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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구사할 수밖에 없는 북핵 정책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바이든의 우선 순위는?

등록 2020.11.18 11:22수정 2020.11.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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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승리" 연설하는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거주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 윌밍턴 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전망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가 부통령으로 재직한 오바마 행정부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상황과 지금 상황이 꼭 같진 않으므로, 오바마의 정책이 바이든 때도 똑같이 재현되리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두 상황이 거의 같다면, 정책의 재현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 때 두드러지기 시작한 현상이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으로 이어졌고, 그 후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었다면 바이든이 오바마의 정책을 참고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런 류에 해당하는 분야 중 하나가 미국의 북핵 정책이다. 부시 행정부 이래의 상황을 통시적으로 관찰하면, 바이든이 구사할 수밖에 없는 북핵 정책의 윤곽이 드러난다.

목표와 현실

북핵 정책에 관한 미국의 목표는 당연히 북핵 폐기다. 하지만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의 '현실적'인 대북정책은 꼭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북핵 정책과 관련된 미국의 '당위적' 목표와 '현실적' 목표에 괴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보수진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정말로 비핵화를 할 생각이 있느냐고 의문을 표출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70년 넘게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대결해온 두 당사자 중 한 쪽이 쇼를 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통상 '쇼'는 상대방이 받아줘야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북한이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국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의심도 함께 제기된다.


만약 미국의 현실적 목표가 북핵 폐기라면, 미국의 대북 압박은 경제제재가 아니라 군사제재여야 한다. 한국전쟁 발발 3일 뒤인 1950년 6월 28일 수출통제법을 북한에 적용한 이래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는 올해로 70주년이 됐다.

그렇지만 북한은 항상 정권을 지켜왔다.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달리, 북한은 자립 경제 또는 자주 경제, 내수 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주로 수출입을 통제하는 미국의 제재 방식으로는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북한의 무역 의존도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이마저도 효과를 산출할 수 없었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지만 그 대외무역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기 때문에, 중국을 통한 경제제재는 처음부터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경제제재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이미 70년간이나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을 진짜로 폐기시키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군사적 카드를 꺼내들었을 것이다. 핵개발을 추진해온 북한 정권을 전복하는 길이 가장 명확한 북한 비핵화 방식이라는 점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미국이 그것을 시도할 의지나 역량이 없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상황 전개로도 충분히 증명됐다. 말로는 북핵 폐기를 외치지만 행동은 그와 거리가 멀다면, 미국의 현실적 목표는 다른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게 시급한 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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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모습.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세계적 견지에서 볼 때, 지금 미국이 시급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은 북한 같은 '중소기업'들의 핵개발이 아니다. 더 급한 일은 실체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수많은 '행상'들의 핵보유다. 9.11 같은 대형 참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전 세계 테러 조직들의 핵보유가 미국 입장에서는 보다 위협적인 현상이다.

북한 정도의 규모를 갖춘 나라들에 대해선 미국의 감시 및 통제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 영역이나 인적 규모 또는 움직임 등이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 테러조직들을 감시·통제하는 일은 훨씬 까다롭다. 그런 테러조직들이 핵무기마저 확보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미국에 위협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시급한 일은 핵개발의 억제보다도 핵물질 수출입의 억제다. '국가 사이의 핵확산'보다 '국가와 테러조직 사이의 핵확산'이 훨씬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핵물질 밀거래의 빈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어쩌다 한 번 생기는 일이 아니다. 2011년에 <한국테러학회보> 제4권 제2호에 실린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의 논문 '핵물질 불법거래 실태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근거로 핵물질 거래에 관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1993~2011년간 불법거래와 관련하여 IAEA의 참가국과 비참가국에서 보고된 확인된 사건은 2146건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 중 399건은 불법점유와 이와 관련된 범죄 활동을 포함한 사건이었고, 588건은 도난 또는 분실 그리고 1124건은 다른 승인되지 않은 활동(방사능 불법폐기)과 관련된 사건이라고 하였다."
 
보안이 철저한 핵시설에서 핵물질이 도난·분실되면 핵물질의 밀거래가 뒤이어 나타나기 쉽다. 18년간 발생한 2146건 중 588건이 도난·분실이었다. 핵무기 개발보다도 핵물질 거래가 더 심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어지는 대목에서 위 논문은 "16개의 확인된 사건에서는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불법점유를 포함한다"며 "이 사건들은 잠재적 무기 즉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수 킬로그램의 핵물질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북한도 이에 관여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2002년 북한 화물선 서산호가 동아시아에서 중동 지역으로 핵 관련 물질을 수송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미국이 스페인에 검문검색을 요청했으며, 스페인 2척 함정이 예맨 연안 공해상에서 서산호를 세우고 검색을 실시하여 스커드 미사일과 탄두를 적재한 것을 밝혀"낸 일도 있다고 위 논문은 말한다.

그 같은 밀거래의 심각성은 부시 행정부 때부터 크게 부각됐다. 원자력시설에서 핵물질이 도난되거나 분실되는 사건도 2003년부터 현저히 증가했다. 위 논문은 "이는 2002년 9.11테러 사건 이후 테러 집단이 기존의 테러 유형과는 달리 새로운 테러범죄 행위를 위한 여러 사전 행위 중 핵 테러를 구상하기 위한 시도로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추정한다. 9.11 테러 주역인 알카에다를 능가하는 결과를 이뤄내려면 핵물질을 입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테러집단들 사이에서 확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표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일보다도 테러집단들의 핵물질 입수를 막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은 부시 행정부 다음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쳤다. 이 점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4대 원칙'에 핵물질 수출에 대한 경고가 들어있는 데서도 느낄 수 있다.

2009년 6월 4일 치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워싱턴포럼, 오바마 행정부 대북 4대 원칙 발표'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발표한 '대북정책 4대 원칙'을 인용하는 대목에서 "이 문장은 매우 신중하게 작성됐으며, 미 행정부 최고위층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밝힌 뒤 이런 요지를 언급했다.

(1)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불변의 목표다.
(2)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3) 북한의 핵무기·핵물질 이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4) 미국은 동아시아의 동맹국 방어에 최선을 다한다.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핵물질 이전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현실적 관심사가 핵물질 밀거래 통제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5년에 통과된 한양대 정외과 최상복 박사학위논문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연구'가 오바마의 대북정책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비핵화보다는 핵물질의 역외 지역으로의 이전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현실적 목표가 위의 제3항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이 핵물질 수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은 부시 행정부 때 두드러진 테러조직들의 동향 때문이었다. 부시 행정부 이래의 이 같은 경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미국이 북핵을 폐기시킬 역량이 없음이 확실하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 때의 현상을 기초로 핵물질 수출 규제에 더 크게 신경을 쓴 오바마의 북핵정책이 바이든 행정부 때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의 우선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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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2월 7일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JSA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는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 연합뉴스

  
10월 22일 대선후보 TV 토론회 때 바이든은 '핵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북한의 핵능력도 바이든의 관심 사항이지만, 그가 진짜로 주목하게 될 부분은 북한의 핵물질 수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대북 경제제재를 명목으로 핵물질 수출에 대한 규제를 한층 촘촘히 하는 방향으로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좋겠지만, 핵물질이 담긴 하물을 수출하는 일만큼이라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든의 마음은 '님아,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제목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

도(渡)는 '도하'에서처럼 '건너다'의 의미도 있지만, 명도·인도에서처럼 '넘겨주다'의 의미도 있다. 북한이 핵물질 하물(荷物)을 수출하지 않기를 지향하는 바이든의 정책은 '공무도하(荷)가'로 표현될 수 있다. 부시·오바마·트럼프뿐 아니라 바이든 역시 김정은에게 갖게 될 현실적인 바람은 '님아 하물을 넘기지 마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북미관계의 강온 양상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공위성 발사의 빈도뿐 아니라 미국 감시망에 포착될 북한과 테러조직의 접촉 빈도에 의해서도 좌우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우선적 관찰 대상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미국 대북정책 #핵확산 #핵물질 #북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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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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