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문 대통령의 담백한 설명이 필요한 세 가지

[정상호 교수의 시대 세대 공감] '설명'이 소통의 시작입니다

등록 2020.11.17 20:12수정 2020.11.17 20:12
25
원고료로 응원
a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2012년 대선 당시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 남소연

  
1.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그리고 한국정치 전공자로서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이 나라의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로 기록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대통령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망명, 암살, 극단적 선택, 구속 등의 비극적 결말을 맞았습니다. 재임 중은 물론이고 퇴임 이후에도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통령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대통령과 성공한 정부가 필요한 까닭은 그것이 자기 나라의 역사 해석과 세계관을 바라보는 유익한 지침으로서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켜주는 사회통합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1위와 4위는 항상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차지였고, 대신 2위를 놓고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줄곧 경합해 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보수당) 총리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한 클레멘트 애틀리(노동당) 총리가 5점 만점을 받아 공동 1위를 차지했습니다(BBC, 2006.8.30.). 독일에선 헬무트 슈미트(1974~1982/ 41%)와 빌리 브란트(1969-1974/ 28%) 수상의 인기가 높은데, 이러한 평가는 동서독 출신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압도적 1위를 차지한 헬무트 슈미트 수상에 대해 응답자들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훌륭한 대통령의 공통적인 자질 또는 리더십은 대통령의 소통 능력 및 도덕적 신뢰, 그리고 시대적 과제의 성취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2.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 
 
a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미리 밝히자면 유권자나 연구자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으로서 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전담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소통을 국정과제로 한정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점수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약속했던 '대통령을 포함한 장관과 차관의 일정 공개'는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62개 기관장의 일정이 통합 공개되고 있고,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경남 거제의 저도는 47년 만에 개방돼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국제신문>, 2019.9.22.). 얼마 전에는 김신조 사건 52년 만에 북악산 철문을 열어 청와대 인근을 개방하겠다는 대선 당시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쉬운 점은 광화문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여 일반 국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무산된 것입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를 완전 개조하는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한창이고, 국회의 세종시 이전 논란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보류를 질질 끌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한 것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공식 기자회견이나 여야 지도부 회동 횟수를 근거로 직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고자 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일정 중 상당수(78%)가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졌으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일정이 '비서실 현안 업무보고'였음을 근거로 '탁상·내편 정치'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니, 코로나19로 결혼식과 장례식 등 모든 가정의 대소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비상 상황에서 적지 않은 인원과 의전이 뒤따를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축소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왜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과 45회 식사한 것이 '단독'으로 보도될 만한 사안인지 모르겠습니다(<조선일보>. 2020.10.29.).

3.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소통은 중대사에 대한 합리적 설명

그럼에도 여기저기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통 능력의 약화와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는 점은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시장의 상인들이나 기업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의미 있는 현장 정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번기의 모내기나 선거철의 시장 탐방, 설이나 추석 명절의 서울역 환송, 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 등등의 의례적인 행사가 대통령의 소통 능력의 척도는 아닙니다.

저는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소통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하루의 일상, 더욱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버거운 삶을 살아내는 국민들은 정치에서 경제까지 시시콜콜한 모든 이슈에 대해 상세히 알 순 없습니다. 또한, 그러한 모든 정책들을 시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국민들이 알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 중대한 현안에 대한 국가수반이자 정부수반으로서 대통령과 정부의 '설명'인 것입니다. 2020년 11월 현재 국민들은 다음과 같은 국정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설명을 듣기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a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와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당시 모습. ⓒ 연합뉴스

  
첫째,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듣도 보도 못한 9개월 이상의 정부조직 내부의 갈등에 대한 설명입니다. 쿠바 위기(1961)를 다룬 그레이엄 엘리슨의 <결정의 본질>은 국제정치학이나 정책학의 명저로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 시험 출제의 단골 목록에 올라가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미소간 일촉즉발의 세계 3차 대전을 놓고 공중폭격을 옹호했던 강경군부와 외교전략을 선호했던 국무부의 불꽃 튀는 논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정책을 편익을 분석한 정부의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부부처간의 대립과 흥정의 산물로 보는 관료정치 모델에서 보면, 검찰개혁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장관과 검찰총장의 다툼은 그다지 기이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장시간 심각한 부처 갈등이 내부의 조정 없이 외부로 표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임명권자로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아니면 둘 다 바꿔야 한다는 세간의 얘기에 동의하진 않습니다. 제 주장은, 케네디 대통령처럼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마땅한 해법(봉쇄전략)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이러한 현상이 정부 내부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견제 과정으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를 당당하게 설명해 달라는 것입니다.
 
a

지난 10월 2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둘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솔직한 설명입니다. 아마도 야당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내외의 긍정평가에 동의하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정책에 비판의 중점을 뒀다면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금보다 훨씬 야박했을지 모릅니다. 특히 야당이 법사위를 비롯한 상임위 배분이나 공수처장 추천을 둘러싼 '떼쓰기 전략' 대신 부동산 해법 마련에 매진했더라면 확실히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의 실기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쓸 수 있는 모든 정책 패키지를 내놨고 관련 입법(부동산3법)도 통과됐으니 내년 상반기까지만 기다리면 주택시장이 안정될까요? 그때까지도 안 된다면 토지공개념에 가까운, 보다 급진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지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증권이나 부동산 전망을 점쟁이처럼 꼭 집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정현안에 대한 최고책임자의 합리적이고도 진지한 설명입니다.
 
a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셋째, 한국형 뉴딜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는 4차산업혁명이나 친환경에너지를 내세운 바이든 정부의 출범 등 세계 정치경제의 흐름을 고려할 때 한국형 뉴딜은 적실성이 있는 국가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린뉴딜과 IT 뉴딜에 지역의 참여가 빠져 수도권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닐까 내심 불안했는데, 지방정부와 지역기업의 참여를 보장했고 지역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신속한 보완작업이 이뤄져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형 뉴딜은 임기 말 불과 2년 동안 무려 49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사업입니다. 한국형 뉴딜이 일단락되는 2025년까지는 114조 원이 소요될 전망인데, 이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던 4대강 사업의 22조 원보다 무려 5배가 많습니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업을 대통령이 주재하는 임시 회의체인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나 경제부총리가 총괄하는 '당정추진본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 여전히 걱정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국민들이 알고 싶고, 알아야 할 것은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되는 한국형 뉴딜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입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차분한 설명과 지역의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없다면 그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변형된 버전에 불과할 것입니다.

4. 대통령의 언어
 
a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 1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강점을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3.1절 행사와 같은 상징과 의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짜 힘은 대통령의 진정성과 절제된 언어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7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유가족대표(김소형)의 추모사를 듣던 대통령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뒤따라가 안아주며 서로 눈물을 훔치던 장면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콘크리트 지지도의 진짜 기반은 '한일경제전쟁'이라고 불리던 위기적 상황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2019년 광복절 경축사)를 만들 전환의 계기로 삼자고 외쳤던 원칙과 소신에 기초한 대통령의 언어였습니다.

지난 겨울 야당 대표(황교안)와 전직 대통령 후보(홍준표)가 이구동성으로 '외국인 입국차단과 국내 이동제한'을 외쳤을 때, 국민을 설득한 것은 K-방역의 3원칙(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대통령의 확고한 논리였습니다. 다행이 아직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리시대의 역사적 과제에 다가설 역량과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성공한 정부'와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위대한 여정을 향한 심기일전의 출발점은 인사나 정책이 아니라 진솔하고도 담대한 대통령의 언어를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들려주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을 쓴 정상호씨는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2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킹메이커들
  2. 2 셀트리온 치료제,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한국은 다를 수 있다"
  3. 3 중학생 딸 폰에 저장된 연락처 '좀 급한 듯'... 뭔가 봤더니
  4. 4 미국을 더 처참하게... 트럼프는 모든 게 준비돼 있다
  5. 5 30여년의 '두 집 살림', 그렇게 키워낸 아이가 수백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