돌의 국내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성인용품업체에 승소 판결을 내리고 수입을 허가한 바 있다. 

문제는 판결과 여론의 충돌이다. 2019년 대법원 판결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여성의 전신을 본 딴 리얼돌이 성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특정 인물을 형상화 한 리얼돌이 제작되는 등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019년 7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6만 3792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또다시 리얼돌 수입 결정을 내린 이유는 아래와 같다. 앞선 대법원의 결정과 상당부분 동일하다.

▲ 비록 리얼돌이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표현하기는 했으나 실제 사람과의 구별이 어렵지 않다는 점 ▲ 법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 등에 깊이 개입할 수 없는 점 ▲ 리얼돌이 문란하기는 하나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정도는 아니라는 점 ▲ 성기구의 특성상 신체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이다.

계속되는 '리얼돌 통과' 법원 판결

먼저 법원은 "성기구를 성적 표현물인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규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사생활의 보호'를 내세웠다. "(리얼돌은 성기구로서) 일반적으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게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신체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리얼돌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준다"면서도 "성기구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어 재판부는 "성기구 관련 법리를 함께 고려하면, 전체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거나 성기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정상적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밖에 리얼돌이 성인 여성과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설명도 수입을 허가한 근거로 언급됐다. 재판부는 "비록 이 사건 물품이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하게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 그 형상이 여전히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라며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할 뿐, 노골적으로 특정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정교함을 근거로 통관 보류가 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리얼돌 반대 청원에는 "여성을 그대로 본 땄음에도 아무런 움직임 없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이들이 과연 실제 여성들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재판부의 판단은 이러한 우려와 상충되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논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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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강연주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장 위원은 "리얼돌은 사용 목적이나 외형을 고려해도 일반적인 성기구와 분명 차이가 있다"면서 "실제로 리얼돌은 '인형방'이라는 이름의 업소에서 성매매와 유사한 기능으로 사용된 적이 있는데, 이처럼 전체적인 여성 형상을 갖추고 있는 만큼 성매매에 준하게 활용될 여지가 높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리얼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필요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개입된 만큼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처벌보다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리얼돌의 등장에 대해 사회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도 "이 사안은 남성·여성의 문제만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 및 영업의 자유 문제도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판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만일 특정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본따서 리얼돌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할 경우, 특정인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가 아니라면 인형에 존엄성 침해, 인권 침해 논리를 끌어오는 게 일부 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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