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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검사 술접대' 논리, 대법원 판례와 다르다"

[인터뷰]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공수처 필요성 단적으로 보여줘"

등록 2020.12.10 10:02수정 2020.12.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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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술 접대 의혹' 수사결과발표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수사결과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솜방망이식 수사였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8일 서울남부지검(검사장 이정수)이 내놓은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 결과를 두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제기한 고액의 술접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도 문제지만, 해당 비위사실을 수사한 검찰이 '봐주기식 수사',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김봉현 폭로 사실로... "새벽 1시까지 검사들에 536만 원 술접대" http://omn.kr/1qw78 )

임 소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수사결과의 문제를 두 가지로 간추렸다. ▲ 첫 번째는 기소 대상에 오른 현직 검사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비교적 형량이 낮은 청탁금지법만을 적용한 것 ▲ 두 번째는 검찰이 술자리 향응액을 계산할 때, 향응 제공자였던 김 전 회장을 수수자로 포함해 접대액을 머릿수대로 나눈 부분이다. 

이를 두고 임 소장은 "검찰이 사용한 향응액 계산법은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향응 제공자였던 김 전 회장을 제외하고 (비위 검사들의) 향응액을 다시 계산한다면 모두 100만 원이 넘는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되면 불기소된 2명의 검사들 또한 모두 향응액이 100만 원을 넘어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 

그는 "이 사건은 라임 수사팀에 합류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핵심 피의자와 함께 고액의 술접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수사 결과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및 기소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뇌물죄 제외하고 김영란법만 적용... "대법원은 직무관련성 넓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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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임지봉 사법감시센터 소장(가운데) 박정은 사무처장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지난 8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 출범을 촉구했다. ⓒ 유성호


- 김봉현 전 회장이 폭로한 '검사 술접대 의혹'이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술접대를 받은 검사 중 한 명은 실제로 라임 수사팀에 속했던 검사였다. 물론 술접대를 받을 시기가 김 전 회장 관련 라임 수사팀에 들어가기 전이었다고 해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피의자와 함께 고액의 술접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사 술접대 의혹에 대해 "저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면서 "국민께 사과드릴 일이 있으면 사과와 함께 근본적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윤 총장이 입장을 표명한 내용은 없다.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9일 논평에서 이 사건 수사결과를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번 수사결과는 공수처 출범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여전히 검찰 내부에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기소 등의 잘못된 관행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술접대 사실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 발표는 국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솜방망이식 수사였다."

- 발표된 수사결과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검찰은 술접대 받은 현직검사를 기소할 때, 형법상 뇌물죄가 아니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만을 적용했다. 문제의 검사가 술접대를 받은 시기는 그가 라임 수사팀에 합류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술자리에 대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의 논리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난 8일 발표한 수사결과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은 2020년 2월 초에야 구성돼, 지난해 7월 18일에 있었던 술자리와의 직무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대법원 판례와 검찰 발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대법원은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직무관련성을 놓고 '과거 담당했거나 장래에 담당할 직무까지 포함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 해당 직무를 담당하지 않았더라도, 공무원의 직위에 따라 다양한 일체의 직무를 모두 포함한다는 뜻이다. 시점에 따라 관련성 여부를 판단한 검찰과 달리, 대법원은 직무관련성 적용 범위를 상당히 넓게 보고 있다."

"국민 상식을 벗어난 검찰의 향응액 산정방식"

- 검찰은 문제의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두 명의 검사는 불기소했다. 이들은 술자리 도중 오후11시에 귀가했으며, 향응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아 청탁금지법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소되지 않은 두 검사가 받은 향응액은 96만 원으로 알려졌다. 4만 원이 모자라서 기소를 안 한 거다. 그러나 검찰이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향응 수수액을 계산한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검찰은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머릿수대로 나눠 각자가 받은 향응 접대 비용을 계산했는데, 이때 '향응 제공자'였던 김봉현 전 회장까지 향응 수수자에 포함했다. 제공자까지 접대받은 사람으로 간주한 검찰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1인당 향응액을 낮추게 만들었다. 국민 상식에 반하는 부분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을 빼고 다시 계산을 한다면 1인당 향응액은 지금과 달리 모두 100만 원이 넘게 된다."

검찰은 불기소된 두 명의 검사들이 오후 11시 이전에 귀가했기 때문에, 총 술자리 비용 536만 원 가운데 밴드비용·유흥접객원 비용에 사용된 55만 원을 뺀 나머지 481만원을 두고 5명(검사 3명, 술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 출신 이아무개 변호사, 김봉현)으로 나눠 검사 2명에 대해서는 96만원씩 접대받은 것으로 계산했다.

검찰은 수사발표 자료에 "김봉현은 '자신은 접대자에 불과하여 검사 3명과 이 변호사 총 4명으로 술값을 안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김봉현이 장시간 술자리에 동석한 점, 동석한 경위와 목적 등에 비추어 향응을 함께 향유한 사람에 해당하여 향응수수액 산정에 있어 안분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적었다.

- 이같은 검찰의 향응액 계산 방식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탁금지법 100만 원을 넘지 않게 만들려고 검찰이 의도적으로 짜맞추기 한 것 같은 인상까지 준다. 현재 검찰의 계산 방식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누리꾼들에 의해 희화화 되고 있다. 검찰의 향응액 산정 방식이 국민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 결과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김봉현 #술접대 #검찰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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