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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들이 다니는 회사 대표가 말하는 '요즘의 일'

[인터뷰] 박은미 니트컴퍼니 공동대표... "취업 말고 다른 길도 많아요"

등록 2020.11.30 10:15수정 2020.11.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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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2030세대에게 취업이란 아득한 결승선이다. 청년들은 '어디라도 붙기만 하면 좋겠다'는 불안감과 자책 속에서 골인 후의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앞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여기 취업 대신 '백수'에 방점을 찍은 사람이 있다. 바로 백수들이 다니는 회사, '니트컴퍼니'를 설립한 박은미 공동대표다. 백수들은 니트컴퍼니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동질감과 위로부터 정보, 규칙적인 삶 그리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동력까지 얻는다.
 

▲ 니트컴퍼니 멤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쿵짝(박은미 대표), 다지, 지니, 아퐁 ⓒ 홍유정

 
과연 무엇이 그를 '백수'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취업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11월 10일 맑은 오후, 니트컴퍼니 사무실이 있는 혜화역 알파라운드 1층에서 니트컴퍼니의 박은미 대표를 만났다.

남의 집 백수, 우리 집 백수, 내 이름도 백수

"무업 기간에 대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많이 실감하시는 것들이 느껴져요."

박 대표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달라진 점으로 백수에 대한 인식 변화를 꼽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갑작스럽게 직업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결국 백수는 청년세대만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에게 '언제든' 찾아온다.

이처럼 '무업의 시기'는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라도 '무업'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박 대표의 전환점은 마지막 퇴사 이후였다.

박 대표는 여섯 번의 퇴사를 거쳤다. 누구나 원하던 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없이 끝나버린 계약직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지막 퇴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절박한 마음에 스스로를 낮추며 들어간 회사는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어야 했다. 차마 동료가 당한 부당한 해고를 묵과하고 회사에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직업에 대한 관점도, 무업 기간에 대한 마음도 그때 이후로 달라졌다.

"내가 다니고 싶다고 평생 다닐 수 있는 게 직장이 아니구나. 언제든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가 있구나, 하는 걸 그 때 알았고, 그 뒤로 정말 많은 시각이 바뀌었어요."

안정된 직장과 급여를 부러워하고 편의점 알바생, 택배 기사, 마트 캐셔를 보며 개인의 노력 부족을 먼저 떠올리던 박 대표는 이제 '누구든지 그런 일을 할 수 있고, 본인의 삶의 방식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백수들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내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잖아요. 만났더니 다 너무 능력자들이고, 재능 많고, 멋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백 명의 백수가 있으면 그 무업 기간에는 백 가지의 이유가 있다. 백수가 그 사람의 전부를 의미하는 게 아닌데도 막연한 백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았던 것은 아닐까.

백수를 부끄러워했기에 자신이 백수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웠다는 박 대표. 그는 자신이 남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남들이 나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불안한 사회예요"

작년 8월 31일, 니트 컴퍼니는 상암소셜박스에서 열린 <이상한 직업전>에서 '직업 설명서'라는 특별한 전시를 진행했다. '직업설명서'는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퍼 터너' 같은 특별한 직업부터 '변리사'와 같이 이미 익숙한 직업까지, 다양한 직업의 장단점과 경험자들의 감상을 제공했다.

획일화된 직업이 아닌 더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존재하고, 이런 다양한 직업 세계를 안내한다면 무엇이 스스로에게 맞는 일일지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어 박 대표는 한국 사회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바로 직장, 결혼, 출산'이 순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긴다고 설명한다. '다양성' 대신 '안정'을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제가 사는 방식은 다 '취업'이었잖아요. 그것 외의 길을 선택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는 거예요."

그는 사실 모든 삶은 불안하다고 부연한다. 직장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회사를 다니는 도중에도 언제 그만둘지 몰라 대비하는 것이 요즘 직장인의 모습이다. 박 대표는 직업전을 진행하는 동안 '어떤 직업이든 힘들고 불안하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나를 안다, 그러므로 행복하다

박 대표는 안정적이었던 정규직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는 퇴근하고 잊으면 그만이던 과거에 비하면 수입도 적고 고민거리도 늘어났지만 "지금의 이 생활에 너무 만족한다"며 웃었다.

"요즘은 주위에서 다 저한테 그러거든요. 요즘 네가 제일 행복해 보인다고."

박 대표는 스스로를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새로운 일 하기를 좋아하고 창조를 즐기는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표현이다. 그 역시 '취업'을 '직업'이자 '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 직업이란 삶, 본인의 가치관과 밀접한 문제이다.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알아야 한다.

박 대표는 다른 사람을 돕고 남이 자신을 계기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을 느낀다. 주어진 일만 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직업이라는 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도 많지만, 내가 만드는 일도 직업이 될 수 있다, 라고 생각하고. 그 일이 내가 행복하고 내가 이 일을 하면서 평생 살아도 행복하겠다, 라고 하면 그게 내 업이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요즘에는 해요."

그러므로 그의 말처럼,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스스로의 삶의 방향성에 맞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은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일이더라도 선택해도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자신의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얻기를 바라느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답을 싣는다.

잠시 침묵하며 말을 고르던 박 대표는 대답과 함께 다정한 웃음을 보였다. 그의 따뜻하고 신중한 대답이, '취업'으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취업을 하는 것도 좋고 다 자기 선택이니까 선택대로 가면 되지만 그 다른 길도 있다, 라는 걸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또는 취업했다가 그만두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길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과 모르는 건 되게 큰 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좌절의 깊이가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다양한 선택지들이 존재한다는 걸 경험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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