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코로나 시대, 공공외교 어쩌냐고요? 다 방법이 있죠

모바일대회, QR초대장... 주핀란드대사관 언택트 외교에 현지주민 "코로나가 물리적거리 좁혔다"

등록 2020.11.24 15:29수정 2020.11.24 15:47
0
원고료로 응원

2019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현지인들이 갈채를 보내고 있다 ⓒ 주핀란드대사관

 
한국 전통공연이 끝나자 손뼉을 치는 다수의 관객들, 한식을 나눠 먹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외국인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 돼버린, 기존의 해외 공관의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현장 모습이다. 공공외교란 개인·단체·국가가 다른 국가의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문화나 가치 체계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쌍방향적 소통을 말한다.

2020년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 재외공관들에게도 큰 변화가 있는 해였다. 올해는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고, 그룹 BTS가 빌보드차트를 석권하는 등 전례 없는 K문화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 여세를 몰아 한국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공공외교의 양 날개를 펼치기 좋은 한 해였으나,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을 맞았다.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락다운(Lockdown: 국가간 이동 금지) 되고, 대중 군집 행사는 불가능해졌다.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매년 전 세계에서 펼쳐지던 공공외교 길 앞에 커다란 암초가 생긴 셈이다.
 

2018년 한식행사에 참여한 핀란드인들이 한국의 ‘쌈’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 주핀란드대사관

 
국경간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한국 예술인들이 해외공연을 위해 출국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해외 현지에서도 다수의 모임 및 행사가 금지돼 행사장에 사람들을 모아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공공외교(국경일 리셉션, 한식 만들기 행사, 음악회 등)는 사실상 기획 단계부터 불가능해졌다.

모든 일상이 올스톱(All-stop) 돼 있는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 실제 외교부 및 전세계 해외 공관은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적합한 공공외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공관이 연초에 받은 예산을 반납하거나 연간 행사를 축소해서 실행하기도 했다. 사실상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공외교라는 도전 과제를, 전 세계에 위치한 해외 공관들이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비대면으로 어떻게 공공외교를? '모바일 대회' 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행사로

플랫폼이 바뀌면 콘텐츠도 달라야 했다. 오프라인 행사가 온라인 기반으로 바뀌자 공공외교의 아이템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내달 5일, 게임 강국인 핀란드와 한국이 함께 모여 오프라인이 아닌 모바일 세상에서 세기의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한-핀란드 e스포츠 페스티벌’ 행사 포스터 ⓒ 주핀란드대사관

 
이에 발맞춰, 주핀란드대한민국대사관(아래 주핀란드 대사관)은 오는 12월 5일 한국 현지 시각 오후 6시부터 '한-핀란드 e스포츠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핀란드 유명 게임회사인 슈퍼셀의 '브롤스타즈'와 한국 PUBG사의 '배틀그라운드'를 토너먼트 종목으로 선정하고, 11월 30일까지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주최 측 예상 100여 명의 양국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게임 산업은 차세대 각광 받는 문화산업으로 이미 그 규모가 세계 10억 달러 이상이다. 또 한국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e스포츠의 성지'다. 핀란드 역시 그 사랑이 남다르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핀란드 영화관(핀키노, Finnkino 등)에서 E스포츠 빅매치를 상영하고, 젊은이들은 게임 스트리밍 상영관에 몰리기도 했다. 클래시오브클랜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회사 슈퍼셀(Supercell)도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다.

주핀란드대사관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IT 강국 핀란드의 특성을 살려 한식, 국악 공연 등이 아닌 게임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공공외교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국경일 리셉션 온라인스트리밍 (좌), 영상 접속 QR코드 (우) ⓒ 주핀란드대사관

 
지난 10월, 주핀란드대사관은 대규모 군집 행사인 개천절 국경일 리셉션 대신 '가상 온라인 리셉션'도 개최했다. 주재국 외교단 및 인사들에게 선물을 준비하고 발송된 카드 안에 영상이 담긴 QR 코드(Quick Response Code)를 심었다.


이를 선물받은 사람은 모바일로 접속해, 대사의 인사말과 기념 공연, 핀란드 국가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접근 방식이 달라졌을 뿐 콘텐츠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핀란드 현지 외교단 사이에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고, 현지 다른 국가 대사관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참신한 방식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직항 비행기로도 아홉 시간이 걸리는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한국-핀란드 양국 간의 협연도 성사됐다. 현재 주핀란드 대사관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콘서트 '더 사운드 오브 코리아(The Sound of Korea)'를 관람할 수 있다.  
 

더 사운드 오브 코리아(The Sound of Korea) 유튜브 썸네일 화면 ⓒ 주핀란드대사관

 
퓨전국악밴드 앙상블 수(秀)와 핀란드 전통악기 칸탈레 연주자 이다(Ida)의 협연으로 이뤄진 '핀란디아'의 공연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녹음됐으나 마치 한 곳에서 연주된 것처럼 하모니를 이룬다. 이는 영상으로 제작되어 주재국 인사들에게 전자초대장으로 발송됐다. '77억의 사랑(JTBC)' 방송으로 알려진 핀란드인 줄리아가 사회를 맡고, 비대면 무관중 콘서트로 진행됐다. 

핀란드 남부 에스포에 거주하는 신지영씨는 "핀란드에 거주한 지 6년째지만 이런 방식의 대사관 행사는 처음 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헬싱키(핀란드 수도)에서 800km 떨어진 북부 로바니에미에 사는 김정선씨는 "지난 17년간 물리적 거리로 대사관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었는데,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대사관 행사를 더 가까이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온라인 스트리밍 기반의 한국 영화제 ⓒ 주핀란드대사관

 
이 밖에도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제, 해시태그(#KFOODINFINLAND)를 이용한 한식 만들기 대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영상에세이 공모전 등 주제도, 참여 방식도 다양한 디지털 기반의 공공외교가 북유럽의 심장 한가운데서 펼쳐지고 있다.

주핀란드 대사관의 황유경 1등 서기관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 시대의 언택트 외교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한 해가 됐다"면서 "우리 공관의 다양한 시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공외교의 길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핀란드 #주핀란드한국대사관 #주핀란드대사관 #외교부 #공공외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