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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이 떨어지고, 물에 잠기고... 재난 속에서 무민이 택한 일

'무민 오리지널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에 다녀와서

등록 2021.01.08 09:51수정 2021.01.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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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날, 무민 가족과 친구들은 혜성을 피해 동굴로 잠시 떠나 있기로 한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 바이러스를 피해 집 안으로 자신을 격리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무민은 황량한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빛나는 불덩어리가 다가오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지구가 얼마나 두려워할지 생각했다. 또 무민은 자신이 세상 모두를, 숲과 바다와 비와 바람과 햇빛과 풀과 이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리고 그 모든 것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무민 연작 소설 <혜성이 다가온다> 중에서
 

혜성을 피해 동굴로 숨은 무민가족 ⓒ 홍승주

 
다행히 혜성은 지구를 스쳐 지나가고, 무민 가족과 친구들은 동굴에서 나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은 세계대전의 공포 속에서 소설을 집필했다. 초기작 <혜성이 다가온다>는 전쟁 중 방공호 안에서 강한 두려움과 공포를 겪은 토베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작품에는 재난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는 무민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무민이 말하는 사랑과 우정, 공존
 

『무민 가족과 마법의 모자』섹션 ⓒ 홍승주

 
'무민 오리지널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은 주요 캐릭터들과 무민 시리즈의 역사를 소개하는 인트로로 시작한다. 둥글고 새하얀 몸에 코가 크고 꼬리가 있는 무민은 종종 하마로 오해 받지만 북유럽의 괴물 '트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무민 트롤'이다. 무민은 세상에 관심이 많아 언제나 모험을 꿈꾸고 호기심이 왕성한 캐릭터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하며 사랑과 우정, 공존의 가치를 말한다. 무민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민 시리즈'는 총 9권의 소설, 8권의 코믹스트립, 5종류의 TV 애니메이션, 6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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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전시회 포토존 ⓒ 홍승주

 
인트로를 지나면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모험 이야기가 담긴 8편의 소설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하나의 방은 소설책 하나를 테마로 구성된다. 무민의 스토리를 전혀 알지 못해도 괜찮다. 줄거리와 출간 당시 상황이 소개되어 있으며 전시되어 있는 소설 속 삽화와 스토리를 따라가면 된다.

벽에 프린트 된 다정하고 위트 있는 대사들을 읽는 재미도 있다. 홍수가 나 무민의 집이 물에 잠겨 버리는 내용의 <무민의 여름> 방에서는 어두운 조명 아래 무민 가족과 친구들이 물에 잠긴 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전시물이 있으며 물 안에서 나는 뽀글뽀글 소리가 배경 음악과 함께 깔린다. 입체적인 전시물과 배경 음악은 관객에게 이야기 안으로 들어간 기분을 선사한다.
 

『무민의 겨울』섹션 ⓒ 홍승주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무민의 겨울> 섹션에서는 무민과 투티키가 함께 겨울을 보내는 장면을 프로젝션 맵핑 기법을 활용해 영상과 조명, 빛으로 담아낸다. 프로젝션 맵핑은 조형물이나 3D로 구현된 모델에 영상이나 빛을 입히는 것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이 방에서 관객은 환상적인 느낌에 사로잡힌다.

작은 문으로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사진 촬영이 금지된 원화 섹션이 나온다. 투명한 아크릴판에는 출간된 코믹스트립이 인쇄되어 있어, 스케치와 완성본을 비교해볼 수 있다. 주최 측인 미디어앤아트는 핀란드의 무민캐릭터스와 얀손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원화를 직접 공수했다고 밝혔다.


무민의 비주얼이 아닌, '스토리'에 집중한 전시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의 상세한 정보도 만날 수 있다.

얀손은 순수 미술에 대한 열망이 강렬했고, 인상파의 색채를 동경했다. 얀손은 헬싱키미술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예술가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비평가들은 얀손의 작품에 긍정적이었고, 얀손은 촉망받는 젊은 예술가로 자리잡았다.

종전 직후인 1945년 무민 시리즈의 서막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동시 출간했다. 무민 시리즈뿐만 아니라 소설과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작품을 남겼다. 얀손은 아동문학분야에서 가장 국제적인 권위를 지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고 핀란드 최고 훈장을 받았다.
​ 

토베 얀손과 그녀의 연인 뚤리끼 ⓒ 홍승주

 
재능만큼 유명한 사랑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얀손과 그녀의 동성 연인 뚤리끼의 사랑은 당시 동성애를 배척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얀손의 아버지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얀손은 "나는 항상 사람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때때로 그 사람은 남자였고 때로는 여자였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얀손이 2001년 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평생을 함께 했다.
 

전시회 포스터 ⓒ 그라운드시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 무민의 탄생 75주년을 기념한 특별 원화전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 시소에서 2021.11.14.(일)까지 열린다.

무민 오리지널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은 1945년부터 1970년까지 출간된 총 8편의 연작 소설 시리즈의 내용을 직접 따라가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250여 점의 다채로운 원화와 삽화를 볼 수 있다.

이밖에 30년 만에 제작된 무민의 3D 애니메이션 <무민밸리>의 일부를 엿볼 수 있는 공간과 코믹 스트립의 대형 컷툰, 컬러 컷툰을 볼 수 있는 공간, 무민 캐릭터 상품이 가득한 기프트샵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캐릭터의 귀여운 비주얼에 집중하기보다는 '무민 시리즈'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전시였다. 급박한 재난 속에서도 가족을 사랑하고 모험을 하는 무민 가족의 이야기와 따뜻한 그림들을 통해 순간의 삶을 즐기고 사랑하라는 무민 작가 토베 얀손의 따뜻한 격려를 느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해당기사는 차후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전시회 #무민 #특별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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