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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에 눈 뜨면서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동물권 에세이집 '살리는 일' 출간한 박소영 TV조선 기자

등록 2021.01.18 16:23수정 2021.01.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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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동물권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 <살리는 일>이 출간 되었다. 박소영 TV조선 기자의 첫 에세이집인 <살리는 일>에는 고양이와 강아지 등을 구조하며 겪은 일과 그때 느낀 감정이 담담하게 담겼다.

책 출간 이야기와 함께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살리는 일>을 쓴 박소영 TV조선 기자와 지난 6일~11일 동안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동물권 에세이집 출간한 박소영 TV조선 기자 ⓒ 박소영 제공

 
- <살리는 일>이라는 동물권 에세이집을 출간하셨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누군가 제 이야기를,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신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인터뷰하는 입장에만 있다가 오늘처럼 인터뷰 당하는 입장이 된 것도 신기하고요. 책 읽어주신 분들이 남긴 짤막한 후기를 열심히 찾아보는 편인데, 주위 동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기뻐요. 책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어땠어요?
"원고가 책으로 엮여 나온 것을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편집자가 원고를 만지고, 교열 선생님이 다듬으시고, 디자이너분이 예쁘게 옷 입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걸 보니, 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대단한 협업의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하고, 또 신기한 마음입니다."

"기사와 다르게, 제가 느낀 감정에 더 집중했어요"

- 10년 차 방송 기자로 알고 있어요. 기사 쓰는 것과 책 쓰는 것의 차이는 뭔가요?
"기사를 쓸 때는 이성적이려고 노력하지만, 책을 쓸 때는 감성을 더 많이 작동시키게 된다고 할까요? 기사는 '정확한 전달'이 목적이지만, 책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먼저라고 판단해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사를 쓸 때는 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고, 책을 쓸 때는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내려고 해요. 일례로 제가 사육곰과 관련한 기사를 쓸 때는 상황 그 자체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책에 그 이야기를 담을 때는 그 상황에서 제가 느낀 감정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살리는 일> 표지 ⓒ MUZE(무제)

 
- <살리는 일>이란 에세이집이 어떤 책인지 먼저 소개 부탁드려요.
"캣맘 활동을 하고, 동물들을 구조하면서 제가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적은 에세이입니다. 우리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나름의 비판도 함께 담았습니다."

- 배우 박정민씨의 제안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던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래 한번 써 보자!'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민씨가 책 출간에 진심이었고, 저 역시 책이 작게나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한 꼭지 한 꼭지 쓰기 시작했습니다."

- 책 쓴 기간은 얼마나 걸리신 건가요?
"원고를 쓴 기간은 약 석 달 정도예요. 마지막 원고를 송고한 게 지난해 5월 말이었네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쓴 글은 아니다 보니, 빈틈도 많고 성글기도 합니다(웃음). 조금 더 다듬고 보완했어야 하는데 싶어요."


-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직업이 기자다 보니 '언젠가 책 한 권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게 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아니었습니다. <살리는 일>을 내게 된 건 순전히 동물들을 만나고 그 영향으로 변화하면서예요."

- 제목이 '살리는 일'인데 이걸 제목으로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고양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 개들을 농장에서 구출해 오는 일,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일, 이 모든 것들이 작지만 '살리는 일'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부터 제 인생의 화두가 '살리는 일'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목을 '살리는 일'로 정했습니다."

- 보통 추천사는 앞에 있지만, 이 책은 뒤에 있던데 이유가 있나요?
"편집자인 박정민씨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추천사가 너무 빛나다 보니 제 글이 묻힐까 봐 제 글을 앞으로 배치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웃음)."

- 책이 고양이 급식소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처음 동물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 캣맘을 하면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 역시 저의 경험담에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마지막을 동물권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 책에 보니까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6년 아버지가 지인에게서 얻어온 새끼 토라를 반려묘로 들이면서부터라던데 이전에 동물에 대한 생각은 어떠셨어요?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짧은 기간이었지만 새끼 진돗개와 함께 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친척 집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그 기억이 너무 아프게 남아 두 번 다시 동물을 반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동물에 대한 저의 애정이란 게 딱 그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다시는 반려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 역시, 제 아픔을 먼저 고려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정말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 그럼 토라를 처음 봤을 때 어떠셨어요?
"야무지고 귀엽고 그저 사랑스러웠어요. 존재 자체만으로 이렇게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죠. 그때까지 저희 식구는 토라를 '대상화'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토라가 저와 다르지 않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요."

"인권과 동물권은 절대 상호 배타적이지 않아"

- 동물권 얘기하면 주로 나오는 얘기가 도와야 할 사람부터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럴 땐 뭐라고 답하시나요?
"우리가 누군가를 도울 때, 누가 가장 힘들고 누가 가장 괴로운지를 하나하나 따져서 돕지는 않아요. 그보다 당장 내 눈앞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존재에게 손을 뻗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가리다 보면, 오히려 우리 행동의 영역은 더 좁아지지 않을까요? 누가 더 힘든지, 더 급한지를 따지기보다 당장 한 사람(동물)이라도 챙기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인권과 동물권은 절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를 높이면 다른 하나가 내려가는, 적대적인 개념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박해받는 동물을 위하고 걱정할 때, 그 마음이 다른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데로도 퍼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부터도 동물권에 눈을 뜨면서 동물이 아닌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동물권 에세이집 출간한 박소영 TV조선 기자 ⓒ 박소영 제공

 
- 인권과 동물권은 절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연결돼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권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사회적 약자에게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고, 약자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동물에게 마음 쓰게 되지 않을까요. 이건 양이 정해져 있는 파이를 가지고 서로 다퉈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 동물권과 관심을 가지게 된 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거 같은데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느껴요. 아침에 쓰는 세면용품부터 저녁에 잠들 때 덮는 이불을 고르는 것까지, 모든 문제에서 동물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책에도 적었지만 우리는 밥을 먹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신발을 신는 것도, 화장품과 세면용품을 쓰는 것도, 약을 먹는 것도 동물들의 죽음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을 매 순간 새기게 되었어요."

- 인터뷰 보니 "캣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고 하셨던데 가장 힘든 건 뭔가요?
"나쁜 의도를 가지고 급식소를 부수고 없애는 사람, 사료에 음식물 쓰레기를 투척하는 사람, 고양이 급식소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사람들을 볼 때 마음이 아프고 힘듭니다. 밥을 먹는 건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기본적인 활동인데, 그조차 못하게 막으려는 사람들을 볼 때 정말 괴로워요."

- 에피소드도 있을 거 같아요.
"음, 아무래도 가장 극적인 에피소드는 책에 썼던 것들인데 급식소 주변에다 대변을 본 사람, 팬티를 버리고 간 사람인 것 같아요. 그밖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는데, 먹던 스파게티를 사료통 위에 던져두고 간다거나, 김칫국에 밥을 말아서 급식소 주위에 둔다거나 하는 것들이겠죠. 누군가 장조림으로 추정되는 고기를 골목 여기저기에 마구 던져두고 가서 손으로 하나하나 치운 적도 있어요. 다 먹고 남은 달걀 껍질과 은박지 등을 급식소 주위에 놓고 가신 분도 있었고요."

'채소의 맛'을 아는 사람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고 채식하기 시작했다던데 영화가 어땠길래 고기를 안 드시게 된 건가요?
"<옥자>는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 외피가 장르 영화였기에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었고요. 사람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돼지를 잔혹하게 도살하는 모습, 그것도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기계화된 시스템에 의해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채식을 하게 된 게 동물권 때문인지 아니면 가져온 공장식 축사 때문인가요?
"저는 넓은 의미의 '동물권 옹호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시급하게 없어져야 할 것 중 하나가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고요. 우리 사회가 동물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복지 차원에서 공장식 축산을 없애는 일은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분은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힘드실 것 같은데.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순대나 막창, 부대찌개 등을 특히 좋아해서 유혹을 참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럴 때는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 등을 먹으며 버티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육식의 미학'이 더 이상 저를 지배하지 못해요. 저도 제가 '채소의 맛'을 아는 사람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하며 시위하던 사람들 이야기도 나오던데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그날 제가 본 시위가 그렇게 길지 않았더라고요. 그날 현장에 나온 장애인분들은 그토록 짧은 시위를 하면서도 온갖 비난과 박해를 감내해야 했던 거죠. 제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도 그 부분이었어요. 옳은 것을 주장하면서도 비장애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단 한 번 목소리를 내면서도 그 반향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책에 제가 느낀 것을 적기는 했지만, 저는 아직 장애인 문제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래서 더 알아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책을 읽은 독자들이 동물도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는 사실을 꼭 새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동물은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을, 행복과 고통을 모두 느끼는 존재입니다. 동물의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어떻게 하면 지켜줄 수 있을까도 고민해 봐주시면 좋겠어요.

어떤 독자분이 쓰신 후기를 봤어요. 제 책을 읽고,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글을 읽게 되었고, 동물보호 후원금까지 보내게 되었다고요. 너무 기뻐서 심장이 뛰더라고요. 제 책을 읽은 분들이 주위 동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게 된다면, 그리고 거기에서 나아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면 정말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책에 넣고 싶었지만 못 넣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 모두 아주 작은 '살리는 일'부터 실천하면 어떨까요? 일주일에 한 끼는 채식하기, 주위 캣맘에게 응원의 한 마디 건네기, 구스다운 대신 웰론(신소재) 패딩 사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쓰기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살리는 일'은 정말 많고도 많아요. 거창한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게 결국 모두를 살리는 일 아닐까요?"

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박소영 (지은이),
무제, 2020


#박소영 #동물권 #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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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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