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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문학상 남성, 국정원 논문상까지... 이력만 무려 39개

의인 감사패 등 과거 화려한 행적 두고 의심, 주변인들 "몇 년 전부터 컴퓨터로만 소통"

등록 2021.01.18 11:58수정 2021.01.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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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작품을 통째로 베껴 다섯 개 문학상을 휩쓴 손아무개(42)씨의 행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받은 상을 스스로 자랑까지 한데다, 문학상은 물론 각종 논문상에 의인상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력이 독특하다. 경북 출신인 손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밝힌 이력에 따르면, 그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입대해 12년간 복무했다. 이어 2017년 2월에 대위로 전역했으며 통일부 통통 국민참여단, 국방부 온라인 서포터즈 'M-프렌즈' 5기 등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다.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 명예경찰 '누리캅스', 목포해양경찰서 서포터즈, 국세청 국민탈세감시단 '바른세금지킴이', 국가보훈처 6.25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국민 서포터즈, 경상북도 인권기본계획제안서 평가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정책모니터단, 공군사관학교 시간강사,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기자단, 합동참모본부 무기체계 시험평가 세미나 서포터즈 등 약방에 감초이자 홍길동처럼 전국을 오가며 활동한 것으로 돼 있다.

수상 이력도 다양하다.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 주관 창의발명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 A재단 학술지원사업 선정 객원 연구원(2020), 지난해 5월에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주관하는 '2020 대학(원)생 논문 주제 공모전'에서 '뉴 테러리즘에 대한 안보 형사법 체계 재정립'을 주제로 대상을 받았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정보보호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공동 주관하고 국가정보원이 공식 후원하는 '2019 사이버안보(보안) 논문대회'에서 정책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서울시청 등이 공모한 시민 아이디어, 표어 공모전 등 전국 각지에서 여러 차례 관련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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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무개씨가 개인 페이스북에 등록한 프로필 내용. ⓒ 페이스북 갈무리

   
그는 또 지난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고속도로 의인으로 선정돼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화물트럭 기사를 발견, 신고한 후 과거 공군 군사경찰 장교 시절의 현장 사고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응급조치를 해" 생명을 구했다. 손씨는 당시 받은 상금 100만 원을 시상식 현장에서 해당 지역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전액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언론사에 수상 기사화 요청... "몇 년 전부터 밖으로 잘 안 나와"


하지만 손씨는 최근 남의 작품을 제목부터 통째로 베껴 다섯 개 문학상을 휩쓴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거 행적이 통째로 의심받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 손씨가 남의 작품을 도용해 당선작으로 뽑힌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글로벌 경제신문 주관)의 경우 공모기준이 '만 49세 이상'(1971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이다. 당시 41세인 손씨는 참가 자격조차 없는데도 나이를 속여 응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손씨가 그동안 시상한 시민 아이디어와 논문 등도 남의 것을 표절 또는 도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손씨는 페이스북에 무단 도용으로 받은 상을 자랑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거주 지역의 한 지역신문 관계자는 "손씨가 상을 받을 때마다 '수상 내용을 알리며 기사화해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만나지는 않고 전화로만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도 손씨가 시니어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리며 기사화를 요청했다. 그런데 응모 대상 나이가 맞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손씨가 몇 년 전부터 컴퓨터로만 소통하며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손씨가 거주하는 해당 지역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방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며 "식사도 거의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인들이 '손씨와 음식 배달원이 다투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손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번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작품 도용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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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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