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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아시아 정상에 올리고 떠나는 김도훈 감독

[2020 AFC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대회 ACL에서 울산 우승시키고 4년 계약 마감

20.12.21 09:33최종업데이트20.12.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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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2020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2020 시즌 K리그 준우승팀 울산 현대는 지난 19일 카타르 도하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페르세폴리스 FC(이란)와의 2020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에서 승점 3점 차이로 뒤지며 전북 현대의 K리그 4연패를 저지하는데 실패한 울산은 아시아 최고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울산은 전반 46분 페르세폴리스의 메흐디 압디 카라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 갔지만 전반이 끝나기 전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주니오가 실축 후 리바운드 득점을 올리며 동점으로 전반을 마쳤다. 울산은 후반에도 9분 만에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주니오가 침착하게 차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고 남은 시간을 잘 버티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12년에 이어 8년 만에 따낸 무패우승(9승1무)의 위업이었다.

2년 연속 울산의 K리그 우승을 눈 앞에서 놓쳤던 김도훈 감독은 울산을 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지도자가 됐다. 하지만 유럽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 등 각 대륙의 우승클럽들이 출전하는 내년 2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는 김도훈 감독이 울산을 지휘하지 않는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를 끝으로 울산과 김도훈 감독의 계약기간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우승한 울산 현대 선수들이 김도훈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현역 시절 한·일 오가며 활약한 특급 스트라이커

김도훈 감독은 현역시절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A매치 72경기에서 30골을 넣었던 특급 스트라이커였다. 특히 지난 1999년 3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결승골은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축구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김도훈 감독의 '인생골'이었다. 1994년 우크라이나전에서는 그림 같은 바이시클킥 골을 성공하며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멋진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한 김도훈 감독도 대표팀 내에서는 언제나 2인자 이미지가 강했다. 동시대에 김도훈 감독보다 2살이 많았던 '황새' 황선홍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도훈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황선홍의 부상으로 주전 기회를 얻었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안정환,설기현 같은 젊은 공격수들에 밀려 월드컵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김도훈 감독은 대표팀에서의 다소 아쉬운 실적과 달리 K리그에서는 오랜 기간 정상급 공격수로 군림했다. 상무를 거쳐 1995년 전북에 입단한 김도훈 감독은 61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한 후 일본의 비셀고베로 임대됐다. 김도훈 감독은 J리그에서도 2년 동안 27골을 넣으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고베는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한국 선수들(김도훈,하석주,최성용)로 채울 정도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매우 두터웠다.

2000년 다시 전북으로 복귀한 김도훈 감독은 2000년 27경기 1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성남일화로 이적한 2003년에는 득점왕과 MVP, 베스트일레븐을 휩쓸며 성남의 K리그 3연패 주역으로 활약했다. 2004년에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한 김도훈 감독은 2005시즌이 끝난 후 K리그 257경기 114득점, J리그 58경기27득점의 화려한 성적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 성남 일화(2006~2012년)와 강원FC(2013년)에서 8년 간 코치 생활을 한 김도훈 감독은 2014년 U-20대표팀 수석코치를 역임했다(하지만 2014년 U-20대표팀은 2015년 U-20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지 못했다). 그렇게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코치생활을 하며 착실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은 김도훈 감독은 2015년 1월 인천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했다. 현역 은퇴 후 햇수로 10년 만에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울산의 ACL 무패 우승 이끌고도 재계약 불발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사자를 사냥하는 늑대축구'를 표방한 김도훈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 시즌 10위였던 순위가 8위로 올라갔고 FA컵에서는 FC서울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인천팬들은 김도훈 감독과의 다년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인천은 2016년 다시 부진에 빠지며 강등권을 허덕였다. 결국 김도훈 감독은 2016년 8월 성적부진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김도훈 감독은 감독 데뷔 후 처음 맡았던 인천에서 만족할 만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시민구단을 이끌면서 보여준 김도훈 감독의 용병술은 새 감독을 구하던 기존 K리그 구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도훈 감독은 2016 시즌이 끝나고 윤정환 감독(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지바 감독)과 결별해 감독 자리가 공석이었던 울산과 계약하며 울산의 10대 감독에 선임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김도훈 감독이 울산을 맡기 시작한 2017년은 K리그에 '전북강점기'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울산을 맡은 첫 해 리그 4위와 FA컵 우승으로 성과를 보여준 김도훈 감독은 2018년 3위로 팀 성적을 한 계단 더 끌어 올렸다. 하지만 김보경을 영입하며 우승에 도전했던 작년 시즌에는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1-4로 패하며 거짓말처럼 우승이 좌절됐다.

절치부심한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조현우, 이청용, 윤빛가람, 원두재 등을 영입하며 호화 멤버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하던 울산은 스플릿 라운드 5경기에서 2승1무2패로 부진했고 전북과의 현대가 더비에서는 3전 전패로 무너지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자칫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김도훈 감독은 팀을 잘 정비해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울산으로 가져 오며 울산에서의 커리어를 마감했다.

흔히 다른 종목에서는 큰 대회를 우승시킨 감독은 계약기간이 끝나도 구단과 재계약을 맺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한 투자를 받았음에도 울산의 리그 우승이라는 미션을 달성하지 못했고 결국 울산은 새로운 감독과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였던 챔피언스리그에서 울산을 우승시키고 팀을 떠나는 김도훈 감독은 결코 '실패한 지도자'로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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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2020 AFC 챔피언스리그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 계약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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