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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혼모단체가 '미혼모 블랙리스트' 만들어 유포

이름·지역 넘어 '사실혼', '미혼모 행세', '절도' 등까지... 피해 미혼모들 "허위 사실도" 울분

등록 2021.01.26 07:14수정 2021.01.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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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혼모협회 '아임맘' ⓒ 조정훈

 
미혼모 지원 단체 '아임맘'이 소위 '미혼모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민감한 개인정보를 불법수집하고, 이를 다른 미혼모 단체에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이 블랙리스트는 다른 단체에까지 공유돼 특정 미혼모를 걸러내는 용도 등으로 쓰였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아임맘이 후원물품을 팔아 금전적 이득을 챙긴 의혹을 단독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미혼모 준다더니... 후원물품 받아서 현금으로 되팔아 http://omn.kr/1rpo4).

2016년 만들어진 미혼모협회 아임맘은 대구에 사무실이 있지만, 전국 미혼모를 대상으로 대기업 후원물품을 나눠주는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대표 김아무개씨는 지난해(2020년) 5월 여성가족부로부터 한부모 가정 권익 향상에 기여했다며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미혼모협회 아임맘이 작성한 미혼모 블랙리스트의 일부. 이름과 지역, 사유 등을 적어놓았다. ⓒ 조정훈

 
지난 2019년 4월경 아임맘 직원들만 접근 가능한 비공개 카페에는 'OOO맘' 명의로 미혼모 60여 명의 정보가 담긴 문서가 올라왔다. 게시물 이름은 '블랙리스트'. 게시자 'OOO맘'은 아임맘 대표 김아무개씨의 닉네임이었다. 이 문서에는 미혼모의 이름 / 거주지역 / 사유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사유 란에는 '미혼모단체 중복 가입 혜택', '사실혼', '미혼모 행세', '절도' 등이 적혀 있었다.

이 문서 내용은 모두 사실일까?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몇몇 미혼모들은 "아임맘 김 대표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미혼모들을 추려서 블랙리스트로 만들었다"며 "그런 사람들을 아임맘에서 강퇴시킨 다음 다른 미혼모단체에도 가입할 수 없게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서에 "협회 후원품 절도 시도(샷시 절단 시도 실패)"로 기재된 사람들은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절도 시도'로 지목된 한 미혼모는 "김씨가 물건을 주면서 가져가라고 해놓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다시 돌려달라고 하기도 했다"며서 "안 돌려주면 절도범이라고 욕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미혼모도 "아임맘의 물품창고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창고에서 물건을 훔쳐갔다고 한다"며 "하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라며 눈물을 흘렸다.

해당 미혼모들은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다른 미혼모 단체 대표 "2019년 아임맘 대표가 블랙리스트 줬다"

이 블랙리스트는 다른 미혼모 지원 단체나 인터넷 카페에도 공유돼 특정인을 걸러내는 용도로 쓰였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것만 최소 2곳이다.

한 미혼모는 "다른 미혼모 카페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안 받아주더라. 이유를 몰라 주위 미혼모들에게 물어보니 내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고 했다"며 "그렇게 해서 미혼모 블랙리스트가 있는 걸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다른 미혼모 지원 단체 대표는 "2019년 당시 아임맘 김 대표가 나에게 블랙리스트 명단을 보내줬다"고 확인했다. 이 대표가 건네받은 명단은 아임맘 카페에 게시된 블랙리스트의 일부였다.

단체 탈퇴했는데도 개인정보 계속 보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도 있다. 아임맘은 회원 가입 때 미혼모임을 입증하는 혼인관계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임산부 수첩 등을 서류로 받았다. 하지만 신분이 확인된 후에도 관련 서류를 폐기하거나 되돌려주지 않고 보관했다. 또 탈퇴 또는 강퇴 등으로 인해 활동을 그만둔 미혼모들의 서류도 계속 보관하고 비공개 카페에 게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미혼모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혼인관계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을 수는 있으나, 요건을 확인한 뒤에는 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경우 수집 및 이용목적을 알려야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해야 한다"면서 "만일 이를 위반하거나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고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력 10년이 넘는 한 사회복지사는 "수혜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민감한 부분"이라며 "내부적으로 기록을 남길 때도 조심해야 하고, 특정 개인정보를 다른 단체와 공유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수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담정)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더구나 없는 사실을 허위로 적시했다면 명예훼손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미혼모협회 아임맘 비공개 카페에 올라온 미혼모 블랙리스트 게시글. ⓒ 조정훈

 
아임맘 대표 "다른 곳도 다 블랙리스트 있다"

아임맘 김아무개 대표는 단체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하반기 <오마이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김 대표는 "미혼모가 아닌데 서류를 위조한 사람도 있다. 보증금 지원해 줬는데 방을 빼버리고 애를 버리고 간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다 지원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도 다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한 미혼모는 1톤 트럭으로 물건을 훔쳐간 적이 있었다"면서 "그 미혼모는 결국 벌금 500만원의 형을 받았다. 물건을 가져다 팔면 후원하는 기업에 피해가 가고 우리에게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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