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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향후 키워드는 '좌충우돌'?

[주장] 이재명에게서 노무현의 향기가 나는가?

등록 2021.01.14 10:49수정 2021.01.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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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 권우성

현재 차기 대선후보 물망에 오른 3인방 가운데 이재명이 가장 어리다. 1963년생으로 1952년생인 이낙연은 물론 1960년생인 윤석열보다 나이거 적다. 그래서인지 그의 튀는 언행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여당의 선두주자인 이낙연과 보수의 지지를 받는 윤석열에 비해 이재명은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 그래서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우한 초년기에 학업을 포기한 그가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에 입학하고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런 배경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언행을 남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소위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본능적 정치감각은 비교적 엘리트 과정을 거쳐 온 이낙연과 윤석열과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그에게는 노무현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가 노무현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역석적인 것은 노무현의 계보를 잇는 친문 세력은 지금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시점에서 친문과는 거리가 먼 이낙연 카드를 들고 있다. 그리고 대선을 1년 여 남긴 시점에서 벌써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그런데 몇몇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낙연이 점점 이재명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이것이 대세일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노무현은 어땠는가? 그에 대한 호불호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제 그는 한국 정치사에서 영원히 남는 역사가 됐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마지막에서도 한국 정치계만이 아니라 사회 자체에도 강한 충격파를 남겼다. 그 여파는 여전히 한국 정치계를 흔들고 있다. 노무현은 앞으로도 악한 이명박 정권에 희생된 정치적 순교자의 아이콘으로 기억될 것이다.

노무현은 아예 대학을 나오지 못하고 사시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이재명도 어렵게 대학을 들어가 사시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인생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은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에 들어가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정계에 진출했으니 노무현과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이때에 낙선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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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성남시장 당선자 신분으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재명. ⓒ 권우성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43세의 나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보수의 텃밭이던 성남에서 시장으로 당선해 본격적인 정치 여정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2014년에 성남시장에 재선되면서 그의 저력이 확인됐다. 이후 여세를 몰아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당선해 오늘에 이른다.

이에 비해 노무현은 재야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42세의 나이로 13대 총선에 출마해 부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1990년 자신을 정치의 길로 이끈 김영삼이 노태우와 김종필과 3당 합당한 것에 반발해 민주당을 창당하며 자기의 길을, 다시 말해서 고난의 길을 가게 됐다. 

1995년 정계 복귀를 한 김대중과도 척을 지며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했으나 낙마하고 1996년 15대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했으나 역시 낙마했다. 2000년에 16대 총선에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에 출마해 또다시 낙선했다. 그러나 2000년 김대중 정부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비로소 행정 경험을 쌓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 대선에서 15대 대통령이 되는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명도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경상도 출신이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점에서 유사점이 많다. 그러나 정치 행로는 사뭇 다르다. 이재명이 정계에 발을 들인 이후 승승장구한 반면에 노무현은 고난의 길만 골라서 간 것처럼 보일 정도로 힘든 여정을 갔다. 그래서 같은 듯 다르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도 험난했다. 민주당에서 경선이 시작될 때 이인제에 크게 밀렸던 노무현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했다. 그러나 김대중의 아들들의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지지율도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몽준이 월드컵 바람을 타고 치고 나오면서 노무현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그러다 정몽준과 극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뤄 당선했다. 정몽준이 대선 하루 전에 단일화를 취소하는 난리를 겪으면서도 얻은 값진 승리였다.

그런데 이재명에게는 이런 수난의 역사가 없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물론 친형의 강제입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법적으로 마무리됐다. 그 외에도 여러 추문이 일었지만 역시 해결됐다. 그리고 과격한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과격 발언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명은 이낙연이 건재하는 한 여당의 지원을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가 야당과 손을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갈 수 있는 길은 여당에서 경선을 벌이든지 아니면 제3의 길을 가는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동물적인 정치 감각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기에 대선에서도 그런 그의 장점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시의적절한 의제 설정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좌고우면 하지 않고 좌충우돌하며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돋보인다. 이는 기성 정치인들과 가장 차별되는 매력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좌충우돌과 이재명의 좌충우돌은 결이 다르다. 노무현은 당시 정치계에서 최고봉에 있던 이른바 '3김'을 치고 나갔다. 특히 권력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던 양김을 신날하게 비판하며 자기만의 선명성을 확실히했다. 그리고 당내 후보 경선에서도 경상도 출신으로 전라도에서 1위를 해 미약했던 시작의 대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른바 16부작 정치드라마를 완성한 이가 바로 노무현이다.

이러한 무서운 저력을 발휘한 이유는 오직 하나 '국민의 인기'였다. 동교동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초반 선두였던 이인제도, 전라도의 아들이었던 정동영도, 김대중의 분신이었던 한화갑도 파죽지세로 격파한 그의 힘은 다 풀뿌리 민중의 지지였다. 그러나 그 못지않은 동력은 그의 순수성이다. 그는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걸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선에 임했다.

그러나 이재명은 이미 상당한 정치적 경력을 비교적 편안하게 쌓아 올려 투사의 이미지만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보수의 안정을 추구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매우 어정쩡한 위치에 있어 보인다. 완전한 여당 후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재야도 아닌 그가 노무현과 같은 정치적 단련을 거쳐 대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흥미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이재명도 결국 당내 경선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 한국의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수적인 정치지형에서는 무소속이 당선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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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월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K-방역 긴급점검 화상회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과연 이재명이 민주당 내의 여러 파벌의 지지를 얻어 이낙연을 물리치고 대권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먼저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은 친노 그룹 그 가운데 특히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친문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민평련 파벌과 비문재인 파벌의 지지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사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큰 파벌이었던 호남계는 안철수의 국민의당으로 분가했다. 그래서 경상도 출신의 핸디캡은 노무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이재명은 친문을 중심으로 한 범 친노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재명은 자신의 선명성을 위해 친문과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워낙 문재인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견고해 과거의 대선 후보들처럼 전임 대통령을 '밟고' 올라가는 전략은 사실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남은 것은 노무현 식의 좌충우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침 좌충우돌은 그의 성정과도 맞으니 지켜볼만할 것이다.

현재 대권후보로 논의되는 이낙연과 윤석열 그리고 이재명은 모두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차기 대선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한국판 '정치 삼국지'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대한민국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 아니다. 이승만의 민간 독재와 박정의,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 독재를 이겨내고 4.19, 5.18, 6.10의 민주항쟁으로 마침내 민주주의를 문자 그대로 민중의 힘으로 이뤄낸 나라다. 

그래서 이명박이 통치해도 나라가 망하지 않고 맘에 들지 않으면 이승만도 몰아내고 박근혜도 몰아내는 든든한 민주 정치의 기초가 확립된 나라다. 그러니 이재명이든 이낙연이든 윤석열이든 그리고 그밖에 누가 와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기왕이면 시대정신도 알고 국민을 사랑할 줄 알며 민족적 자긍심도 한껏 높여 단순히 OECD 회원국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선진국을 이끌 지도자가 나와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양자역학적 도약을 이뤄내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3명의 색깔이 서로 다른 대선 후보들이 나서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여 멋진 정치적 잔치를 벌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재명 #대선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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