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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법 만들었지만 '쪽대본', '미성년자 야간 촬영' 여전하다

서울시-방송연기자노조 실태 조사 발표, 서면계약서 작성률 49.4%

등록 2020.12.28 17:06수정 2020.12.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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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9년 방송연기자 연평균 소득 추이(단위: 천원) ⓒ 서울시 제공



연기자들의 방송출연 계약서 작성률이 50%에 밑도는 등 방송가의 불공정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아래 연기자노조)과 함께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관행을 조사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는데, 이러한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

2019~2020년 1030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방송연기자 5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20년 10월~11월)에서 49.4%는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29%는 구두계약, 21.6%는 등급확인서(방송사가 1~18등급으로 연기자 경력‧등급 평가) 등 다른 문서로 갈음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각광을 받고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연자의 경우 서면계약률(42%)이 더 떨어졌다(구두계약률 46.7%).

일명 '쪽대본'으로 불리는 촬영 직전 대본을 받은 경험이 33.4%에 이르렀고, 차기 출연을 이유로 출연료를 삭감(27.1%)하거나 ▲ 야외비·식대 미지급(21.8%) ▲ 18시간 이상 연속촬영(17.9%) ▲ 편집 등 이유로 출연료 삭감(12.5%) ▲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10.5%) 등의 불공정한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촬영 후 야외수당, 식비, 가산료(드라마 출연·방영시간 및 노력의 차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돈) 등 출연보수에 대해 정확한 정산내용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43.2%)이 많았는데, 서울시는 "제작진과 출연자 간 출연료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조속한 해결방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중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2013년 7월 방송표준출연계약서 제정 고시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촬영일 2일 전까지 대본을 제공하고, 1일 최대 촬영시간은 1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추가촬영 시 야외 수당 등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2014년 7월 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는 서면계약 의무화 규정(제7조 2항)을 두고 위반시 500만 원의 과태를 부과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표준계약서는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과태료 몇백만 원을 감수하고라도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아동‧청소년 배우의 경우 서면계약서 작성률이 성인 배우(50.9%)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30.7%에 머물렀다.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의 촬영을 제한하는 법(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2조)이 있음에도 응답자의 66.7%는 10시 이후 야간촬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촬영 전 대체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3.3%에 불과했고, '동의를 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26.7%),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30%)'를 합치면 절반을 넘었다.

아동·청소년 배우 중 62.2%는 성인 연기자와 비교해 출연료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지만, 60.5%는 그냥 넘어간다고 답했다('소속사와 상의해 대응' 37.2%, '보호자와 상의하여 대응' 30.2%).

한편, 노조에 가입한 연기자 4968명의 수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출연료는 2015년 2812만3000 원에서 2019년 1988만2000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연 소득 1억 원이 넘는 사람은 4.8%였지만, 1000만 원 미만 응답자가 79.4%에 달했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열악한 여건과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연기자들의 창작의욕 저하는 대중문화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문화산업 성장을 위해 방송사, 외주제작사, 국회, 유관부서 등과 협업하여 개선방안을 도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와 함께 계약서 사전검토 및 수익배분‧저작권 침해 등의 피해구제, 법률서식(내용증명, 고소장 등) 작성 등을 무료로 지원하는 '문화예술 불공정상담센터'(tearstop.seoul.or.kr)를 통한 방송 연기자 지원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방송연기자노조 #쪽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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