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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하며 입은 가운, 집에 가져가라고 해... 의사만 예외"

[K방역의 투명인간들 ②] 20여 년 차 임상병리사 "병원, 사람 돌려막기로 버틴다"

등록 2020.11.28 11:39수정 2020.11.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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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병원 관계자가 검사 순서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500병상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의 대형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하는 김승호(가명, 50)씨는 "처음에는 코로나19를 얕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17~18일 이어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초기인 1월에는 조금 조심하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를 11월에도 겪고 있을 줄이야, 그때는 몰랐다. 20여 년이 넘게 임상병리사로 일하는 동안 이런 감염병은 처음이었다.

2020년 11월, 코로나19는 지속되고 있다. 보건의료현장은 여전히 음압병실을 가동하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일 닷새  연속 300명대에 달했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수는 지난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10개월만에 누적 3만명을 넘어섰다. K방역의 전사로 꼽히는 보건의료 인력은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무더위로 방호복을 버티던 이들은 겨울을 맞이해도 여전히 방호복과 몇 겹의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규제와 지침은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얼마나 보호했을까. 김씨는 "병원은 기존 인력의 업무 과부하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임상병리사는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검체를 검진한다. 검체는 혈액, 체액, 대변부터 소변 등을 포함한다. 임상병리사는 바이러스와 세균 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정보를 파악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게 주 업무다.

코로나19 검사도 마찬가지다. 보통 코로나 검사는 의심 환자의 '구인두'(입)와 '비인두'(코) 등 호흡기에서 멸균한 플라스틱 면봉을 사용해 검체를 채취한다. 이렇게 채취한 검체는 삼중 포장돼 즉시 검사실로 이송된다.

이후 보호복을 착용한 임상병리사가 진단 검사실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레벨 D'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장마·폭염이 이어진 6~7월에도 통풍되지 않는 방호복을 입고 견뎌야 했다. 5분~10분 방호복을 입고 검사하다 숨을 고르려 옷을 벗어두고 싶어도 몇 분 안에 검사를 다시 해야 하니, 옷을 벗어두기도 쉽지 않았다. 보호 장갑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임상병리사의 보호 장갑은 한 치의 틈도 없이 손에 꼭 맞게 껴야 한다.

병원에는 의사만 있지 않건만
    
당연한 말이지만, 코로나 양성환자의 검체를 다루는 일은 조심하고 또 조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3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지자체용)은 '검체를 운반할 때 트렁크에 비치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고, 수송 차량 내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적절한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했다. 검체 채취부터 포장, 임상병리실에서의 검사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임상병리사만 조심한다고 될까. 김씨는 "내가 조심한다고 해도 공기 중 바이러스가 전파되거나 어떻게 노출·전염될지 몰라 늘 두렵다"라고 말했다.

하루에 꼬박 8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검사하는 동안 입은 옷은 어떨까. 임상병리사인 김씨가 코로나19 이후 10여 개월을 보내며 가장 두려웠던 건 그가 매일 입는 보건 가운이었다. 방호복은 재활용할 수 없으니 입고 버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매일 입는 일반 가운과 보건 가운이다. 보통 보건 가운을 입고 그 위에 이름이 적힌 일반가운을 입는다. 일반 가운은 병원에서 외부업체를 통해 세탁에 맡기지만, 보건 가운은 개인이 알아서 세탁해야 한다. 그게 병원의 방침이다.

"매일 바이러스와 부대끼며 일하다 바이러스가 고스란히 묻었을 수도 있는 옷을 집으로 가져가는 거예요. 병원에는 직원 근무복 세탁실이 없으니까요. 가족 옷들 다 빼고 매일 내 보건 가운만 따로 빨 수는 없잖아요. 어떤 날은 가족들 옷하고 같이 세탁해야 하는데... 이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에요. 의사 가운은 모두 외부 위탁을 맡기지만 임상병리사,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보건 가운은 다 알아서 세탁해야 해요.

감염이라는 게 사소한 것부터 조심해야 하는 거잖아요. 작은 구멍이 하나 생기면 거기에서 종잡을 수 없이 전파되는 건데, 병원에서 코로나를 마주하고 실질적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옷과 세균감염 가능성이 어떻게 사소한 일인가요?"


김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스, 메르스 때도 병원에 '근무복 세탁실'을 요구했다. 감염병 때마다 비슷한 위험에 노출됐고, 같은 요구를 하지만 병원은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김씨가 일하는 지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발생했다. 11월, 적게는 수십 명에서 최대 1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날도 있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건 김씨를 비롯한 임상병리사의 일이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 양성환자의 검체를 검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공간에서 입고 일했던 땀이 배 있는 보건 가운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다.

점점 늘어만 가는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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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230명을 기록한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마음이 위축된 지도 10여 개월이 넘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시대에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사적인 약속은 알아서 피해왔다. 혹시라도 내가 감염되면 부서 폐쇄는 물론이고 직간접적으로 마주한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 하던 축구도 헬스도 모두 중단했다. 보건 가운을 빨며 가족들의 눈치를 보고, 병원에서도 혹시 모를 일을 피하려 최소한의 만남만 유지한 채 집과 병원만 오갔다.

그 사이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은 늘어갔다. 하루에 병원을 찾는 이들은 수천 명에 달했다. 방문자의 발열이야 기계가 한다고 해도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자에게 몸의 상태를 재차 묻는 일은 고스란히 병원 노동자의 몫이었다. 병원은 코로나19로 엄격해진 병원 출입을 위해 따로 사람을 뽑는 대신 기존 직원들을 활용했다. 김씨도 일주일에 2~3번 병원 방문자를 통제하는 일을 했다.

"일은 줄어들지 않고, 방문자 통제라는 추가 업무를 하게 되니까 어떻게 되겠어요. 서로서로 정말 죽어라 일하는 거죠. 한때 전공의가 파업했을 때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서 세균 배양하는 전공의가 하던 일까지 임상병리사가 했어요. 코로나로 병원의 일은 늘어나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한정적이니까 계속 사람을 돌려막기 하는 거죠."

일부 병원에서는 임상병리사가 검사실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의심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의 첫 단계인 호흡기 검체 채취를 하는 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에 누구 하나라도 일손을 보태자는 취지였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가 지난 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호흡기 검체 채취는 의사 또는 임상병리사가 진행할 수 있다'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두기도 했다. 물론 한 사람의 전문인력이라도 아쉬운 시기, 긴급한 일을 나눠 할 수 있다. 하지만 10여 개월 감염병이 지속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노동 피로도는 재차 누적될 뿐이다.

"코로나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또 다른 감염병이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고요. 병원은 코로나에 혹은 또 다른 감염병에 대응할 준비되어 있을까요? 아니라고 봐요. 안정적으로 환자를 검진하려면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부터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어야죠. 그렇지 않나요?"

김씨의 요구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에서 출발했다. 병원 노동자들이 자신 때문에 가족들까지 감염 위험성에 노출되지 않는 것. 이를 위해 최소한 병원에서 사용한 가운은 병원에서 세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추가 업무를 최소화해 진단 검사 등 본인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김씨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지켜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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