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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사람에 대한 미국인 반응

[별일 있는 미국] 양치 문화의 차이... 미국 치과 협회는 2·2 양치법 권장

등록 2021.01.03 12:17수정 2021.01.0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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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기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미국 애리조나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기자말]
우리와 너무나 다른 양치 문화

학교에서 친구가 내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친구와 점심을 같이 맛있게 먹고 화장실 가서 양치하려고 가방에서 칫솔을 꺼내고 있었다. 내가 학교 공중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양치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던 친구다.


한국인으로서 깨끗한 치아 관리를 만천하에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하루 3번, 식사 후 3분 이내, 3분간' 3·3·3 그 양치법을 말이다. 
 

미국인들은 왜 공중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것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걸까? ⓒ Pixabay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미국에서는 어떤 이들은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사람을 이상하게(weird)하게 볼 수도 있어." 그리고 덧붙이는 말로는 "굳이 점심 먹고 양치할 필요가 있을까?"였다. 한국에서 회사든 학교에서 점심 먹고 각자 손에 칫솔 하나씩 들고 사이좋게 화장실에서 양치했던 나에게는 조금 의외의 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국에서는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캠핑장 등 불가피하게 양치를 해야 하는 곳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냥 단순하게 '역시 치아 관리는 한국 사람들이 잘하고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공중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행동이 미국 사람들 눈에 정말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친구의 두 번째 말, 즉 점심 먹고도 양치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 질문에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와서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미국과 한국 학교 차이점을 말하는 중이었는데, 여러 가지 중에 하나가 미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점심 먹고 양치를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리고 교과서에서도 하루에 2번만 양치를 하면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성가신 일 하나가 줄어들어 기쁘다고 했다.

신기하게 별것도 아닌데, 양치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사건도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치과의사 선생님도 진료를 끝내시고 치실과 구강청결제 사용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면서 양치는 '하루에 두 번 반드시' 하라고 하셨다. 그렇다. 그때도 세 번이 아니고 두 번이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피하기


미국 친구 한 명의 말만 듣고 판단하기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우선 미국 치과 협회(The American Dental Association) 홈페이지를 찾아본다. 아이들의 말이 맞았다. 협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잠들기 전에 한 번 즉, 하루에 두 번(Twice a Day) 2분 동안 양치해야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즉 2·2 양치법을 권장하고 있다.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변에 있는 친구, 선후배들에게 물어봤다. 열에 일곱은 좋게 보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몇몇은 'Gross'(역겹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세면대에서 입 헹구는 사람을 표현했다. 처음에 나에게 조심스럽게 'Weird'(이상하다) 알려준 그 친구는 나를 생각해서 어감 조절을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열에 둘은 물을 튀기는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조용히 세면대 정리만 잘 하고 나오면 '무슨 문제'가 있겠냐며 개인의 자유라고 답했다. 대체적으로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곱지 않는 시선인 듯하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타인의 침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면대에 튀는 것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왜 세 번씩이나 양치하는지 미국인도 묻는다

미국은 왜 하루에 최소(at least) 두 번 양치를 권장하는 걸까? 미국인들은 한국과 같이 하루에 세 번 매 끼니 후마다 양치하지 않는 걸까? 신기하게도 몇몇 미국인들도 역시 한국은 왜 하루에 세 번씩이나 양치를 권장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미국인들도 점심식사 이후에 양치질로 붐비는 한국의 화장실에 대해서 매우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문화 차이라고 설명하기보다는 뭔가 과학적인 이유를 찾고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한 그들이 찾은 답을 보면 역으로 우리가 궁금한 질문의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까. 그들이 찾은 답은 '음식'에 있었다. 점심을 먹고도 양치가 필요한 이유로 음식 재료 세 가지를 꼽았다. 고춧가루, 마늘, 그리고 김이다.

이 재료는 거의 모든 한국 음식에 들어가 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이 사이에 쉽게 끼거나 달라붙어 치아 건강에 해로우니 필히 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늘 같은 경우는 냄새 때문에라도 필히 양치가 필요하다고 분석을 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인들의 점심은 매우 심플하다. 또 냄새가 심한 음식은 먹지 않는다. 아이들 초등학교 점심 식단표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조각 빵, 스낵, 심지어 젤리로 점심을 먹는다.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부실한 식단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직장인들 점심문화만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점심시간에 약속을 잡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사를 하며 동료들과 소통을 한다. 그리고 후속으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또 소통을 한다. 반면 미국 직장인들은 점심은 간단하다. 60% 이상의 직장인이 혼자 조용히 책상에서 먹는다고 한다.

전자레인지에 냉동 햄버거나 파스타를 데워먹거나, 간단한 샐러드로 점심을 후딱 끝내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대충' 때운다. 점심시간을 줄여 일을 빨리 끝내고 집에 제 시간에 가기 위해서다. 점심 메뉴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양치 횟수 차이를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어떤 이들은 양치를 많이 하는 것은 치아를 마모(Abrade)시킨다고 한다. 세 번의 양치질은 치아를 깨끗하게 하기보다는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치약에는 치아 연마제 실리카(Silica)가 함유되어 있어 매번 양치할 때마다 치아 마모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양치 횟수로는 하루에 두 번이 충분하고 오히려 치실과 구강청결제의 올바른 사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의견도 참고해볼 만하겠다.

새로운 문화권에서는 한 번 더 생각을...

미국인들은 왜 공중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것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걸까? 결국은 공공장소에서 양치하는 것은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위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한 위생이다. 

우선 양치라는 행위는 타인의 위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공중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것에 대해서 갑론을박 하는 글들이 많다. 누군가가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구면서 입안의 타액을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면대에 뱉는 것만 생각해도 위생적이지 않다는 글들이 많다.

심지어는 입 안에 있는 무언가를 뱉는 행위를 자신 눈 앞에서 하면 역겹고 토할 거 같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이들은 양치를 원한다면 개인적인(Private) 공간을 찾아서 하고, 타인에게 위생적으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다음으로 자기 자신의 위생을 위해서 공중화장실에서 양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중화장실에서 노출된 칫솔은 '타인'의 대변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미생물학회(The 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중 화장실에서 사용된 칫솔 60%가 대변 오염에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공중화장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변기에 물을 내리는 순간 콜리 폼(Coliform 사람의 대변에서 발견되는 세균)이라는 대장균이 공기를 매개체로 확산되어 칫솔모에 쉽게 달라붙는다고 한다. 이렇게 오염된 칫솔로 양치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서 좋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양치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해보긴 처음이다. 예전에는 습관처럼 했던 행동이 새로운 문화권에서 한번 멈춰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미국인들의 생각을 알게 되니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 입장 모두 납득이 갔다. 어쨌든 나는 이날도 점심을 먹고 아주 조용히 사라져서 사적인 곳에서 깨끗하게 양치를 하고 나왔다. 나의 청결함도 챙기고 다른 사람의 위생까지 지켰다.
덧붙이는 글 개인적인 브런치에 미국 문화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미국 #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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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경제학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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