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능력 불신하며 시간 끌다 덫에 빠진 미국

친중노선으로 최대 압박 못한 전략적 인내, 그동안 북은 핵무기 완성

등록 2020.11.13 17:30수정 2020.11.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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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창건 75주년에 덩치 커진 신형 ICBM 공개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위 사진을 포함해 신형 ICBM 사진을 약 10장 실었다. 2020.10.10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북한처럼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실제로는 중러를 겨냥한 미사일방어시스템 등 최첨단 무기를 개발해 배치해왔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에 따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징적인 적대국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의도적으로 대화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체제 보호를 위한 핵무장에 성공한 셈이고, 나아가 오늘날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이 처한 어려움은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키기 위해 북한과 화해를 하면 군비증강의 명분과 러·중을 봉쇄할 수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은 전략상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거부하고 북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통해 체제를 전환시키는 정책을 유지하고자 한다.

관계정상화, 북핵 방치, 핵전쟁 모두 선택할 수 없는 미국 수렁에 빠져

하지만 미국이 그런 목적으로 관계정상화를 거부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갈수록 고도화·다종화하자, 미국은 자신의 안보가 더 위태로워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곤경에 빠진 미국은 군사적 긴장 조성과 제재 등으로 대응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에 직접적인 안보위협이 됨으로써 미국은 '전쟁이냐, 관계정상화이냐?'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미국 입장에서 전쟁도 협상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북한의 공격이 가시화되기 전엔 예방전쟁이 국내외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예방전쟁은 한국과 일본 및 괌, 나아가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보복능력 때문에 의회나 여론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미국은 북한에 전략자산을 전개해 위협해왔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에게 선제공격의 빌미를 줄 공격징후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 몰론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하면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일회적으로 끝나거나 확전될 수 있다.

소련을 견제하는 중국 수교, 중국을 견제하는 베트남 수교가 북에 적용 힘듬

한편으로 미국은 북한을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세계경제에 편입시켜 상호의존을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체제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북한의 세계경제로의 편입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미국은 극동에서 중러를 견제하려면 북한과의 긴장이라는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계정상화를 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 관계정상화를 허용한 것은 당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고, 베트남과 관계정상화를 허용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우호적인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한다면 지정학적 손해만 있을 뿐이다.

반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활용하여 미국에 직접적인 안보불안을 유발함으로써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관계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면 러시아와 중국에 준하는 자신에 대한 도전자를 인정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은 이란과 같은 저항국가에게 파급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미국은 지금까지 북핵에 대한 공습도 협상도 못하는 모호한 전략을 취해 왔고 향후에도 체제전환이나 체제진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미국, 아직 재진입 기술 완성 안됐다고 자위하며 북 굴복할 때까지 최대 압박

현재 미국 지배층의 정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다.

첫째 과거 협상에서 조선이 불성실하였기 때문에 협상 자체의 신뢰성이 없다. 둘째 테러와 인권을 박해하는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반한다. 셋째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유지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협상을 하더라도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협상은 실익이 없다.

넷째 핵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훼손되지 않는 기술 등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의 핵무기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협상의 전제조건을 제시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다. 다섯째 그 사이 세컨더리 제재를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류와 식량공급 등을 중단하도록 압박해 굴북하거나 붕고되길 기다린다.

주한미군을 보장받으면서 북의 핵무기를 완전 폐기하는 것이 미국의 마지노선

미국 정부가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이상적인 타협안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유지한 채 북한의 핵무기를 불가역적으로 완전히 폐기시키고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한 후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포기하는 선언을 하는 정도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은 경우에 따라 북한과의 불가침조약을 맺을 수는 있겠지만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절대로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은 사실 이러한 협상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2006년 북한과의 마지막 협상에 실패한 이후 오바마 정부가 끝날 때까지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해왔다. 오바마 정부는 대신 북의 체제붕괴나 북의 굴복을 시도하는 '전략적 인내'를 대북한 정책으로 삼았다.

그런데 '전략적 인내'가 효과를 지니려면 협상 거부와 북이 감당할 수 없는 최대 압박이 병행돼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미국이 북과의 모든 관계를 거부해왔기 때문에 미국이 북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압박은 전쟁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전쟁을 할 수 없는 조건에서 경제 제재가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북이 자립경제를 기반으로 중국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경제교류를 하지 않으니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중국은 미국의 요청에 대해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정도로 북에 대해 제재를 하였을 뿐이다.

중국 입장에선 인접국가인 북이 붕괴되어 대혼란이 일어나거나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여 주한미군을 용인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이 북에 대해 치명적인 제재를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하지만 부시행정부 이후 미국은 친중노선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는 수준의 강력한 수준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없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바이든의 대북정책 #북미관계 #전략적 인내 #세컨더리 제재 #최대압박과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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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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