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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모임 5인 이상 금지, 엄마 첫 제사를 못 갔습니다

등록 2021.01.11 09:08수정 2021.01.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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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일년이 되었다. 엄마 제사는 전주에 살고 있는 남동생네 집에서 지내기로 되어 있다. 제삿날인데, 엄마 제사를 모시려 가지 못하고 있으니 마음만 아프고 답답하다. 제사는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혼령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오는 우리의 전통이며 생활속에 뿌리 내려온 삶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감염병인 코로나로 우리 생활의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 제사를 지내며 살아있는 자손들이 모여 돌아가신 분을 추억하고 가족으로서 연대의식을 가지며 끈끈한 정으로 살아가는게 제사를 지내는 의미도 있다. 요즈음 사람들은 사는 게 모두 바쁘다. 형제들도 부모님 제사라는 명분이라도 있어야 만남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심하게 되고 가족들 모임도 금지되는 이때 어머니 제사라고 모일 상황이 아니다. 가족도 5명 이상 만나지 말라는 방역당국의 지침이 있기때문에 조심해야 하지 어쩔 수가 없다.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살아있는 사람의 안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상상도 못한 낯선 일이다. 지난 추석 때도 차례를 지내지 못했다. 곧 정상적인 생활이 오려나 기대를 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는 혼미한 상태다.
 

엄마와 막내 동생 살아 생전 엄마 모습 막내 동생과 즐거운 한때 ⓒ 이숙자

 
우리 친정집은 아들 셋, 딸이 넷 모두 칠 형제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37년이 되었고 엄마는 96세로 지난해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 지난해 양력 12월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에는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석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코로나가 발발하기전 돌아가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 형제들은 말을 한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는 코로나가 이처럼 무섭게 확산되고 오래 갈 줄 몰랐다. 엄마 돌아가시던 때는 아무 일 없이 가까운 친척들과 자녀들, 지인들도 만나고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하며 신부님 축북기도까지 받으며 영면 할 수 있었다.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감사하고 후회없이 보내드렸다.

엄마 돌아가신 지 일년이 되었지만 코로나19는 더 무섭게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우리 생활은 제약이 많아졌다. 이런 때, 엄마 제사라고 다 함께 모일 수가 없다. 아들 셋은 전주에 살고 있고 딸들둘은 인천에서 살며 두 사람은 군산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다 모일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은 가족간에도 전파자가 많이 나오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나는 우리집 맏이다. 동생들과 서로 의논 끝에 멀리 있는 딸들은 내년으로 참석을 미루고 전주에 살고 있는 아들 세 명과 며느리 한 사람만 모이자고 했다. 그러면 네 명이 된다. 다섯 사람 이상 모이지 말라는 방역당국의 수칙을 지키기로 약속을 하고 조촐하게 제사를 모시라고 당부를 했다. 섭섭한 일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칠 형제는 남달리 우애가 깊다. 그것은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이 없어 서로 불목 할 일이 없어서 그런 연유도 있다.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견뎌낸 끈끈한 정이 있어 만나면 격려와 응원을 하며 엣날 살아온 추억도 공유를 하며 즐겁다.

살면서 위로가 되는 고마운 형제들이다. 무엇이던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따뜻함이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정이 있어 고맙다. 나는 동생들이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흐믓하고 고맙다. 

서로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땨뜻하게 살았던 세상이 그립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걸 두려워 해야 하고 사는 게 아주 삭막하고 사람과의 정도 나누지를 못한다. 나 하나의 안위를 지키고 살아야 하는 무서운 세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이 자꾸 고립무원의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친족이라는 개념도 무너지고 있다. 내 가족, 거기다 조금 나아가면 형제들끼리 만남도 줄어들고 삶이 더욱 삭막하고 사는 맛이 없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우리의 삶은 어디로 흘러 가는 걸까? 갑자기 바꾸어진 삶의 질서에 나이 든 세대인 나는 두렵다.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인간 삶의 최소한의 도리를 우리는 끓고 살아가야 하는지, 이 어려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나는 답답하다. 엄마 제사에는 가지 못하지만 하늘에 계시는 엄마도 이 상황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 보련다.

엄마! 코로나가 없는 세상에는 엄마 제사에 가서 정성스러운 음식과 어머니를 추억하고 형제들과 정을 나누며 따뜻한 제사를 모시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어머니 우리를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제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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