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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리거-포이리에, '포스트 하빕시대' 최고는?

[UFC] 오는 24일 UFC 254 메인 이벤트에서 격돌, 6년 4개월 만의 리턴매치

21.01.23 10:13최종업데이트21.01.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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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UFC254 대회의 메인이벤트로 열린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잠정 챔피언 저스틴 게이치를 꺾은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29전 전승이라는 완전무결한 성적을 남기고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P4P(체급 구분 없는 종합 격투기 선수 순위) 랭킹 1위 하빕의 상품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하빕이 은퇴를 선언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하빕을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올려 놓고 있다.

아직 많은 빅매치들을 성사시킬 수 있지만 실제로 하빕은 지난 3번의 방어전을 통해 라이트급을 완전히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 방어전에서는 '숙적' 코너 맥그리거를 4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제압했고 2차 방어전에서는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를 꺾었던 더스틴 포이리에를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압도했다. 그리고 3차 방어전에서 게이치마저 2라운드 서브미션 승리로 제압하며 라이트급에서 적수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하빕이 은퇴를 선언하고 라이트급 전선이 다소 잠잠해지자 과거 하빕에게 패했던 두 파이터가 다시금 이빨을 드러냈다. 오는 24일(이하 한국시각) 어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257 메인이벤트에서 격돌하는 맥그리거와 포이리에가 그 주인공이다. 화이트 대표는 추후에 하빕이 은퇴를 번복하게 한 후 이 경기의 승자와 하빕이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치르게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포이리에(왼쪽)와 맥그리거의 재대결은 타이틀전이 아님에도 상반기 라이트급 최대 빅매치로 꼽힌다. ⓒ UFC.com

 
포이리에 또 한 번 꺾고 '하없맥왕' 증명할까

맥그리거는 지난 2016년 에디 알바레즈를 꺾고 라이트급 타이틀을 차지한 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4년 동안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2018년 하빕전 서브미션 패, 2020년 도널드 세로니전 1라운드 KO). 최근의 맥그리거를 생각하면 상상이 안 되지만 페더급 타이틀을 따내기 전까지만 해도 맥그리거는 1년에 3번씩 옥타곤에 오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파이터였다.

2013년 UFC에 진출한 맥그리거는 2014년 9월 옥타곤에서의 4번째 상대로 신예 포이리에를 만났다. 당시 포이리에는 연승 행진을 달리다가도 정찬성, 컵 스완슨 같은 베테랑 파이터들을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다소 기복이 심한 신예였다. 스완슨전 패배 후 3연승을 달리던 포이리에는 맥그리거전에서도 겁 없이 덤벼 들다가 맥그리거에게 강력한 펀치연타를 허용하며 1라운드 1분46초 만에 무너졌다.

맥그리거는 UFC 진출 후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달리다가 2015년 12월 조제 알도를 13초 KO로 제압하며 페더급의 새로운 왕좌에 올랐다. 2016년 네이트 디아즈와 웰터급 경기를 펼치며 두 번의 명승부를 연출한 맥그리거는 2016년 11월 알바레즈를 꺾고 두 체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랜디 커투어나 B.J.펜처럼 두 체급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는 종종 있었지만 두 체급의 벨트를 동시에 따낸 선수는 UFC 역사상 맥그리거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두 체급 타이틀을 따낸 후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복싱경기를 치르는 등 옥타곤 밖으로 눈을 돌리다가 2018년 하빕이라는 강적을 만나 타이틀을 잃고 말았다. 작년 1월 옥타곤에 복귀한 맥그리거는 세로니를 40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아직 라이트급에서는 하빕전 패배 이후 격투팬들에게 딱히 보여준 것이 없다(세로니전은 라이트급이 아닌 웰터급 경기로 진행됐다).

맥그리거는 20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대전료 5000만 달러를 걸고 대결을 신청할 만큼 격투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스타다. 하지만 맥그리거가 이런 유명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UFC 톱 파이터'라는 지위가 있기 때문이다. 맥그리거로서는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6년 4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포이리에와의 리턴매치에서 반드시 인상 깊은 승리를 통해 '하빕이 없는 곳에서는 자신이 왕'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6년 4개월 만에 찾아온 설욕의 기회, 이번엔 다를까

사실 종합격투기에서 파이터가 체급을 올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모험이다. 자신보다 체격이 크고 파워가 강한 파이터들이 즐비한 곳에서 늘어난 체중 때문에 스피드의 이점이 사라진 채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라이트급 증량 후 13경기에서 10승 2패 1무효경기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포이리에는 새로운 체급에서 누구보다 잘 적응한 파이터 중 한 명이다.

라이트급 증량 후 파죽의 4연승을 달리던 포이리에는 마이클 존슨에게 KO로 패하며 덜미를 잡혔지만 패배 후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포이리에는 2017년 5월 알바레즈와의 1차전 무효 경기 후 앤서니 페티스를 서브미션, 게이치, 그리고 알바레즈와의 2차전에서 KO 승리를 따내며 단숨에 라이트급의 강자로 떠올랐다. 2019년 4월엔 페더급 챔피언 할러웨이를 판정으로 꺾으며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렇게 라이트급과 페더급의 강자들을 차례로 꺾은 포이리에는 파죽지세로 하빕에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역시 무패 챔피언의 아성을 넘보기엔 역부족이었다. 포이리에는 하빕과의 타이틀전에서 타격으로 하빕을 당황시키기도 했지만 레슬링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3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걸리며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작년 6월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댄 후커를 판정으로 꺾으면서 탑 컨텐더의 위용을 지켰다.

포이리에는 라이트급 랭킹 2위로 4위의 맥그리거보다 앞서 있고 UFC257 대회에서도 홍코너를 차지해 맥그리거보다 늦게 입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6년4개월 전 맥그리거를 상대로 1분 46초 만에 KO로 무너졌던 포이리에는 여전히 많은 격투팬들로부터 열세로 평가 받고 있다. 기량도 체급 내 입지도 2014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포이리에가 이번 대결에서 맥그리거를 꺾는다면 타이틀 재도전의 명분을 확실히 얻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어렵게 살아온 포이리에는 자신의 경기가 끝나면 바지와 글러브 등 격투장비를 판매해 얻은 돈으로 기부를 하는 등 선행에 앞장서는 파이터로 격투팬들 사이에서 평판이 높다. 국내에서도 정찬성과의 명승부로 이름을 알렸고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포이리에가 과연 격투계 최고의 슈퍼스타인 맥그리거라는 거물을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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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257 코너 맥그리거 더스틴 포이리에 리턴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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