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에서 부채춤이라니... 식당에 등장한 새 메뉴는 '예술'

서울시 도봉구 문화예술 프로젝트 '예술로가게' 참가기

등록 2020.11.30 14:48수정 2020.12.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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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통기타가 어우러진 펍에서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공연이 벌어진다. 인근 식당에는 부채살 스테이크 대신 테이블 위에 파스텔과 스케치북이 놓여 있다. 근처의 꽃집에서는 꽃잎 같은 색종이들로 그림책이 만들어진다.

지난 11월, 나는 서울 도봉구에서 예술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견디는 움직임에 참여했다. 2020년 도봉구 협치의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예술로가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본 프로젝트는 청년문화기획자인 허슬기 예술1동 대표가 총괄 기획 및 책임을 맡아 지역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여 로컬에서 새롭게 시도한 문화예술 활동이다.
     

2020 예술로가게 포스터 ⓒ 예술로가게 운영사무국

       
코로나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 도봉구 소재의 가게 7곳에 7인의 예술인들이 매칭 되어 점포에서 한 달간 예술 클래스도 열고 전시나 공연도 진행하는 방식이다.

손님이 뜸해진 가게에는 공간 대관비를 지원해 숨통을 틔워주고, 무대가 줄어들었던 아티스트들에게는 표현의 공간과 활동비를 제공해주며, 코로나블루에 지쳐가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예술백신 한 방씩 놓아드리는 알찬 기획이다.

골목의 공기를 책향으로 물들이고 있는 카페 겸 서점 겸 출판사 '북카페 7월1일'에서는 원나래 작가의 추상화 그리기 수업이 이루어졌다. 사진맛집인 꽃집이면서 화원 같은 사진관인 '플로그라피'에서는 이세경 작가의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동네 친구와 점심밥 먹으러 왔다가 저녁에 와인 마시러 또 오게 되는 분위기깡패 '덕천랜드'에서는 예술 공간을 운영하는 피아츠의 이은영 작가가 미술 클래스를 오픈했다. 도봉산 밑 고즈넉한 동네에 이탈리아를 가져다 놓은 레스토랑 '언니네키친'에서는 이희원 작가의 드로잉 수업이 열렸다.

방학천문화예술거리에 있는 두 개의 보물, 싱어송라이터 이진이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펍 '방학동안'과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세운 음악연습공간 '바리칸토'를 오가며 젊은 한국무용가 유한별 님의 무용 수업과 성악가 조철희 님의 가곡 수업이 있었다. 

코로나엔 거리두기, 사람과는 예술이라는 고리두기
 

예술로가게 작사작곡 워크숍 <그 공간 작사, 그 기억 작곡> ⓒ 예술로가게 운영사무국

 
나는 '예혁'이라는 활동명으로 작사작곡 워크숍인 '그 공간 작사, 그 기억 작곡'을 개설했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나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와 같이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소재로 하는 노래를 일반인들이 창작해보는 클래스였다.

내가 강좌를 진행하기 위해 연결된 가게는 '7142'라는 카페였다. 도봉구 방학역 인근의 카페7142는 사회복지관을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의 철학이 녹아 있는 곳이었다.

음료를 주문하면 자동으로 500원씩 복지 사각지대의 이웃에게 기부가 되는 착한 카페다. 하지만, 코로나의 공격을 온몸으로 겪으며 시름시름 앓다가 11월 25일부로 완전히 문을 닫게 되었다.

멈춤이 예정된 공간에서 '공간'을 주제로 시작된 창작 클래스에 작곡이 처음인 분들이 모였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인원은 소수만 접수받았다. 

"집순이가 되는 게 소망이었는데, 이제는 평범하게 외출하는 게 소망이 되었어요."

언택트가 대세인 시절에 간만의 오프라인 모임 소식이 반가웠다는 클래스 참여자들의 마스크 위로 눈망울이 음표처럼 울렸다. 

5회 차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나는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드렸는데, 애착이 드는 공간이 각자가 만들 노래의 소재였기에 서로에게 기억 남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클래스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열렬히 말을 쏟아낸 장소는 각자가 다녀왔던 여행지였다. 그리고 그 회상의 끝맺음은 한숨이었다. '에휴, 코로나 때문에 언제 다시 갈 수 있으려나.'

코로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이지만, 사람과의 고리두기도 필수이다. 작사작곡 워크숍을 통해 우리는 격리된 일상을 아름답게 보내려고 음악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곡을 완성했고 클래스 마지막 날에 소소한 발표 공연도 가졌다.
 

작사작곡워크숍의 마지막 날에 가진 창작곡 공연 모습. 노래 중 2곡은 싱어송라이터 강예영 님의 목소리로 발표되었다. ⓒ 예술로가게 운영사무국

 
클래스 참여자들이 만든 노래 중의 1곡을 공연에 함께 한 이들의 투표로 선정해서 구청 지원금으로 정식 음원 발표를 하기로 했는데, 배낭 하나로 세계를 여행하던 기억을 노래로 그려낸 참가자의 곡이 뽑혔다.

"비 내린 숲의 향기
일렁이는 그날의 공기
어깨에 담아 간다
설레임을 둘러멘다"
- 노래 <그 곳>(가사 일부) 


우리는 다시 여행 배낭을 둘러멜 수 있을까? 예술은 어려운 시기를 절룩절룩 걷는 이들이 음표를, 붓을, 펜을 목발처럼 짚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운행을 멈춘 카페의 마지막 날에 공연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며 간절히 희망해본다. 멈춰 버린 듯한 세계를 나아가게 하는 예술 엔진들이 골목골목 점화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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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나고 자람. 작사/작곡가. 이따금 에세이를 씀 http://gimyoungdon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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