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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구금돼도 '난민 불인정'... 무엇을 위한 난민법 개정인가

[이제는 K-추방인가?] 법무부 2020년 난민법 개정안 연속 분석 ③ 핵심적 조항

등록 2021.01.28 11:56수정 2021.01.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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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한국을 찾은 난민을 조력하고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며, 난민법 제정과정에도 함께 해왔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난민법 개정안을 분석하는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편집자말]

2019년 세계 난민의 날 기자회견 - 난민거부 정책 폐기, 난민보호를 위한 난민법 개정 이제 답하라 ⓒ 공익법센터 어필

 
정부가 지속적으로 홍보해 온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협약 이행 법률"인 현행 난민법은 여러모로 보완이 필요하다.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공항에서는 방치된 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난민들이 있으며, 한국에 정착해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도적 체류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처우가 제공되지 않는다.

1차 심사에서 기각된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이의신청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무부가 2020년 12월 28일 입법 예고한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이처럼 보완이 필요한 부분과 난민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난민을 거부하고 빨리 추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정책뿐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부적격 결정'과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이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오로지 체류 연장 목적이나 사인 간의 분쟁 또는 경제적인 이유 등 이 법에 따른 난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임을 명시하여 난민 불인정 결정을 한다."

물론 명백하게 난민이 아닌 경우에는 불인정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신속한 절차의 진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법무부에서 예로 든 사유인 '체류 연장 목적'이나 '사인 간의 분쟁', '경제적인 이유'에서의 난민신청을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으로 낙인찍겠다는 법무부의 태도다.

난민신청자들이 체류를 연장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든 난민인정신청을 하고 난민임을 확인받는 과정에서 추방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 생계비 지원 등은 극히 제한적이므로 본인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난민인정심사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또한 본국에서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차별적인 취업 제한의 대상이 되었거나 약탈 등의 대상이 되었다면 경제적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난민협약상의 박해에 해당할 수 있다.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으로 인한 불인정 결정

A씨는 본국에서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다 가까스로 도망쳐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했다. 도망치기 전 여러 번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본국에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 제도가 전무할 뿐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청하려 하는 피해 여성은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낙인이 찍혀 차별을 받기 쉽다. 

출신국에 대한 조사와 구체적인 심사 후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A씨는 난민협약상 난민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정폭력은 '사인 간의 분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는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현재 입법 예고된 난민법 개정안이 적용된다면 A씨는 단순한 불인정 결정이 아닌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으로 인한 난민 불인정 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의신청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는 제한된다.

그러면 어떤 사유를 "명백히 이유 없다"라고 할 수 있을까?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은 "명백히 사기적인" 신청으로, 난민신청이 명백히 사기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허위 진술을 넘어선 사기 행위가 개입되고, 고의로 심사관을 기망하려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조심스럽게 접근이 되어야 하며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다양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법무부가 제시한 체류 연장 목적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개정안은 '오로지'라는 단서를 달고 있으니 제한적으로만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무부의 현재까지의 심사 관행을 비추어보면 엄격한 심사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할 것은 명백하다. 

현행 난민법 시행령은 출입국항, 즉 공항에서 난민신청한 사람 중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이 사람은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수많은 난민신청자들은 이 조항에 의해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되지 못한 채 강제송환 되어 왔다. 이 중에서는 법원에서의 다툼을 통해 불회부 결정이 취소되고 입국 후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도 여럿 있다. 

타국가와의 외교적 고려 등으로 난민인정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박해가 없어서가 아니라 파장을 우려하여 보다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다. '그 나라에 박해가 없다'고 하긴 어려우니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미 반복해서 결정한 사례들이 있다. 과거의 잘못된 선례들이 축적된 억울한 사례들, 앞으로 모두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재신청자는 면접조사를 생략하고 '부적격 결정'?
 

난민법 시행 이후 연도별 난민인정률 (2013-2019 ⓒ 난민인권센터

 
뿐만 아니라 법무부의 개정안은 "난민 불인정 결정이 확정된 난민신청자가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난민신청을 다시 하더라도 제한할 규정이 없어 체류연장 방편으로 제도를 남용하는 사례를 막기 어려운 문제"를 막기 위해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난민인정신청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14일 이내 심사하고 난민심사 부적격 결정을 하겠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재신청자는 이전의 난민신청과 사정이 중대하게 달라졌다는 내용을 소명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면접조사를 생략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선 두 번째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현재 한국의 난민인정심사제도에서는 난민이 확인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9년,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단 42명에 불과해 난민인정률은 0.4%를 기록했다. 2015년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한 B씨는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서야 면접 중 구체적으로 진술했던 박해 사실이 조서에 기록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의 문제 제기와 언론의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나 B씨는 재신청할 수 있었지만 B씨와 같은 피해자가 얼마나 될지는 확인이 어렵다.

사정변경이 얼마나 중대해야 하는지도 문제다. C씨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불법체포되어 구금되는 등 정치적 박해를 받았지만 법무부는 체포영장 등 구금을 증명할 만한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불인정 결정을 했다. 불시에 체포영장도 없이 체포 및 구금을 당해 체포영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본국의 국가안보국이 가족을 불시해 방문해 협박하고 불법으로 압수수색하며, C씨의 가족을 체포, 구금하여 C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일이 있었다. C씨는 재신청을 하며 가족들이 당한 위협적인 상황을 기재하고 본국에서의 박해상황에 대한 사정변경을 피력했지만 법무부는 이러한 사실이 본인에 대한 것이 아닌 가족에 관한 일이므로 '중대한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C씨와 같은 재신청 난민들은 현재에도 '사정변경이 없다'는 이유로 재신청 접수 자체가 거부되거나 불인정되기 일쑤다. 즉, 부적격 결정에 대한 개정안은 재신청자 등이 기존에 얼마나 허술한 심사를 통해 불인정 결정을 받았든 이미 난민사유가 없는 '남용적 신청자'일 뿐이라는 근거없는 추측과 부당한 관점을 법에 기재하여 이들을 신속하게 추방하기 위한 근거로 '남용'될 우려가 매우 크다. 

현재의 한국의 난민인정심사제도에는 난민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난민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면 누려야 하는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구조다.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난민들이 정확하고 투명하며, 신속한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난민인정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전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난민을 배척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꾼다면 천운을 만나지 못한 대부분의 난민들은 사지로 추방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박해 사유가 있는 난민신청자들은 부당한 불인정처분에 대해 소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오히려 심사절차는 지연되며 법무부가 원하는 신속한 절차의 진행이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대체 이번 난민법 개정은 무엇을 위한 개정인가.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은 난민이 또 다른 인권침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난민법 개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주세요 ⓒ 공익법센터 어필

#난민 #난민법 #법무부 #난민인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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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센터 어필은 소송, 법률교육, 국제연대, 공익법중개, 제도연구, 입법운동 등을 통해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다국적기업의 인권 침해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공익변호사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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