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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자' 인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합니까

국회는 법·제도 개선해 플랫폼노동자 사회안전망 마련해야

등록 2020.12.02 11:20수정 2020.12.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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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플랫폼노동자'란 호명이 낯설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일거리를 중개 받아서 일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들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Job)가 아니라 일거리(Task)를 구하고 보수도 중개 받으며, 그 일거리가 특정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있는 형태의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주목받는 직종 중 하나가 '음식배달 라이더'입니다. 과거에는 음식 배달기사가 음식점에 직접 고용되어 있거나 배달대행을 전문으로 해도 전화나 PDA(휴대용 컴퓨터)를 통해서 일감을 중개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사람이 휴대용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니 모든 사람이 일거리를 중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기본 교육만 받으면 등록하여 자유롭게 배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쿠리어와 같은 형태를 플랫폼노동자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구름떼를 형성하고 있다가(휴먼 클라우드, Human Cloud) 필요할 때 앱을 통해 조건에 맞는 일을 선택해서 하고, 사업주는 자신의 필요에 따른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수요자와 중개만 하는 것이 바로 플랫폼 경제입니다.

모든 배달 라이더가 플랫폼노동자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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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11월 24일 점심시간에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배달직원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든 배달 라이더가 플랫폼노동자는 아닙니다. 직접 고용된 경우나 특정 사람에게만 플랫폼이 열려있는 전속성이 강한 특수고용노동자도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하는 택시기사의 경우도 플랫폼노동자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택시는 정식 면허가 있어야 하며, 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이거나 개인사업자(개인택시)입니다. 돌아다니다가 승객을 태우기도 하고 모든 보수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중개 받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노동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고 그들이 플랫폼노동자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쏘카핸들러(차량 탁송), 쿠팡플렉스(택배) 등도 모두 특별한 자격조건 없이 운전면허증과 기본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플랫폼노동자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여 기존 노동법이나 사회보장체계에서 권리 보장이 힘들다는 점입니다.
  
당장 배송 중 사고라도 발생하면 산재보험은 물론 자동차보험을 통한 보상도 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들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하고 최대한 빨리 사회안전망으로 포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전 국민 고용·산재보험 논의에 더해 힘을 얻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플랫폼노동을 새로운 고용형태의 발생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노동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분류 오류(Misclassification)로 보고 법적 지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근로계약 관계는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시간을 약정하는데, 그 시간에 따라 사용자에게 노동력의 처분을 맡기고 임금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에 사용자의 지휘 하에 있었다면 대기하고 있었어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은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이 아닌 건당 계약을 하고, 그 화면을 지켜보며 대기하는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디지털 신호에 응답하는 것을 자발적 동의로 여겨 업무를 위탁-수탁한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이들의 노동이 독립노동이 되고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여겨져서 사용자가 져야 할 경영위험은 물론 사회안전망에 대한 책임까지 노동자 개인에게 맡겨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통제를 받는 노동자인데 위장한 자영업자로 취급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기존의 노동법 체계를 지키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걸음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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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점심시간 서울 시내에서 배달하는 라이더 뒤로 햄버거를 포장한 시민이 가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플랫폼노동자는 서비스(용역)를 제공하는 노동자이다 보니 자연스레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이 그 대응을 일찍부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와 같이 조금은 다른 입장의 차이도 이미 2천년대 초반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화물자동차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이 처음 사회적으로 등장했을 때 논쟁의 연장입니다. 그 결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노동운동단체로 이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스스로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집단적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동기본권을 폭넓게 보장하라는 요구를 전략목표로 선택했습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및 개악 논쟁이 그것입니다.

서비스연맹은 민주노총이 정한 전략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플랫폼노동에 관한 국내 최초의 사회적 대화인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을 지난 4월 1일부터 6개월간 진행하였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적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민간의 기업(코리아스타트업포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등)과 노동조합이 주도한 사회적 대화로 그 결과물인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배달서비스업을 중심으로)>을 지난 10월 6일 발표했습니다.

스스로 노동력을 중개하는 시장(Market)이고 중개 과정의 수수료만을 받을 뿐 사용자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던 플랫폼기업이 노동조합을 단체교섭의 주체로 존중하며, 노동조합 역시 플랫폼의 순기능과 기업의 경영권을 존중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는 해당 협약은 공정한 계약,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에 관한 배달 라이더의 권익 보장 방안을 구체적으로 포함했습니다. 이외에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이륜차 종합보험 등 배달 라이더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노사가 공동으로 요청하고 상설협의기구를 통해 협약의 이행 점검과 현장 애로사항 등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협약에 참여한 기업 기준으로 약 7만 5천 명의 배달 라이더에게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것을 이어받아 10월 22일에는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배민라이더스지회)가 우아한청년들과 플랫폼 기업 최초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배달료나 배송환경, 안전 문제 등만이 아니라 노사가 공동으로 배달 라이더의 사회적 인식 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 배송 플랫폼 산업 발전과 시장질서 확립 등을 노력하기로 한 모범적이고 건강한 노사관계를 지향하기로 하였으며 장기계약자에 대한 우대로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의 포괄적 보장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법·제도 개선 대책은 이제 걸음마 수준입니다. 오히려 민간의 노동조합과 기업이 앞서나가면서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의 공장 중심 노사관계를 넘어 디지털시대의 서비스 중심 노사관계의 새로운 등장을 알리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도 기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더 많은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기 위한 노력을 빨리 기울여야 합니다.

바뀌어 가는 노동과 삶의 형태에 따라 일터와 삶터를 재구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노동시장의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단결과 연대의 가능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변하는 삶의 형태도 새로운 연결방식과 다양한 공동체의 모양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인권의 가치 덕분입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모든 플랫폼노동자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동체를 향해 전진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입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매년 인권주일에 즈음하여 발간하는 인권주일 강론집 <교회와인권 2020>에도 실린 글입니다.
#플랫폼노동자 #인권 #라이더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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