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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청소노동자가 묻는다 "어떻게 서비스 질을 낮추나요?"

코로나 건물도 청소한 LG 청소노동자, '서비스 질' 이유로 내치다니

등록 2021.01.16 10:00수정 2021.01.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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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와 처우개선, 노조활동 등을 요구하다가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로비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세번 닦을 바닥 여섯 번 닦는다고 했다. LG트윈타워분회 김정순 조합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출퇴근할 때 엄청 조심하죠. 지하철 손잡이도 될 수 있으면 잡지 않고. 아무것도 묻히지 않으려고요. 중심을 못 잡아 흔들거리면서도 손잡이를 잡지 않아요. 그만큼 조심을 했어요. 그리고 일터에 와서 더 깨끗이 닦아요. 세 번 닦을 걸 여섯 번 닦아요."

LG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 S&I코퍼레이션은 LG트윈타워 80여 명의 집단 해고에 대해 '서비스 질이 저하돼' 지수INC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수INC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일감 몰아주기가 드러나자 LG는 고모들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했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곳

서비스 질이 낮아졌다는 얘기는 청소를 열심히 안 했다는 뜻이다. 조합원들은 모욕감을 느꼈다. 청소노동자라면 누구나 모욕감을 느낄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얘기를 했다.

2020년 LG트윈타워에서도 코로나 감염자가 있었다. 2020년 2월에는 LG트윈타워 옆에 있는 파크원 공사 현장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 8월과 9월에는 트원타워에서 일하는 사람이 감염됐다. 이순예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9층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는데 그 층 엘리베이터 앞에 출입금지 푯말이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보고 그 층에 들어가 청소하라고 했어요. 감독은 따줘야 하는 문이 있는데 그 문도 안 따주고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우리만 청소하래요. 정말 겁났어요. 무서웠어요. 그런 적이 두 번이나 있었어요. 9층에서도 있었고, 6층에서도 있었고.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노동자들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일했다. 방호구나 방호복은 꿈꿀 수도 없었다. 감염자가 있는지 모르고 일하기도 했다. 한 번은 감염자가 나온 층에서 일하던 직원이 출근했는데 집에 보내 놓고 조합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두려움만이 아니라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이순예 조합원의 얘기다.

"이 건물이요. 겨울에는 히터를 틀어주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주잖아요. 그런데 직원들이 퇴근하면 싹 꺼버려요. 여름엔 엄청 덥죠. 더워서 마스크 쓰고 일하는 게 정말 답답했어요. 땀이 줄줄 흐르고. 우리 야간은 그런 게 힘들어요. 그래도 마스크 철저히 썼어요. 혹시라도 우리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코로나 걸리면 안 되고, 또 우리가 더 열심히 청소해야 안전할 수 있고. 시간 날 때마다 손 씻고."

노동자들은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초기에는 천 마스크를 일주일에 두 개 정도 지급하고 이후 1~2개월 덴탈 마스크를 일주일에 하나 지급하다가 이후로는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지급을 요구하니 관리자들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서비스 질을 어떻게 저하시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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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로비에서 농성중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를 응원하고 있다. ⓒ 유성호

 
조합원들은 물었다. 어떻게 서비스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느냐고. 코로나가 덮쳤는데 어떻게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있냐고 말이다. 10년 동안 호텔보다 더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말을 듣던 노동자들이 노조 만든 지 1년 만에 청소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로 내몰렸다.

이상한 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 미화직 청소노동자 80여 명은 집단해고됐지만 시설직은 그대로 뒀다. 미화직 노동자들의 관리자들인 '감독', '반장'들 역시 그대로 일하고 있다. 서비스 질을 저하했다면 그 서비스를 총괄했던 관리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청소는 쉴 틈 없는 반복노동이다. 눈길이 많이 가는 노동이다. 이쪽이 괜찮으면 저쪽이 더러워지고, 이쪽을 정리하면 저쪽이 어지러워진다. 한 사람이 3~4개 층을 맡아 쉴 틈이 없었다. 몸 성할 날도 없었다. 허리와 무릎을 자주 굽혀 가며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노동에 직원들과 고객들의 안전이 달려 있다.

코로나가 터진 후 모두가 소독과 위생, 방역의 중요성을 공감했다. 그 소독과 위생, 방역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바로 청소노동자들이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은 그 일에 최선을 다했다. 감염자가 발생해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 층에서도.

재벌에게 막히는 노조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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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규탄하며 LG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이날 이들은 “청소노동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집단해고로 쫓겨났다”며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LG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15일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로비에서 농성을 한 지 한 달 되는 날이다. 전기도 끊기고 난방도 끊기고 식사 반입도 중단되는 상황을 참았다. 용역들의 모욕과 조롱도 참았다. 이제는 하루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 될지 모르는 퇴거 가처분 재판이 남아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머어마한 액수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던 것도 LG고 그래서 구훤미, 구미정씨가 바닥 한 번 닦지 않고 5억을 투자해 200억 원이 넘는 떼돈을 벌게 해 준 것도 LG고, 이제 지분 매각으로 꼬리를 자르겠다고 발표한 것도 LG다. 자회사를 만든 것도 LG다. 자회사와 친족 기업을 통해 수많은 LG그룹 빌딩을 청소, 관리하는 것도 LG다. 무엇이 싫기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걸까?

이유는 단 하나로 좁혀진다. 청소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다. LG빌딩, 삼성빌딩, SK빌딩, 현대차 빌딩 등 수많은 대형빌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와 S&I코퍼레이션, 지수INC는 조합원들에게 다른 빌딩으로 들어가서 일하라고 한다. 고령층이 주로 일하는 직종이기에 건강하면 65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해놓고 이제는 안 된다고 한다. 이게 모두 노조를 깨려 하는 일임을 조합원들은 알고 있다. (S&I코퍼레이션 측은 계약해지가 노조 결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 편집자 주)

용역들에게 막혀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노동자, 시민이 LG트윈타워로 찾아오고 있다.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꼭 이기세요!"다. 경제위기에 코로나 재난까지 겹쳐 가난한 노동자의 삶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들의 권리는 계속 짓밟히고 있다. 특히 재벌들에게 짓밟히고 있다. 정부는 모른 체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선공약이었던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재난 앞에서도 묵묵히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 보건의료, 물류택배, 돌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청소노동자는 서비스 질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왜 모욕을 당해야 하는가? 이들의 권리가 왜 막혀야 하는가?

LG트윈타워에서 희망을 본다. 꼭 이기세요! 다시 한 번 간절하게 외친다.
덧붙이는 글 이용덕 시민기자는 LG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LG트윈타워 #LG #노조할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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