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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 여성 삶과 노동 그려낸 '회리바람꽃'

사회적기업 출판사 '모두의책', 이재은 작가 다큐 에세이 출간

등록 2021.01.22 16:32수정 2021.01.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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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사회적기업 출판사인 '모두의책'은 지난 달 탄광마을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다큐에세이 '회리바람꽃'을 출간했다. ⓒ 모두의책

 
"이제 우리는 참 귀한 책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새카만 탄차들이 지나가는 마을에서, 날리는 탄가루와 함께 한 시절을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대중가요와 동요 작곡가이면서 시인으로 유명한 백창우씨가 탄광마을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다큐에세이 <회리바람꽃> 추천글에 남긴 글이다. 이 책은 지난 달 대전지역 사회적기업 출판사인 '모두의책'에서 출간됐다.


백씨는 탄광마을인 강원도 정선 봉정분교와 사북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시를 엮어 음반과 노래책을 낸 적이 있다. 그 중 '딱지 따먹기'라는 노래는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누군가 들어 주고 기록하는 이가 있어 역사가 되고 노래가 된다"며 고마움을 표한 '회리바람꽃'은 그동안 산업역군이라 불린 광부들의 뒤편에서 묵묵히 삶을 살아낸 광부의 아내들, 그리고 탄광에서 선탄부로 일했던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재은 작가는 탄광마을인 충남 보령과 강원도 사북지역에서 실제로 살았던 여성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취재해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한 여성들의 실제 이야기들을 채록하면서도 이야기를 특정 테마로 엮어 문학적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과 진솔함을 담은 다큐 에세이다.

이 책은 '삶', '사랑', '노동', '풍경', '꿈'이라는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대체로 1960~1980년대까지의 탄광마을 여성들의 삶과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한다. 책에는 탄광마을을 상징하는 루핑 집과 사택지, 그리고 탄광촌 특유의 여흥문화와 연대의식, 아이들의 모습, 점방과 하숙집, 철물점과 미용실 등 탄광마을의 일상모습이 꾸밈없고 솔직한 당사자들의 구술을 통해 잘 담겨져 있다.
 

대전지역 사회적기업 출판사인 '모두의책'은 지난 달 탄광마을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다큐에세이 '회리바람꽃'을 출간했다. 사진은 '회리바람꽃' 이미지컷. ⓒ 모두의책

  
책은 또한 1980년대 사북노동자대투쟁을 언급하면서 광부 남편과 아내들의 노동의 권리에 대한 투쟁의 과정, 그리고 정의에 관한 탄광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 역시 짚고 있다. 저자는 석탄 호황기 시절의 탄광마을 모습에 대해 대체로 객관적이고 담백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감성을 일깨우는 문체로 탄광마을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제목으로 사용된 '회리바람꽃'은 야생화 이름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고지대에서 피는 회리바람꽃은 꽃이 너무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귀한 꽃이다. 소박하지만 강인했던 탄광마을 여성들은 마치 회리바람꽃을 닮았다. 엄격한 금기와 광부남편의 작업복 빨래, 선탄일과 광업소의 노동과 재해 속에서도 삶을 이끌어온 탄광마을 여성들은 바람을 맞으면서도 꺾이지 않는 회리바람꽃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은 고된 노동 속에서 삶을 일궈낸 강인한 여성들의 성장스토리이며, 좌절하기보다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담은 삶의 교본"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수줍어하던 인터뷰 내내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척박한 삶 따위를 이겨내는 법 하나쯤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알았다.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이라면서 이 책이 삶의 역경과 고단함을 이겨낸 광부의 딸과 아내들의 강인한 아름다움을 주목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모두의책' 김진호 대표는 "어머니들의 기억을 들춰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렴 풋이라도 그 시절의 향기에 다가가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일생에 스며든, 켜켜이 쌓인 나이테 같은 향기 말이다"라며 이 책의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재은 작가는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이자 수필가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와 주제는 현대영미드라마와 여성, 문화, 역사이며, 다수의 논문과 편저, 수필 등 다양한 글을 발표하고 있다.

회리바람꽃 - 탄광마을 여성들의 삶과 노동에 관한 다큐에세이

이재은 (지은이),
모두의책, 2020


#회리바람꽃 #모두의책 #이재은 #탄광 #백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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