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종편 퇴출? 시장 경쟁? 망가진 미디어 생태계 어쩌나

[종편 10년, 탈종편을 위해 ③] 방통위 상임위원·언론학자·언론시민단체 활동가가 본 해법

등록 2020.12.23 15:31수정 2020.12.23 15:37
7
원고료로 응원
2010년 12월 31일을 기억하십니까? 이날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조중동매’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일부 종편은 존폐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디어계 4대강 사업’이라 불렸던 종편이 망가뜨린 미디어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을까요? 3회에 걸쳐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과 종편 선정 이후 10년을 짚어봅니다.[편집자말]
a

240여 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회원들이 10월 30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MBN 승인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자본금 편법 충당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MBN 행정처분을 결정한다. ⓒ 김시연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목적으로 탄생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을 '4대강 사업'에 비유하며 지금이라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10년 가까이 지나 없애기엔 너무 늦었다며 시장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MBN '6개월 방송 중단' 결정에도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언론시민단체는 "조직적 범죄와 은폐가 드러났다"면서 승인 취소하지 않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해체를 촉구한 반면, MBN 내부에선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관련기사 :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MBN '자성'보다 '원성' http://omn.kr/1q8lb )

<오마이뉴스>는 10년 전 종편 탄생 과정을 지켜본 당시 방통위 상임위원들과 언론학자, 언론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종편 존폐론과 미디어 생태계를 살리는 해법을 들었다.

전 방통위원들 "종편 퇴출은 무리수... 특혜 없애고 시장 경쟁에 맡겨야"

우선 당시 방통위원들은 승인 취소 등 인위적인 종편 퇴출에 부정적이었다. 야당(민주당) 추천 2기 방통위원으로, 지난 2011년 종편 승인장 교부와 2014년 재승인 의결에 반대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던 김충식 전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당위적으로 당초 승인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이제 와서 왈가왈부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2011년 3월 김충식 방통위원 인터뷰... "종편 선정 무책임... 최시중 들러리 안 설 것" http://bit.ly/GUK1qs)  

김 전 부위원장은 "설혹 지금 시점에서 종편을 무너뜨리고 싶다고 해도, 우선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신청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난 MBN을 제외한 3사의 경우 재승인 심사 탈락 이외에는 달리 혁명적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 선정 당시 정치적 계산이 어떻게 됐든, 언론학자들은 '무너져가는 신문이 다채널 시대에 적응하도록 길을 터준 셈'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좋든 궂든 이미 놓인 종편이라는 다리를 우회해서 물길로 다니거나 다리를 폭파하자는 건 상식이 될 수 없고, 4대강 사업 때문에 하수가 썩고 환경에 해가 되는 댐이나 보와 문화상품인 종편 방송을 같은 반열에 놓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올드 미디어인 종이 신문이 세미 뉴미디어인 TV 형태로 종편을 받았지만 장사가 안 되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문 닫는 데도 나올 것"이라면서 "신문처럼 시장에서 정리되어갈 텐데 (인위적으로) 불법 시비를 들어가면서까지 퇴출시키는 것은 무리수"라고 선을 그었다.
 
a

지난 2011년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2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취임식에 야당 추천 양문석 상임위원이 참석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충식 상임위원, 양문석 상임위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유성호


역시 야당 추천 1, 2기 방통위원으로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에 맞섰던 양문석 전 위원도 종편에게 주어진 각종 특혜를 없애고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처럼 신고제(등록제)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했다.

양 전 위원은 "방송이 선정적이면 제재를 강화하면 되는데 종편 승인을 취소하자는 건 언론학자로서 신념에도 반한다"면서 "종편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게 하고, 황금채널 특혜도 없애고, 지상파 방송도 비대칭 규제를 없애 독자 미디어렙(광고대행사)과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편을 없앤다고 조중동이 없어지나?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이 방송심의에 걸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결국 하차했지만 유튜브에서는 절대 강자가 됐다.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떠들어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다. '신의 한수'도 통제받지 않는 유튜브 공간에서 이념 대결을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소한의 견제, 제도적인 통제를 받는 종편으로 그들을 흡수해야 최소한의 정상 보도도 가능하다. 그래서 종편을 없애는 건 마땅치 않다."

그는 "종편을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면 승인 취소는 할 수 없지만 영업정지 등으로 제재할 수 있다"면서 "종편도 시장 경쟁에 맡겨 가짜뉴스를 만드는 채널을 고립시키는 게 궁극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재승인 남발해 학습 효과... 정치적 부담돼도 원칙 지켜야"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16일자 <한겨레> 인터뷰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 실효성 논란에 대해 "종편 보도채널에 대해 허가냐 등록이냐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지난 18일 성명에서 등록제 전환시 종편 사업자 수만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단체와 언론학자 사이에선 종편 규제를 풀고 시장 경쟁에 맡기는 데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들도 종편 출범부터 특혜 폐지를 계속 요구했지만, 지난해가 돼서야 겨우 종편 의무 재송신을 없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10일 "종편 도입 초기에 특혜를 없앴어야 했는데 이제 10년이 지나면서 종편의 독점적 효과가 고착화돼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재승인 기준 점수에 미달한 MBN이 지난달 17개 조건을 달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고, 지난 4월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던 TV조선도 이미 법정제재 건수 6건을 넘겨 재승인 취소 요건을 갖추고도 행정소송으로 회피하면서 종편 재승인 제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반 상품을 만드는 회사도 시장 논리에만 맡기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제하고 처벌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사는 중립성과 객관성, 공정성이 보다 중요한 기관"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방송 규제가 있고 사회적 공기 역할을 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데 규제를 없애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4년 종편 재승인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최 교수는 "종편 재승인 규정을 만들어놓고 조건부 재승인을 남발해 방송 사업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고 '적당히 해도 통과될 거야', '설마 우리 문 닫게 하겠어' 같은 학습효과가 생겼다"면서 "정치적 부담이 되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방송사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동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정책모니터팀장도 "지금 JTBC 정도만 종편 사업자로 불러줄 수 있을 뿐 나머지 3사는 드라마 투자는 제대로 안하면서 시사대담 프로그램만 한다든지 예능 프로그램만 특출나서 '종합편성채널'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라면서 "종편 역할을 못하는 사업자는 승인 취소하고 보도전문채널이나 예능전문 PP로 다시 등록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MB가 잘못 꿴 첫 단추 풀고, 종편 정책 큰 그림 그려야"
 
a

TV조선, 조선일보 등 조선미디어그룹 불법경영 의혹 전면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8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광화문 사옥앞에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세금도둑잡아라, 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시민사회에서는 너무 종편 퇴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탈종편'을 포함한 미디어 정책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종편 문제 해결 방안은 재승인 제도를 개선해 더 엄격하게 심사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변수를 고려해 방송법 체계를 재설계하는 가운데 공적 영역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종편을 포함한) 유료방송은 경쟁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편의 보도 영역은 내부의 자율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종편 내부에 편성위원회를 만들고 시청자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광고 영업이나 주주 구성 같은 기업 활동 문제는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형태가 퇴출보다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되돌아보면 종편을 도입한 2010년 방송통신 융합에 대비한 방송법체계 개편을 추진했어야 하는 시기였는데, 보수 장기 집권을 위해 무리한 종편 정책을 추진하면서 방송 체계를 혁신할 기회가 10년 동안 사라졌다"면서 "이제는 종편에서 벗어나 '탈종편 정책'으로 잘못 꿴 첫 단추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가 이번에 종편 퇴출이 부담돼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큰 그림 속에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게 종편 정책을 재설계하는 작업으로 간다면 앞으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 관련기사
[기획①] 조중동과 손잡은 MB 꼼수의 필연, '승자의 저주' http://omn.kr/1qxpb
[기획②] "형광등 100개 아우라" 떠들며 종편은 이렇게 커졌다  http://omn.kr/1qy97
#종편 #탈종편 #방통위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