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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후에도, 매년 100억 받으며 돈 쌓는 이 재단

[백경록의 지방의회는 지금] 보조금 논란에 경북도도 문제 인정... 새마을세계화재단의 현재

등록 2021.01.21 07:34수정 2021.01.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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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새마을지도자와 대화 참석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4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새마을지도자와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2016.4.20 ⓒ 연합뉴스


새마을세계화재단을 기억하시나요?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3년 1월 정식 출범했습니다. '친박 인사'인 김관용 당시 경북도지사가 추진한 일이었죠.
 
이들은 지구촌 빈곤 종식을 위해 새마을운동의 성공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한다는 목적으로 연구소와 시범마을 조성, 연수 진행, 새마을 해외봉사단과 글로벌청년새마을지도자 파견 등을 진행 중입니다. 재단 인원은 대표이사를 포함 23명입니다(2020년 8월 재단 업무보고 기준).
 
핵심은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을 세계로 알린다는 겁니다. 박근혜씨는 2016년 3월 새마을운동 제창 46주년을 기념해 전국새마을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며 살뜰히 챙기기도 했는데, 그때 새마을세계화재단 이사장도 불렀습니다.
 
그랬던 새마을세계화재단은 박근혜씨가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듯합니다.
 
100억 받는 새마을세계화재단의 '수상한' 잉여금

하지만 재단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으며 건재합니다. 2020년 예산만 해도 115억8천만 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보조금 93억3천만 원(도 68억3천만 원, 시군 25억 원), 잉여금 21억9천만 원, 이자수입 등 6천만 원입니다. 이밖에 기금적립 284억 원(도 140억 원, 시군 16억5천만 원, 포스코 10억5천만 원, 대구은행 6억 원, 농협 10억 원, 기타 101억 원)이 있습니다.
 
큰 규모로 지원을 받는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지난 몇 년 간 어떤 문제로 경북도의회에서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11월 10일 경상북도 행정보건복지위원회 행장사무감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이날은 매우 의미 있었는데, 그동안 '문제없다'고 선을 그어오던 경북도가 처음으로 '문제 있다'고 답변했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는 바로 돈과 관련돼 있습니다. 재단이 경북도로부터 받은 보조금 잔액을 순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한 뒤 재단 기금으로 적립해온 것입니다. 순세계잉여금은 수입에서 지출을 뺀 나머지 돈입니다. 이때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은 잔액을 반납해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사업에 쓰라고 세금으로 지원한 보조금의 잔액을 재단의 자금(기금)으로 야금야금 쌓아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둔갑'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다시 지난해 경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김영선 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순세계잉여금을 기금으로 출연하는 게 문제가 없냐?'고 묻자,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답변했습니다.

"처음 재단이 출범한 이후로, 재단기금을 300억까지 모아 그 뒤로 운영비는 기금 이자에서 쓰자는 묵시적 양해가 (경북도와) 있어서 300억 기금조성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도에서도 그래서 출연을 계속 해왔는데, 현재 284억까지 조성됐습니다."

즉, 경북도의 묵시적 양해로 순세계잉여금을 기금으로 조성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단체가 벌어서 쓰고 남은 돈을 모으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재단이 수익을 많이 만들어서 순세계잉여금이 생겼을까요? 아닙니다. 재단의 주요 수입원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자체의 보조금입니다.
 
아래를 보면 더 황당한 답변이 나옵니다.

김성진 도의원(국민의힘, 안동) : "보조금이 94억이고 잉여금이 21억이지요? 21억9천이잖아요. 이 잉여금은 그 전해인 2019년도 잉여금입니까?"

장동희 이사 : "예, 저희들 예산 집행하고 남은 액수를 순세계잉여금으로 잡아서 일부는 기금에 적립하고 이렇게 했습니다."

김성진 도의원 : "도와 시·군의 보조금을 받아서 세입-세출을 하는데, 이 잉여금을 가지고 그 다음 해의 사업 세출예산으로 쓰거나 또 기금 적립금으로 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대화를 쉽게 설명하면, 도에서 받은 사업 보조금의 잔액을 반납하지 않고, 순세계잉여금으로 잡아서 기금으로 적립한 게 문제라는 뜻입니다.

지침 제대로 안 지킨 경북도?
     
그런데, 이런 행정이 재단에서 자의적으로 한 게 아닌 경북도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적이 계속되며 논란이 일자 경북도는 2021년부터 이월하거나 반납하도록 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해명을 내놨습니다.

"순세계잉여금을 다음 연도 운영비로 편성하는 근거는, 법률로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12조에 있고요. 2017년도까지는 지방 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지침에 '사업주관부서와 협의 후 이사회 승인을 거쳐 기본재산에 편입하거나 준비금 등으로 적립해 재정자립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규정과, 재단 정관에 '기본재산에 편입한다'는 규정에 따라서 사실상 편입을 해왔습니다.
 
지금 그런 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고 해서 내년부터는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당해 연도에 쓰고 잔액은 이월하거나 아니면 반납하도록, 그렇게 예산 과목 자체도 출연금으로 편성을 안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남창호 경북도청 자치행정국 새마을봉사과장)


과연 경북도의 답변은 옳은 것일까요? 아까도 설명했지만 수익사업으로 벌어 쓰고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을 쌓는 자체를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잘 살펴보면 경북도는 중요한 내용을 빠뜨린 채 언급하고 있습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 12조 3항은 "공익법인은 결산상 잉여금을 기본재산에 전입하거나 다음 해에 이월하여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 편성지침에도 잉여금의 처리는 "다음연도 세입예산에 편성해 처리함이 기본원칙"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해당 지침의 바로 밑을 보면 "순세계잉여금을 반영해 출연기관의 예산 요구액을 조정하고, 보조금 형태의 목적사업 불용예산은 차감 후 예산요구"라고 되어 있습니다. 보조금 형태 예산 잔액은 잉여금 개념에서 빼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당시 감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이 문구와 관련해 경북도에 문의해봤습니다. 도 관계자는 "보조금을 출연금으로 해석했다"며 "예산편성지침은 어느 정도 따라야 하지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항목으로 본다"고 다소 엉뚱한 설명을 내놨습니다. 도민들의 세금으로 마련한 보조금을 사실상 재단에 주는 출연금으로 봤다는 건데요.
 
도의회에서 예산안을 심사할 때는 '출연' 또는 '기금', '사업비 지원'으로 분명히 구별해 검토합니다. 경북도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 수정조서(2019년도)만 봐도 ▲ 새마을세계화재단기금 5억 원 ▲ 새마을세계화재단사업비지원 80억 원으로 나눠서 명시됐습니다.

특히 사업 지원을 위한 보조금이 아닌 기금 출연일 경우 별도의 동의안이 통과돼야 합니다. 만약 새마을세계화재단 관련 예산이 전부 다 기금 출연 성격이었다면 애초부터 전액에 대해 기금 출연 동의안을 상정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합니다. 엄연히 용도와 절차가 다른 비용을 이런 식으로 둔갑하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예산편성지침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발언도 문제 있어 보입니다. 행정안전부 공기업지원과 관계자는 필자의 문의에 "예산편성지침은 법에 의거해서 만들어 보내는 것이고 지켜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경북도 관계자가 새겨들어야 합니다.

보조금 이외의 문제
 

새마을세계화재단 개소 2013년 1월 30일 경북 구미시 임수동 경북경제진흥원에서 열린 새마을세계화재단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축하하는 뜻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경북도에서도 문제로 인정해 시정하기로 했지만, 새마을세계화재단 측은 여전히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재단 관계자는 20일 "보조금이라는 단어 안에는 출연금이라는 뜻도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새마을세계화재단의 문제는 사실 보조금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2019년 3월 경북도의 새마을세계화재단 감사결과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산학협력단 용역이 납품 지연되자 허위로 준공검사조서를 작성하고, 지연배상금을 약 2%로 대폭 할인 부과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또한 비상임이사의 해외 출장 시 2등석 항공운임을 적용해야 함에도 1등석으로 2100만 원을 과다 지급하고, 현지 고용원 계약에 통역업무가 있음에도 통역비 570여만 원을 지급했으며, 2017년 사업비 집행 잔액을 미반납한 채 담당직원 책상서랍에 650여만 원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전부 다 감사에서 지적 받은 내용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지적되지 않았지만,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 파견현황을 보면, 2014년 122명에서 계속 줄어 2018년에는 단 3명만 보냈습니다. 한 개의 사업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지만, 중요한 사업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등장한 새마을세계화재단이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운영돼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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