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라는 거울로 비추어 본 한국 사회

[서평] 나익주 지음 '은유로 보는 한국사회'

등록 2020.11.30 16:12수정 2020.11.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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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익주 선생님의 책 <은유로 보는 한국사회>는 학자의 생각하는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날카로우며 그 힘이 선용되었을 때 얼마나 의미 깊은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좋은 책이다.
 

나익주 지음 '은유로 보는 한국사회' ⓒ 한뼘책방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으로 쓰이는 은유 표현들을 분석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놓치기 쉬운 한국 사회의 숨은 특징들을 드러내어 독자들에게 중요한 사회와 문화 현상을 이해시킴은 물론 성찰과 각성의 길도 제시하고 있다.

언어는 그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은유가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이유는 일상문화의 모습들과 사람들이 삶을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쌓은 가치관이 은유 표현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은유의 이 사회문화적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쓰이는 중요한 은유 표현들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여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한국 사회 구석구석의 모습 특히 어두운 면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 곳곳의 어두움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함은 물론 그 어두움에 어떤 빛을 비추어 밝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던지며 함께 그 길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물결의 폐해로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인간은 상품' 은유가 만연하고 있음을 관찰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명품교장도 별로 존경하고 싶지 않다. 명품 학자가 되는 일은 정말 싫다. 입도선매되는 우수 학생도 귀엽지 않다. 매물시장에 나온 신부는 더더욱 사랑스럽지 않다. 이러다가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상품이 될 판이니까. 게다가 비교를 하는 과정에서 아주 일부와 사람만이 명품이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량품이 되어 버려지게 될 테니까. [사람은 상품] 은유의 약진은 어디에서 멈출까? (책 66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교육을 지배하는 은유'에서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시장주의 관점과 결합하면서 교육 자체를 상품으로 보는 은유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지적하고 전장이 되어 버린 학교 현장을 개탄하고 있다.

2장 '경제적 사고와 은유'에서는 '사람은 상품'과 '결혼은 상거래' 등의 은유가 우리 사회 가치관 형성에 끼친 악영향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종부세는 폭탄'이라는 은유를 시작으로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세금을 어떤 은유로 표현하고 정치적 프레임(frame) 싸움을 하는지를 매우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3장 '국제 관계를 지배하는 은유'에서는 한국의 보수 정치 세력과 수구 언론들이 '외과적 수술(surgical attack)' 같은 표현을 서슴없이 씀으로써 그들이 '전쟁은 의료행위'라는 기만적인 은유에 숨어서 교활하고 악의적으로 전쟁 위기감을 조장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4장 '성과 사랑의 은유'에서는 '성적 상대자는 음식' 같은 우리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쓰는 건강하지 못한 성과 사랑 관련 은유 표현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온 예들을 분석하고 논의하고 있다.

5장 '사회적 재난과 은유'에서는 사회적 재난이 벌어졌을 때 보수와 진보 진영이 어떤 은유를 깔고 정치적 프레임(frame) 싸움을 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6장 '개신교 세계관과 은유'에서는 한국의 보수 개신교의 수구적이고 역사 반동적인 세계관의 저변에 '민주 정부는 종북 좌파'이고 '종북 좌파는 악성 마귀'라는 악질적인 은유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독창적이고도 빼어난 분석 시각과 내용 뒤에는 저자의 언어학자로서의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사회 현상의 근간을 파헤치는 치밀함과 그러면서도 전체 숲의 모습을 조명하고 진단하고 전망하는 혜안이 깔려 있다.

이 책의 우수한 내용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참신하면서도 과감한 방식의 글의 전개를 통해서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글의 초반부에 강력한 갈고리(hook)를 먼저 던져서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곧바로 글에 빠져들게 한다. 또 흥미로운 언어 자료를 예시하고 설득력 있는 분석과 주장을 제시하는 글 전개 방식이 세부 주제가 바뀔 때마다 긴장과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을 처음 펼치면 접하는 문장이 "은유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돌발적인 주장이다. 이후 글의 전개에서 실제로 그런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을 깊은 생각과 성찰에 빠지게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식의 글 전개로 얼마나 언어가 얼마나 우리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머리에 쏙쏙 그리고 가슴에 팍팍 꽂히도록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책은 언어 현상인 은유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력이 바탕이 된 사회와 문화 연구의 참신한 본보기임은 물론 촛불 혁명 이후 적폐 청산이 중요한 시대적 화두가 된 요즈음 시의적으로도 의의가 큰 책이다.

이 책은 또한 넓은 가독성과 더불어 비전문학술서이자 교양서적으로서 공익성이 돋보이는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언어학 분야의 은유 관련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은유 연구 자료일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은유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창문을 열어주는 인문 교양서로서도 가치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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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로서 언어학(세부 전공: 화용론) 전공자이다. 언어와 문화의 밀접성 관련 주제들 (은유의 의미와 화용)을 연구하며 영어 교과서와 학습서 출간 및 투고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 및 문화 현상을 언어문화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글을 Facebook에 자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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