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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문 나갈 때마다 코로나 검사 10만원 "병원에 갇혀있었다"

[K방역의 투명인간들 ③] 간병노동자 3인 "병원에서 바이러스 취급받아"

등록 2020.11.30 14:41수정 2020.11.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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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병원은 '문밖으로 나가면 무조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문제는 검사비였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밀접접촉자가 아니기에 일반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 대학병원의 검사비는 10만 원 내외였다. 24시간 환자를 돌보고 받는 하루 일당 10만 원을 검사비로 쓸 수는 없었다. 하루 쉬자고 코로나 검사를 받느니 일하는 편이 나았다. 한 달에 1~2번 쉬던 휴일이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갇혀 지냈다.

지난 11월 27일 충남도에 따르면, 공주푸르메요양병원에서 환자와 간호사·간병인 등 1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달 21일 강원도 속초시 한 요양병원의 간병인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일하던 간병인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이후 사망했다.

확진판정과 사망소식이 이어지자 병원은 간병인에 코로나19 검사를 종용했다. 병원에 고용된 간호사, 간호 조무사, 요양사 중 휴가를 다녀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제대로 된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하는 존재, 병원 문밖으로 나가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바로 간병인이었다.

세균, 바이러스, 균. 11월 26일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3명의 간병인들은 병원에서 받은 대우를 설명하며 비슷한 단어를 사용했다. 이들은 모두 "병원이 나를 바이러스 취급한다"라고 서러움을 호소했다.

"병원은 우리를 바이러스처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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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동작구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12년 차 간병인 오은미(가명, 67)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때야 병원 문밖을 나왔다. 한 달여 만의 외출이었다. 오씨가 일했던 서울의 한 개인병원은 8월부터 외출을 하더라도 휴가를 가더라도 무조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했다. 당시는 사랑제일교회와 8·15 집회 등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있던 코로나19 2차 확산 시기였다.

오씨는 한 달에 한 번 나가던 휴가를 포기했다. 결국 그는 지난 9월 간병인 일을 그만뒀다. "추석 이후 병원에서 일한 다른 간병인은 아직 집에 못 가고 병원에 있다"라고 소식을 전한 오씨는 "병원에 갇혀 바이러스 취급을 받는 게 간병인"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한 김수자(가명, 64세)씨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병원은 8월부터 외출한 간병인에게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하루를 일하든 일주일을 일하든 혹은 3개월을 일하든 밖에 나간 간병인은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루를 쉰 뒤에 13만 원여 주고 검사를 받아본 김씨는 이후 병원문을 나서지 않았다. 간병인은 24시간 환자곁에 있다가 한 달에 한 번 쉬러 집에 가고, 다른 병원 직원들은 매일 출퇴근을 하는데 누가 조심해야 하는 걸까. 이상했지만 말을 삼켰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해도 간병인에게는 주지 않았던 병원이었다.

사실 정부의 방침은 있었다. 지난 3월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요양병원 신규 간병인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검사비는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요양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대상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 요구하면, 간병인이 검사비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16년간 간병인으로 일한 박순이(가명, 64)씨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마스크 부족 현상이 있을 때 병원은 모든 직원에게 공적마스크를 줬지만, 간병인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다. 마스크 지급 기준에 해당하는 직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 등이었다. 병원 직원이 아닌 간병인은 속하지 않았다. 간병인은 환자가 흔히 '협회'라 부르는 인력업체를 통하거나 환자의 소개로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스크를 3일간 빨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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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나흘 연속 200명대를 이어가는 가운데 11월 17일 오전 송파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시기, 몰라서 두려운 일들도 많았다. 담당 환자가 혹시 코로나19와 관련한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간병인들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지난 10여 개월 동안 가장 두려운 건 새로운 환자를 맡았을 때"라고 토로했다. 병원이나 의료진, 환자나 환자 보호자 모두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폐 쪽이 안 좋아서 입원했다고 하면 간병인들끼리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가 휴유증이 남아 그런 것 아니냐"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병원 내에 음압병동이 있다. 그러니 코로나 양성이었다가 음성이 돼 일반병동으로 오는 환자도 있을 것 아니냐. 그런데 아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의료진, 환자, 환자 보호자 모두 입을 꾹 다문다. 간병인이 사실을 알면 간병을 꺼리니까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곁에서 24시간 간병하는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위험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일단 코로나19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지난 10월 간병일을 그만둔 박순이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열린 '포스트 코로나에도 간병노동자는 없다-간병노동자 노동인권 실태 및 개선방안' 토론회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당시 장보현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연구실장은 서울과 대구지역 국공립병원과 요양병원 간병노동자 17명을 집단면접한 후  '간병노동자 노동인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마스크가 없어서 드라이기로 말려가며 한 장을 3일씩 쓴 간병인의 이야기와 마른기침 한 번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던 간병인의 사연도 전해졌다.

김수자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차 "간병인도 사람처럼 봐달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병서비스는 병원의 업무를 나눠하는 일인데, 아무도 우리를 직원처럼 대하지 않는다"라면서 "밖에 나가면 세균이 묻으니 병원에만 있으라는 게 간병인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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