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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학'을 알아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

[서평] 학습 코칭 길라잡이 '학습과학 77'

등록 2020.12.28 17:12수정 2020.12.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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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듣는 말 중에,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표현이 있다. 고기잡이(낚시)에 관한 격언 아니고, 교육에 관한 격언이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실험하는 가운데 성취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결과를 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진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이 좋은 교육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은 곧잘 저렇게 하지만) 실제 우리의 교육현실은? 물고기 잡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데에 급급한 감이 없지 않다. 이왕이면 커다란 물고기로 자주, 많이, 듬뿍!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입시, 성적, 등수 같은 요인들이 '실제로 얼만큼 배웠는가'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우리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안에서는 선생님들과 부모님들 마음이 살짝 조붓, 조급해진다. '차라리 내가 고기를 잡아주고 말지' 하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학습방법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연구할 시간도 없다. 다른 연구자들이 발표한 귀한 성과들을 참고할 시간도 없다.

물고기 잡는 법 즉 학습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그냥 이렇게 공부해봐라, 저렇게 공부해봐라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학습방법을 가르치겠다고 무작정 덤벼드는 것은 옳지 않다. 학습방법이란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가르침과 배움의 상호작용에 관하여 선생님과 부모님이 먼저 잘 알아야 학생에게 잘 알려줄 수 있다.

학습방법을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학습과학이다. 학습과학 연구자들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능률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그런데 '과학'이라는 말 때문일까? 어려울지 모른다는 인상이 있어 선뜻 접하게 되지 않는다. 그런 인상을 조금 가셔줄 만한 책이 나왔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 펴낸 <(모든 교사,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학습과학 77>이다.

이 책은 학습과학에 관련된 연구들 중 77가지를 선별해서, 7가지 주제로 모아서 요약·설명하는 책이다. 이는, 학습과 관련된 연구·주장·이론들이 너무나도 많다 보니, 무얼 봐야 할지 살짝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교사·학생·학부모들에게 매우 유용한 특징이 아닐 수 없다.
 

책 표지 <(모든 교사,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학습과학 77>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이 책은 특별히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77가지를 읽기 쉽게 편집해, 가독성을 높였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나갈 수도 있고, 마치 사전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난 기억력 학습방법을 알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있다면 '기억력 향상' 주제를 다루는 책장으로 단번에 넘어가, 그것만 선택적으로 읽을 수 있다.

사실상 이 책은 순차적 정독이 아닌, 그런 선택적 독서를 오히려 자극하고 독려한다. 이를 위하여 이 책은 목차를 총천연색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앞서 '난 기억력 학습방법을 알고 싶은데' 생각했던 독자는 목차 중에서 파랑색 제목들을 찾아 읽으면 된다.
 

목차 주제문구가 색깔별로 구분되어있음.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혹시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궁금한 분들이 있을까? 그러면 주저 말고 핑크색 제목들을 찾으시라. 기자는 우선 보라색 제목들을 골라 읽어보았다. 그 주제 아래에 다음과 같은 하위주제들이 나타났다.
 
성장관점이 미치는 영향/ IQ가 높으면 성공할까?/ 회복탄력성, 다시 일어서는 힘/ 목적의식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학습회복력은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 어떻게 해야 동기를 높일 수 있을까?/ 성장관점이 중요한 이유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공부한다'에서 엉덩이를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보라색 부분에서 독자들은, 공부를 위한 엉덩이 근육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에 관한 설명들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책장을 넘겨 그 주제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얕은 공부기술 자체보다는 인간됨됨이에 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묵직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결정을 내리는 행동을 희생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택으로 보고, 다른 사람과 자꾸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 등이 있다. 실패와 좌절을 배움의 기회로 삼고, 각자의 생각과 기분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69쪽

그런데, 꼭 색깔별로 주제를 선별해 읽을 필요도 사실 없다. 목차를 보고 마음에 드는 쪽을 바로 넘겨, 그것을 읽어도 되는 것이다. 기자가 찾아본 주제 중에 두 가지만 예시하기로 한다. '노력은 전염된다'와 '감정과 성적은 어떤 관계일까?'
 
열심히 노력하는 데 타인의 존재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다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때, 둘째, 자신의 행동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 때이다. - 101쪽
아래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낄수록 성적이 낮았다. 분노, 불안, 창피함, 지루함, 절망감. - 252쪽

이 책에 실린 학습과학 77가지 중에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있는 사실을 재차 확인해주는 내용도 물론 있다. 그런데 특별한 점은, 이 책의 내용들이 전혀 '카더라' 류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교육에 관한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심지어 이런저런 가짜 뉴스들까지 끼어드는 와중에, 이 책은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확인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축약본 사전(digest)을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별함이 한 가지 더 있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에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이 사용된다는 것!
덧붙이는 글 교보문고 '북로그 리뷰'에도 게재합니다.

학습과학 77 - 모든 교사,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브래들리 부시, 에드워드 왓슨 (지은이), 신동숙 (옮긴이), 이찬승 (감수),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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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Arendt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출간작가 | ‘문학공간’ 등단 에세이스트 | ‘기억과 치유의 글쓰기(Writing Memories for Healing)’ 강사 | She calls herself as a ‘public intellectual(지식소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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