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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서울 난개발 공약, 제2 뉴타운 광풍 우려"

[인터뷰] 도시계획 전문가 박인권·최봉문 교수 "고밀개발, 도시 기능 무너질 것"

등록 2021.01.20 11:54수정 2021.01.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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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아파트 건설을 위해 수십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된 서울지역 재개발 공사 현장. ⓒ 권우성


"용적률 완화는 도시생태계를 완전히 무시한 발상입니다." (최봉문 목원대 교수)
"당장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임시방편이죠.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박인권 서울대 교수)


서울에 '제2의 뉴타운' 바람이 불 조짐이다.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하겠다며 고밀개발을 공언한 가운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여·야 정치인들도 용적률 완화 등 난개발이 우려되는 정책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파트 35층 층고제한 완화와 강변북로·철도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을 약속했고, 나경원 전 의원도 용적률·용도지역·층고제한을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14일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이런 고밀개발 드라이브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휩쓸었던 뉴타운 광풍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에도 서울 지역구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은 하나 같이 뉴타운 건설을 공약했지만,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당수 구역이 지정 해제됐고, 숱한 사회적 갈등을 낳았다.

<오마이뉴스>는 도시계획 전문가인 박인권 서울대 교수와 최봉문 목원대 교수를 차례대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고밀개발 광풍이 우려스럽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도시계획 정합성에 대한 전반적인 고려 없이 무턱대고 주택만 짓다가는 교통·일조권·인프라 등 도시 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였다. '위험한 발상', '도시가 무너진다' 등 강한 어조의 경고도 나왔다.

박인권 교수 : "(고밀개발은) 장기적인 도시계획적 정합성 측면에서 보면 위험한 발상입니다. 도시밀도와 원활한 흐름을 고려해야 하는데, 당장 주택 공급을 위한 임시방편적인 발상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들고 실현 가능성도 낮습니다. 도시계획은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고밀 개발로 주택이 늘면 당장 교통부터 문제가 됩니다."

최봉문 교수 : "도시계획은 도시 전체의 균형적인 관점에서 수립돼 있습니다. 그 계획 의도를 무시하고 공급이라는 하나의 정책 목표를 위해 종합 계획을 무시하고 바꾸겠다는 접근은 결코 옳지 않습니다. 행정적으로는 가장 쉽겠죠. 하지만 무계획적으로 개발만 해버리면 도시기능이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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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공구상가 상인들과 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 보존연대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공구상가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관수교 일대를 출발해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반대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최봉문 교수는 '도심 용적률 완화'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봤다. 서울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총량을 넘어서 과도한 용량을 담다 보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일조권·교통·인프라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고, 결과적으로 주거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적률 완화는 도시생태계를 무시한 정말 심각한 발상입니다. 용적률을 정한 목적은 고밀지역과 저밀지역으로 적절하게 공간을 배분하고, 도로나 상수도 등도 이에 맞춰서 관리하기 위해 약속한 기준입니다. 그걸 완화시켜서 과도한 주택을 공급한다면 균형이 무너지면서 일조권·프라이버시 침해 등이 나타날 겁니다."

박인권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마구잡이로 뉴타운 지역이 지정되면서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주택 공급 확대를 하더라도 도시계획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논의 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당장 오르기 때문에 공급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 때 뉴타운 한다고 했다가 다 해제하고 또 다시 풀고를 반복하는데, 불과 5년 뒤에 어떻게 바뀔지를 모르는 거죠. 공급 계획을 논하더라도 도시 계획적 절차를 무시하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두 교수는 서울에 집중되는 주택 공급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 지역 균형 발전이 더욱 어려워지고, 국가 경쟁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과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되는 현상을 방치한다면 주택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했다.

박인권 : "서울을 풀어주면 더 많은 사람이 서울로 오려 하겠죠. 지방을 육성하고 수도권을 억제하는 기조가 깨지니까 상당히 부정적이죠. 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예요. 국가 균형 발전 측면에서 보면 우려스럽고 그렇게 서울로 들어오는 수요를 무한대로 수용할 수도 없어요."

최봉문 : "서울로 집중되는 기능을 줄여야죠.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주택 수요가 많아지는 현상을 막아야죠. 사실 기존 수도권에 공장을 규제했지만, 마곡 등에 첨단·복합이라는 이름으로 생산시설 다 들어오고 지역균형발전이 유명무실해졌잖아요. 그렇게 수도권 일자리가 몰리게 해놓고 주택을 더 짓는 걸로 수요를 충족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최 교수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 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를 생각할 때, 과연 지금 시점에서 고밀개발이 적절한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100년만 살고 끝날 도시가 아닙니다. 한 번에 모든 걸 다 풀어버리면 도시 전체적으로도 경관 문제뿐 아니라 기능적 부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데, 주택 증가로 신규 인구가 계속 유입되면 끝없는 문제가 생깁니다. 서울뿐 아니라 국토 전체적인 차원에서 볼 때 서울 집중은 수요를 줄여서 해결해야죠. 무작정 공급을 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고밀개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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