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이 바뀌면 삶의 구조가 바뀐다

생명순환 먹거리를 통한 기후위기 극복

등록 2020.11.13 18:33수정 2020.11.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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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순환 먹거리를 통한 기후위기 극복을 주제로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세 번째 강좌가 열렸다. ⓒ 청년아카데미



5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밝은누리가 공동기획한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세 번째 강좌가 열렸다. '매일 먹는 밥상이 바뀌면 삶의 구조가 바뀐다'라는 주제로 아름다운마을학교 최유리씨와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 임재원씨,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이선아씨가 강의를 이끌었다.

이날 강의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생명순환 먹거리가 중요한 이유를 살펴보고,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었다.

순환하고 회복하는 삶의 근본 '하늘땅살이'

북한산 자락 아래 아름다운마을학교 교사로 지내며 아이들과 텃밭 일구는 최유리 씨는 농생활을 '하늘땅살이'로 부른다. 하늘과 땅은 알겠는데 '살이'는 무엇을 뜻할까.

살이는 '삶', '사람'과 어원을 같이한다. 하늘 땅 사람이 어우러지고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이로 사는 삶이 곧 농생활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최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중요한 주제는 생명순환"이라며, 밭 생명이 우리 몸에 들어와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 과정을 설명했다.

"'농'에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순환이에요. 그래서 하늘땅살이를 시작할 때 함께 생태뒷간을 짓고, 퇴비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먹은 생명은 오줌과 똥이 되어 나오고, 밥상 부산물도 퇴비가 되어 다시 흙이 돼요. 이 순환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생명의 토대인 농은 순환하고 회복하는 삶에 있어 중요한 근본이 되지요. 생명을 살리는 삶이 바로 '농'입니다."


최유리씨가 마을에서 함께 하늘땅살이하며 관심 갖게 된 또 다른 주제는 씨앗이다. 하늘땅살이 공부하며 농에도 자본의 힘이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씨앗 대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일회용 씨앗'의 실체를 접했다. 말 그대로 씨앗을 다시 받지 못하도록 화학 처리를 해 한번 쓰고 버리는 씨앗을 만드는 것이다. 최씨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종묘상에서 파는 씨앗이나 모종을 사지 않고 토박이 씨앗으로 하늘땅살이를 이어간다고 했다.
  
"토박이 씨앗으로 하늘땅살이를 하면 해마다 변화하는 하늘과 땅의 형편을 몸에 들일 수 있어요. 흙에서 살아온 생명을 먹으면서 그 생명이 보낸 시간을 우리 몸에 오롯이 들이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도 기후에 적응하는 몸이 돼요. 씨앗처럼 해마다 우리도 새로운 몸이 되는 거지요. 변화해가는 기후에 스스로 적응하는 씨앗들이야말로 기후변화에 가장 힘 있게 생명력을 발휘하는 존재 아닐까요."

최유리씨는 하늘땅살이하며 느끼는 생명의 소중함을 마을 밥상, 찻집과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키운 작물들을 밥상과 찻집에 나누면, 밥이나 반찬, 빵이 되어 상에 오른다. 하늘땅살이에서 시작되는 생명순환은 밭과 뒷간에서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관계망에서도 흐르고 있다.
 

▲ 마을텃밭에서 흙에 씨앗을 넣는 아이들 ⓒ 청년아카데미

 
소박한 친환경 생명순환 먹거리 '마을밥상'

인수마을밥상은 이제 막 이유식을 뗀 아기들부터, 어린이들, 아이들 키우는 부모님들, 직장인 및 청년들, 어르신들이 한솥밥 나누며 정을 쌓아가는 곳이다. 건강한 삶, 건강한 교육을 함께 꿈꾸는 이들이 배운 대로 살아보려 마을을 이루었고, 각자 집에서 먹던 밥이 공동밥상 형태로 변화했다. 주중에 90~100명 정도가 점심과 저녁 두 끼를 함께 먹는다.

"주로 어떤 음식을 나누어 먹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현미잡곡밥과 국, 반찬 두 가지와 제철 김치입니다. 국과 두 가지 찬은 매끼 다르게 차려집니다. 재료들은 생활협동조합을 통해서도 받고, 주로 가까운 거리에서 친환경 농사짓고 있는 소농분들로부터 제철 채소 중심으로 받습니다. 텃밭 일구며 사는 마을 벗들과 학생들이 손수 키운 작물을 가져다주기도 하고요."

밥상에서는 이렇게 귀하게 얻은 재료를 음식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버려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임재원씨는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밥상 부산물을 최소화하고, 나오더라도 흙으로 되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왔기에 부산물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도시는 흙이 충분하지 않아 10년 넘게 농촌과 연계해 부산물을 퇴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북마을텃밭을 함께 일구며 도시텃밭에서도 부산물 퇴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마을밥상이 생명순환의 흐름을 잘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은 밥상에서 밥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가서 먹고 있는데요. 먹는 장소는 흩어지지만 한솥밥을 나누어 먹는 흐름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때일수록 건강한 식사 흐름을 지켜가며 몸의 면역력을 잘 기르고, 건강한 먹거리 순환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밥상은 이웃들과 함께 자연과 인간의 관계, 동물복지,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등 우리네 사는 환경을 다시금 돌아보는 공부도 함께하고 있다. 임씨는 '마을밥상'을 함께하는 것이 나라는 생명은 물론 지구공동체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지금은 동네에서 뜻을 같이하는 밥상, 생협, 찻집과도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에도 마을 사람들은 밥상에서 도시락을 떠 집에서 먹고 있다. ⓒ 청년아카데미

 
우리농가와 생명을 지키는 '마을찻집'

인수마을밥상에서 50미터 남짓 거리에는 마을찻집 마주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쉼이 필요하거나 손님이 올 때, 다과를 먹고 차를 마시며 담소 나누는 마을의 공동거실이다. 찻집에서 일하는 이선아씨는 최대한 땅을 살리는 농법으로 길러진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우리 땅에서 나는 것들로 차림을 내고 있다. 우리밀, 우리현미로 빵을 굽고,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우리콩을 직접 갈아 음료를 만든다. 

"우리밀 자급률은 전체 1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입밀이 99%를 차지하고 있지요. 우리밀은 가을에 파종해 초여름에 수확해서 껍질이 두껍고 농약을 칠 필요가 없어요. 반면에 주요 밀 수입국인 미국, 호주 캐나다는 봄에 파종해 가을에 수확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나기에 껍질이 얇은데, 병해충을 막기 위해 농약을 다량 칩니다. 실제로 수입밀 20종 이상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해요. 슬픈 이야기지요. 저는 우리밀 사용이 곧 우리 땅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을찻집 마주이야기에서 우리밀로 만든 천연발효빵 ⓒ 청년아카데미

 
이선아씨는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순환의 삶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과도한 육식문화와 공장식축산의 문제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먹는 고기, 우유, 유제품, 달걀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 것일까 질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공장에서 많은 생명이 끔찍한 고통을 당하며 생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돼지는 스톨이라는 곳에서 몸을 돌아누울 수조차 없고, 닭들은 날개 한번 펼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갑니다. 소들은 우유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임신과 출산, 착유를 강요당하지요. 인간의 탐욕으로 착취당하는 동물들을 보며 충격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이씨는 밀집대량사육으로 인한 항생제, 살충제, 가축분뇨가 흙과 바다, 대기를 오염시키는 문제도 주목해서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 암모니아,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 등은 이산화탄소보다 21~100배 이상 온실효과를 내며, 이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마주이야기는 순식물성 재료를 사용하고, 다양한 환경, 동물단체들과 협력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늘땅살이, 밥상, 찻집 먹거리운동은 각각 해가는 모습은 달라도 서로 밀접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생명을 기르고 몸에 들이고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먹거리 순환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일상에서 생명순환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지혜를 모으고 질문하는 시간 가진 후 이날 강의는 마무리됐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은 '지구를 살리는 청년들의 생활'과 '기후변화와 다음 세대, 온 생명과 조화롭고 서로 살리는 교육'을 주제로 두 번의 강의가 진행되며, 마지막 시간은 밝은누리 인수마을을 탐방하는 시간으로 꾸려진다. 
 

▲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강좌는 11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 청년아카데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기후위기 #지속가능 #생명순환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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